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는 한편으로는 말을 통한 진리의 변증과 증거를 강조함과 동시에 삶 속에서의 진리의 실천을 강조한 복음 전도자이자 기독교 변증가였다. 사역의 초기와 중기에 서구문화에 대한 지성사적 분석과 기독교 진리에 대한 이론적 변증에 주력했던 쉐퍼는 사역 후기에는 낙태, 영아살해, 안락사, 환경오염, 왜곡된 전체주의적 정치체제와 법체계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와 비판의 일선에 나섰다. 쉐퍼의 생애의 역사적인 전개과정 그 자체가 진리는 말을 통하여 증거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쉐퍼의 신념을 잘 녹여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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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퍼 가족은 앞으로 자신들이 수행하게 될 사역을 영적인 위기를 만난 사람들의 피난처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피난처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라브리”(L,Abri)라고 정했다. 쉐퍼 가족은 스위스 상페리에 도착했으나, 스위스에 도착한 쉐퍼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로마 가톨릭주인 그 지역에서 종교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그곳을 떠날 뿐만 아니라 아예 스위스에서 떠나라는 추방명령이었다. 스위스는 각 지역 별로 개신교 지역과 로마 가톨릭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고, 외국인에 대한 비자심사와 체류허가는 지역 경찰서 외사과 소관이다. 쉐퍼 가족의 친구가 된 마을 유지 엑스 헨리가 1951년 복음주의로 개종하고 세례를 받은 사건과 ‘그리스도를 위한 어린이’교실이 부흥하는 것을 보고 지역주민이 당국에 고발하자 당국이 추방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 명령은 1955년 2월 14일에 전달되었는데, 6주밖에 남지 않은 3월31일까지 스위스를 떠나라는 것이었다.
쉐퍼 가족은 이 명령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쉐퍼는 인간의 도움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인가, 아니면 살아 계신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도움을 의지할 것인가를 두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도움을 의지하기로 결단하고 기도에 전념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이론상으로 또는 영혼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삶 속에서도 실천적으로 입증되어야 했다. 쉐퍼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우리에게는 두 가지 행동 방향이 있는 것 같구나. 기독교 단체들과 워싱턴에 있는 우리 상원의원 등에게 서둘러 전보를 쳐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인간적인 도움을 다 받는 것이 한 가지 길이고, 또 한 가지는 단순히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도와 달라고 기도하는 거야. 우리의 삶과 일에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좀 더 실제적으로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었지? 내가 보기에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할 기회를 얻은 것 같구나. 오늘날도 정부 사무처에,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해 하나님이 무엇인가를 하실 수 있다고 믿는가? 또 우리의 하나님이 다니엘의 하나님이라고 믿는가? 그러면 우리는 지금 그것을 증명할 기회를 얻은 거야. 이디스 쉐퍼, 양혜원 역, 『이디스 쉐퍼의 라브리 이야기 』 (서울: 홍성사, 2001), 108.
쉐퍼는 추방조치를 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건들 가운데 하나로서 위에모(Huemos)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레 멜레즈(Les Melezes, 낙엽송)라는 이름의 산장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쉐퍼 부부는 이 산장 구입에 필요한 비용문제와 체류 문제를 철저하게 살아 계신 하나님께 의지하기로 하고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해결해 주시면 스위스에서 라브리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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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질문을 제기하지만 질문에 답변을 주지 못하는 반면에, 성경은 철학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쉐퍼의 사상과 사역의 레드라인이 된 이 모토가 이론적으로 정교화 되고 거시적으로 확장된 작업이 서양 지성사의 탈 기독교화에 대한 사상적 분석과 기독교적 세계관 - 신관과 인간관 - 의 제안이다. 이 두 가지 내용은 쉐퍼의 기독교철학 3부작으로 알려져 있는 『이성으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Reason, 『실재하시는 하나님』 The God Who Is There, 『실재하시며 침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He Is There and He Is Not Silent,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How Should We Then Live? 등에 집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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