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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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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1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94g | 148*218*19mm
ISBN13 9791190611107
ISBN10 119061110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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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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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가난〉

이미 매화 부시고
땅마다 물이 차올라
마음은 그득해서
동이동이 넘치건만
내 언어는 한 줌뿐이어서
동동,
어쩔 줄 모르니
나의 가난이
어찌 이리 너무한가
--- p.22
―――――――――――――――――――――――――――
〈추락〉

아득히 추락하다가
소스라쳐 잠을 깼다
거듭 추락하다 못해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추락할 높이가 남았다니
생은 바닥도 늘 벼랑이다
겨우 새벽 뜰에 나서니
밤새 추락한 매실 몇 개,
바닥에서 비에 젖었다
--- p.37
―――――――――――――――――――――――――――
〈봄밤〉

봄꽃에 취해 누운 밤,
너는 꽃 건너 달로 뜨고
슬픔은 어찌 바다인가
--- p.42
―――――――――――――――――――――――――――
〈비, 강의 사랑〉

갈바람 떨던 강에
마침내 비 내린다
비는 강의 사랑이다
아니 온 듯 조용히
그러나 속으로 뜨겁게
닿는 대로 강이 되어
끝까지 함께 흐른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끝끝내
손을 놓지 않는다
--- p.89
―――――――――――――――――――――――――――
〈코로나, 길 없는 길〉

깊이 흐린 아침, 빗방울 들기더니
북한산 비봉능선 온통 안개에 휩싸이고
발치는 아득한 어둠 모든 길이 잠겼다

내딛는 걸음마다 아찔한 벼랑 끝
가도 가도 길 없는 길
허방에서 허우적이는 전선 없는 전쟁

형체 없는 적은 그림자조차 없어
무찔러지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고
끝내 소멸되지도 않는다

모든 나는 적의 거처, 나는 이미 나의 적
시간을 앞지른 창궐, 도망칠 데도 없어
핵무기는 녹이 슬고 내 안에 키워온
또 다른 나와 벌어진, 총성 없는 3차 대전
여직 가본 적 없는 두렵고도 치명적인
길 없는 길

유일한 생존 전략은 겸손과 사랑의 연대
너를 살려야 내가 사는 전쟁
--- p.101
―――――――――――――――――――――――――――
〈가을 사랑〉

물드는 거야
상처 난 마음
햇살에
물드는 거야
그리운 마음
달빛에
물드는 거야
꿈속의 당신
바람에
물드는 거야
뜨거운 빛깔로
낙엽의 찬란한 순간을
함께 살려고
가으내 이렇게
물드는 거야
--- p.116
―――――――――――――――――――――――――――
〈때〉

꼭두새벽 한적을 틈타
오랜만에 때를 밀어내며
또 한 허물을 벗는다

뱀은 허물을 벗으면서
새 살갗을 얻어 입는다지만
독수리는 온몸을 바수는
환골탈태로 부활한다지만

내 몸은 때의 온상이라서
벗겨도 벗겨도 또 허물이다
때도 안고 살면 몸이 될까
겹겹이 허물을 두르고 살까
몸을 버리면 허물도 버려질까

때 미는 아침, 때가 문제다
허물을 영영 벗을 길은 없지만
5그램 가벼워진 아침이다
--- p.138
―――――――――――――――――――――――――――
〈나목裸木〉

한 닢 없이 다 내어주고
바람조차 그냥 스치는
가난이라 웃지들 마라

눈부신 봄의 신록이며
청량한 여름 녹음이며
불타는 가을 단풍까지
너희가 다 누리고 끝내
남은 것이 내 가난이다

또 봄이 올 줄 알 테니
떨다가 눈물조차 마른
가난이라 웃지들 마라
--- p.149
―――――――――――――――――――――――――――
〈대나무〉

