“그 여자애는 하원의원이 유부남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혹했죠. 내 보기에 그 여자앤 권력과 스포트라이트를 향해 달려든 거예요. 아니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행실이 단정치 못하고 몸매는 좀 많이 풍만하지만 얼굴이 예쁘장한 그런 여자들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나 되는 줄 알고 레빈 같은 남자를 꾀려고 했던 거죠.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는 영 동정심이 안 생겨요. 아니 근데 그 여자애 성이 뭐였더라?… 진짜 수치였어요. 레빈은 입지가 탄탄한 하원의원이었거든요. 그 여자애만 아니었다면 레빈은 첫번째 유대계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는데.” --- p.15
“아비바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요? 누군가의 딸자식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해야하나요? 레빈은 성인 남자이자 선출직 공무원이고 내 딸은 사랑에 빠진 철부지였는데, 레빈은 결국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내 딸만 두고두고 회자되는군. 뭐야, 그리고 십오 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그애가 또다른 꼰대의 농담거리가 돼야 하는 거지?” --- p.100
하원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느물느물한 성명서를 인용하자면, 그는 그녀의 ‘직속상관’이 아니었다. “저는 단 한시도 그 여자의 직속상관이 아니었습니다.” 레빈 하원의원은 말했다. “그러므로 제 가족, 특히 아내와 아이들이 입은 상처에 대해서는 무척 미안합니다만, 위법한 일은 없었다는 점을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그 여자’라니! --- p.107
루비가 말했다. “그거 알아요? 남자의 구십 퍼센트가-사람의 구십 퍼센트인가? 기억이 안 난다-마주 걸어올 때 길을 비키지 않는대요.” --- p.142
“종종 결혼식이 트로이의 목마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결혼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고 내가 열심히 팔고 다니는 꿈. 그들은 딴 사람들과 차별화하겠다며 이런 것들을 선택해요. 되도록 평범해지지 않겠다며 이런 것들을 선택하죠. 하지만 결혼하기로 선택한 것보다 더 평범한 게 세상에 어딨어요?” --- p.156
엄마가 말했어. “그 ‘간통’이 내가 한 짓이야. 정확히는 내가 했던 짓이지. 배우자가 아닌 상대와 섹스하는 것. 헤스터는 간통을 했고, 동네 사람들은 투표로 그녀에게 주홍색 ‘A’가 적힌 옷을 입게 했어, 다들 그녀가 한 짓을 항상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사람들이 구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캔들에 연루된다는 건 그런 거야. 아니, 그보다 백만 배는 더 지독하지.” --- p.204
‘여자는 결코 자신의 즐거움을 희생해서 남을 즐겁게 해주려 해서는 안 된다.’ --- p.270
당신은 절대 그와 싸우지 않는데, 왜냐면 당신도 알다시피-당신의 마음 한구석은 알고 있다-만약 당신이 뭐라도 하나 큰소리를 내면 그는 당신과의 관계를 끝낼 것이다. 당신은 힘이 없고, 모든 힘과 권한은 그에게 있다. 그래서 때때로 당신은 절망한다. --- p.327
그는 당신의 어깨를 토닥인다. “우린 운이 좋아. 우리에겐 그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인생도 망치지 않았지. 지금 당장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언젠가 뒤돌아보면 매우 좋은 결말이었음을 알게 될 거야.” 좋은 결말이라니, 당신은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불륜을 해봤는데 말이야, 와, 그 결말이 얼마나 좋았는지! “뭐가 그렇게 웃기지?” 그가 말한다. --- p.332
다만 [끝없는 게임]에서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른 결말을 알고 싶다면 뒤로 다시 돌아가서 다른 것을 선택하면 된다. 당신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삶은 가차없이 앞으로만 흘러간다. 다음 쪽으로 넘어가든가 그만 읽든가 둘 중 하나다. 읽기를 그만두면, 이야기는 끝난다.
“끝 장까지 끝장나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빠르게 치고 달리는 소설이었다. 재미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이 질주하는 소설의 발을 감싼 신발의 외피는 아무려나 솔직한 속내들, 까발림에 가까운 생목의 말들이었구나, 읽는 내내 그런 탄성이 터져나왔다. 여성들의 세대와 입장이 얽히고 어우러져 발산하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주민’이라는 놓임보다 ‘이주민’이라는 처함으로 평생을 사는 우리 여성들의 현실을 바늘귀에 꿰인 실처럼 정교하게 관통한다. 이 소설에 이런 말은 없었다. 다만 내가 결심으로 덧댄 문장은 이러하였다 -여성은 여성 스스로 계속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