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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곁에 두는 마음 (큰글자도서)

마음 곁에 두는 마음 (큰글자도서)

: 오늘 하루 빈틈을 채우는 시인의 세심한 기록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이동
박성우 저 / 임진아 그림 | 창비 | 2021년 03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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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179*257*30mm
ISBN13 9791191248142
ISBN10 119124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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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위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나는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씩 일상을 찾아갔다. 돌이켜보고 말 것도 없이 순간순간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한 마음들, 마음은 마음으로 머물지 않고 따뜻한 손길이 되고 힘찬 걸음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을 새삼 알아갔다. 부디 그대들도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은 더 반짝이는 하루하루를 열어가시길!
--- p.11~12

고양이는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오후 세 시를 전후해 찾아와 똑같은 방식으로 나를 불러댔다. 미안하다, 고양이야. 여전히 나한테는 너한테 내줄 만한 생선 토막이 없구나. (…) 모처럼 면 소재지에 일을 보러 갔다 오는 길에는 비린 것을 사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세 시가 되려면 얼마나 남았지? 아, 벌써 오후 세 시구나! 고양이는 먹을 걸 내놓으라고 재촉했고 나는 그저 씩 웃으면서 조금 전에 구워두었던 고등어를 내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이 고양이에게 ‘오후 세 시의 고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 p.39~40

생각하면, 아프다. 어머니는 막둥이인 내가 봉제 공장에 다니며 야간대학에 다닐 적에도, 대학원에 다니며 조교 일을 할 적에도 나와 같은 학교로 출근하는 청소 노동자였다. (…) 청소를 하다 말고 계단 밑 작은 공간에 쪼그려 앉아 밥을 먹었을 내 어머니, 더러는 변기에 앉아 쉬기도 했을 내 어머니. 엄마, 여기가 내 방이야.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내가 쓰는 의자에 어머니를 앉게 했다. 방이 널찍하니 좋구나, 회전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몸을 흔들어보던 어머니는 한참이나 흡족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그때 나는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선 나는 연신 눈가를 훔쳤다.
--- p.89~90

아빠는 왜 아빠만 생각해? 크게 화가 난 딸애는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뛰어가듯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갔고, 서운한 마음이 적지 않았던 나는 일부러 늦장을 부리듯 느린 걸음으로 나아갔다. (…) 자기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 엄마한테 하소연하겠지? 한데, 어쩐 일인지 딸애는 우리 동이 있는 관리 사무실 앞 인도에 멈춰 서 있었다. 그러고는 ‘으이구’ 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손짓했다. 아빠, 빨리 와. 우린 식구니까 같이 가야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던 날이었다.
--- p.162~163

이번에 우체국을 차지한 건 박새였다. 마른 풀줄기와 이끼를 물어와 우체통 안에 넣는가 싶더니 이팝나무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던 무렵에는 알을 다섯이나 낳았다. 어, 여섯인가? 속전속결로 차지하는군. 알 품기에 들어간 어미 박새는 갸웃갸웃, 자기네 집을 들여다보는 내 눈을 바라다봤다. 망설이고 말 것도 없이 나는 서둘러 우체부 아저씨에게 편지를 써야 했다.
‘김천수 집배원님, 편지함 안쪽에 박새가 둥지를 틀었으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우편물을 문 앞에 놓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p.28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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