빈 것들 안에는
소리가 살고 있다

소리는 빈 것이라서
허공이 제 집이다

제 안에 허공을 지어
소리를 키우는 대나무는

그 소리를 낳고 싶어
밤마다 바람을 안고 운다
--- p.150
―――――――――――――――――――――――――――
〈붕어빵〉

어저께 망원역 앞에서
저~ 삼천 원어치요, 하고
붕어빵 굽는 모습을 보는데
고숩고 달큼한 저것 하나가
간식으로 내 삶도 되겠지만
끼니로 저분 삶도 되겠구나
삶은, 빵 하나로도 맺어져
이렇게 면면히 흐르는구나
붕어빵 한 다리만 건너면
이 삶 저 삶 서로 기댔구나
나 혼자만 잘났다, 그러면
내 삶도 별것 아니겠구나
붕어빵 하나를 시퍼보면
내 삶도 그리 시퍼지겠구나
--- p.155
―――――――――――――――――――――――――――
〈눈 내린다, 여기〉

공중에 오래 매달린 울음이
하얗게 얼어
눈 내린다, 여기

마른 잎으로 내려앉아
땅에서 다시 눈물짓는
눈 내린다, 여기

가난한 입 그리고 더 가난한 사랑
추락할 무게도 없이
눈 내린다, 여기

날들은 바삐 저물어 또 해끝 벼랑에서
사무치는 바람으로
눈 내린다, 여기

벌을 지나 산 넘어
물결에 휘날려 놀다가
눈 내린다, 여기
--- p.157
―――――――――――――――――――――――――――
〈영하 18도〉

욕 나오는 추위다
그래도 안엣것들은 산다
바깥은 죽음조차 언다
1미리 두께의 창을 두고
안과 밖이 너무 멀다
끝내 이 거리를 외면하면
창이 깨져 안도 밖이 된다
영하 18도,
밖이 안에 대고 절규하는
뼈저린 추위다
--- p.160
―――――――――――――――――――――――――――
〈냇물〉

냇물이 냇물인 것은 흐르기 때문일 거야
겉보기로는 일없이 거저 흐르는 성싶어도
품은 뭇 생명들에게 제 몸을 반쯤 내어주고
겨우 남은 반만으로 저리 흘러서 아름다워

냇물이 아름다운 것은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일 거야
냇물이 아름다운 것은
제 몸조차 내어주어서일 거야

빈 나뭇가지에 문득 달이 걸려 아름다운데
나는 오늘, 무엇으로 아름다워질까 몰라
--- p.162
―――――――――――――――――――――――――――
〈시의 일〉

길은 서리 받아 미끄럽고
골목은 어둠에 잠겼다
새벽은 어디만큼 왔을까
박제된 짐승의 뱃속에 든
세상이 차갑게 반짝인다
한기에 으스스 떨던 나는
그 안에서 어쩌면 홀로
나를 응시하며 뜨거워진다
서러움의 늪에서 빠져나와
짐승의 굳은 아가리를 열고
숨길 트는 것이,
하찮은 밑돌이라도
아무의 길이 되는 것이,
시의 일이다
--- p.179
―――――――――――――――――――――――――――
〈막다른 골목〉

어둑어둑 땅거미 질 무렵
강에 씻겨온 바람을 따라나서
아련해지는 골목길을 떠돈다
삶은 늘 어둑어둑하다

무서운 어둠을 벗어나려고
골목골목 작정 없이 헤매다가
막다른 골목에 갇히고 만다
담이 높아 넘을 수도 없고
땅이 굳어 꺼질 수도 없고
날개를 잃어 솟구칠 수도 없다

이럴 땐 스스로 골목이 되라지만
갇혀보지 않은 자의 말장난이다
삶은 그다지 그럴듯하지 않다
추상으로 살아지지도 않는다
자주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아
겁에 질린 울음으로 밤을 샌다

막다른 골목은 말 그대로
막달라서 바람 한 점 없다
나의 그림자조차 무섭지만
그런 남루한 삶이나마 어쩌면
네가 기다리는 아침일 수도 있어
골목을 돌아 나와 밤을 건너
또 새로 하루를 산다
--- p.180
―――――――――――――――――――――――――――
〈반달에게 2〉

반쪽이 모자란 너라서
내 사랑이 숨을 쉬겠구나
반쪽이 그리운 너라서
문득 내 생각도 나겠구나
네가 온달로 차고나면
그저 망연히 바라볼 뿐
내 얹힐 자리가 없겠구나
그것도 사랑이라면
눈물이라도 보내야겠구나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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