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3년차 치과의사이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병원 보철과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군복무 후에 개원하여 지금까지 환자 진료를 업으로 하고 있다. 나는 항상 바빴다. 하루 종일 몸이 부서져라 일한 날도 적지 않았다.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이런 물음들이 생겼다.
'정말 이가 아픈 분이 많구나.'
'왜 이런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걸까.'
치과와 치아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환자들이 병을 키워서 엄청나게 아파야만 치과에 오곤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 달라질 수 있다. 아프지 않은 치아, 건강한 치아를 오래 지킬 수 있다. 이미 많은 환자들이 나와 함께 경험하고 있다.
치아 관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지금 아픈 치아가 없다고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 치통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치과 치료가 얼마나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인지 알 것이다.
베테랑 치과의사의 20년 노하우를 이 책을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 이 책의 내용을 숙지하면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치과 치료로부터 치아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100살까지 제대로 꼭꼭 씹어먹자』의 주제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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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 이상 식사한다, 간식도 먹는다. 한 입에 대략 열 번은 씹는다. 최소 하루 500번 이상 위아래 치아가 부딪친다. 1년이면 20만 번 이상이다. 80세 수명이면… 계산도 어렵다. 박수를 10번만 쳐도 손이 아프고, 100번이면 아프고 붓는다. 더 치면 손바닥에 물집이 생긴다. 치아가 부딪치는 횟수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먹는다는 것은 씹어서 삼킨다는 뜻이다. 음식을 씹는다. 부서지고 작아진다. 작아져야 삼킬 수 있고, 삼킬 수 있어야 소화시킬 수 있다. 얼마나 세게 씹을 수 있을까? 갈비를 뼈에서 뜯어내고, 게 껍질을 씹는다. 얼음과 알사탕, 견과류, 각종 나물, 심지어 생쌀도 씹는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에 단단하고 질긴 것이 많다.
입을 열고 닫는 데 사용하는 근육이 10개가 넘는다. 섬세한 운동이 가능하고 강한 힘을 발휘한다. 성인의 치악력, 즉 깨무는 힘은 100kg이 넘는다. 근육의 힘이 치아를 통해 전달되어 씹는 구조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몸무게보다 큰 힘을 내는 셈이다. 씹는 대상의 온도 차이도 크다. 아이스크림부터 막 구운 고기까지 무리 없이 씹는다. 섭씨 80도 이상의 차이다. 극한의 자동차 성능 실험도 섭씨 60도 이상 차이나게 구성하진 않는다. 치아의 업무 환경이 훨씬 더 가혹한 셈이다. 치아는 도구다. 사용 횟수, 하중, 온도 변화 모두 극한의 경지다. 버티는 것이 용하다. 부딪치면 닳아서 없어지고, 하중이 커지면 깨지고 금이 간다. 너무 차갑거나 너무 뜨거우면 시리고 아프다. 조금만 살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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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치료비는 치과마다 차이가 크다. 비보험치료가 많아서다. 보험치료는 국가가 치료비를 정하지만, 비보험 치료는 각각의 병원이 가격을 정한다. 치과는 비보험치료가 많은 편이다. 그렇기에 치과를 결정할 때 비용은 따로 따져보아야 한다.
치과 치료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보험치료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치료가 그것이다. 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는 국가에서 그 항목을 결정한다. 아픈 것에 대한 치료는 대부분 보험이 된다. 치아를 빼는 발치, 충치치료, 잇몸치료, 신경치료 등이다. 필요한 치료가 보험이 되는지의 여부는 치과에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보험이 되는 치료는 그 과정과 비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치료가 비슷하고, 비용도 같다. 금니, 크라운과 브릿지, 치아 교정, 심미치료, 치아 미백 등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충치치료는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서 보험, 비보험으로 나뉜다. 임플란트와 틀니는 보험이 적용되는 나이가 있다. 본인이 받을 치료에 보험 적용이 가능한지는 치과에 문의하면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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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치료는 충치를 제거하고 그 부위를 인공 재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 인공 재료는 수명이 있다. 반드시 충치가 다시 생긴다는 뜻이다. 한번 치료할 때 최대한 잘 해서 오래 쓰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가 적을수록 앞으로의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이다. 영구치의 첫 충치치료가 오래 가야 평생 치과치료가 가벼워진다. 다시 생긴 충치는 아프기 전에 찾아서 재치료로 보강하는 것이 정답이다. 모두 정기 검진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은 관리가 많이 필요하나 소홀하기 쉬운 때다. 부모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20대 이후에는 일 년에 두 번,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 검진을 받으면서 관리하면 된다. 충치치료는 아프기 전에 하는 것이 맞다. 일단 시리거나 불편한 느낌이 오면 치료가 복잡해지고 치아도 많이 약해진다. 정기 검진으로 아프기 전에 치료받도록 한다.
60대 이후에 다시 변화가 온다. 닦는 데에 부족함이 생기고, 침이 줄어들어 충치가 더 잘 생긴다. 정기 검진에 각별히 신경 쓰고 그때그때 필요한 치료로 확실히 대처해야 한다. 치료가 반복되면서 충치로 인해 결국 뽑아야 하는 치아가 나온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치과 주치의와 상의해서 되도록 빨리 치료에 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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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치과에 안 가고 살기는 어렵다. 한번 치료가 시작되면 점차 늘어난다. 줄어드는 일은 없다. 비용도 계속 들어가기 마련이다. 비보험 항목이 많아서 비용 부담도 크다. 이러한 치과치료의 특성을 생각하면 보험이 도움이 된다.
나는 보험을 파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치과를 잘 아는 사람으로 요즘 파는 치과 보험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치과는 비용 부담이 큰 치료라 미리 대비하면 좋다. 거기다가 요샌 워낙 이런저런 치료가 흔하고 많아서 보장 내용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치과 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치료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보장되는 내용과 필요한 치료를 잘 맞춰서 계획하면 더 도움이 된다. 아플 때만 치과에 간다면 보험에서는 손해가 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올바른 치료 타이밍과 수명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위해서라면 치과 보험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돈 걱정은 좀 줄어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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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플 때는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것이 좋다. 일단 통증이 조절되어 먹을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게 된 다음에 상의해도 늦지 않다. 급하게 스스로 판단하여 치과를 윽박지르지 말라. 후에 수습이 난감하다. 치과에서 통증 부위 이외의 치료를 권한다면 먼저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 아픈 곳만 먼저 봐 달라고 해도 된다. 참다 참다 치과에 갔으니 당연히 다른 치아에도 병이 많이 보일 것이다. 치료를 받는 것은 합당하나 급하게 많은 치료를 떠밀려서 결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치통은 당장 죽을 것 같아도 치료가 시작되면 금방 편해진다. 충치는 압력만 빼줘도 훨씬 덜 아프고, 잇몸병도 염증 조절만 시작되어도 견딜 만해진다. 모두 첫 치료에서 확실히 효과가 나온다. 한번의 응급처치 후에 여유 있게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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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표면에는 음식이 붙거나 쉽게 끼지 않고, 닦기가 쉽다. 문제는 홈이 파인 곳이다. 치아 표면의 깊은 홈,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위의 홈, 치아 사이의 터널처럼 생기는 홈이 그것이다. 매일 양치를 하는데 병이 계속 생긴다면 닦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 번을 닦아도 ‘잘’ 닦는 것이 중요하다. 홈을 닦을 때는 중요한 요령이 있다.
먼저 솔을 잘 골라야 한다. 아이들은 연령대에 맞는 칫솔을 쓰는 게 좋다. 나이별로 칫솔 머리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인용 칫솔의 크기는 대동소이하다. 너무 큰 것보다는 좀 작다 싶은 것이 구석구석 닦기에 더 유리하다. 칫솔모의 상태도 중요하다. 탄성을 유지해야 한다. 홈 안으로 들어가서 닦아내는 것이 주요 기능이어서 끝이 휘거나 탄성이 줄면 닦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자주 쓰는 물건이니 항상 확인하고 좀 둔해졌다 싶으면 교체하는 것이 맞다.
홈을 닦을 때는 솔이 위치하는 각도가 중요하다. 솔이 홈이 생긴 방향으로 충분히 들어가야 잘 닦인다. 치아 표면의 홈은 평평한 면에 직각으로 생긴다. 그러므로 치아에 솔 끝이 닿는 면을 따라가기만 하면 각도는 어렵지 않다. 전체 표면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씹는 면에 홈이 많으니 굴곡을 꼼꼼하게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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