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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잉 북

더 크라잉 북

: 지극한 슬픔, 은밀한 눈물에 관하여

리뷰 총점9.9 리뷰 17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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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에세이 top100 1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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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42g | 128*188*24mm
ISBN13 9791189799472
ISBN10 118979947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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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느냐 마느냐는 때로 선택의 문제이고, 둘 중 어느 쪽이 나은지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아니, 때로는 알 수도 있다. 혼자 있을 때나 누군가와 단둘이 있을 때는 울어도 좋다. 주위에 두 사람 이상 있을 때는 울었다가 기분이 더 나빠질 수도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성인의 울음에 관한 다국적 연구’에 나와 있다.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우는 사람에게 연민을 보인다. 앞서 말한 연구에서는 그러한 연민 반응의 하위 항목으로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공감”을 들었다. 이 중 위로의 팔은 혼자일 때도 느낄 수 있다. 두 팔로 스스로를 안아 주면 된다.
--- p.16

차는 은밀한 울음 공간이다. 어떤 사람이 차 근처에서 울고 있을 때는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차에 들어가 울고 있다면, 그는 이미 도울 수 없는 사람이다. (…) 비가 올 때 차 안에서 울면 마치 앞 유리의 와이퍼가 얼굴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그리고 위로의 와이퍼.
--- p.18~19

눈물, 하고 운을 떼면 이 명사는 흐른다, 는 동사를 데려온다. 마치 빗물이, 하면 흐른다, 가 따라오듯. 오래되어 무심한 부부 사이를 닮은 주술 관계. 때로, 자주는 아니지만, 눈물은 적신다. 책의 종이를,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 p.80

진통이 올 때마다 토하느라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은 무통 주사가 선사한 멋진 마비 상태에서 아이스바를 빨며 보낸 뒤, 의사가 제왕절개를 해야겠다고 한다. 대량 출혈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기와 함께 자궁도 들어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처절하고 메마른 침묵으로 침잠하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내 동생은 울기 시작한다. 동생이 왜 우는지 나는 이해한다. 어렵고, 어쩌면 슬픈 사건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 내가 왜 안 우는지 나는 이해한다. 내가 그 사건이기 때문이다.
--- p.115

눈물을 멈출 수 없을 때, 또는 엄청 운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는 알레르기나 감기라고 거짓말하고 숨는 방법이 있다. 롤랑 바르트처럼 짙은 선글라스를 쓰는 방법도 있다. (…) 사람들이 나를 돕지 못하게 하려면 거짓말 뒤에 숨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정확히 왜, 얼마나 도울 수 없는 상태인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선글라스의 양쪽 렌즈에 작은 표지판을 걸어 두고 싶다. ‘고장 남.’
--- p.173~174

나의 상담사가 조심스럽게 병명을 진단한 뒤 더욱 조심스럽게 진단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표한다. 순환증. 완연한 조울증은 아니지만 그 근처라고. 더 경미하지만 만성이라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구글에 그 단어를 집어넣는다. “가벼운 종류의 조울증”이라고 한다. 한 웹사이트에는 순환증을 앓았을 수도 있는 사람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버지니아 울프도 순환증이었을 수 있고 실비아 플라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저세상에서 환자 모임이 열린다면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 p.184

이번 선거에서 소위 전문가들은 그 벽이 은유일 뿐이며, 실제로 세워지진 않고 말로만, 이주를 제한하는 법률의 형태로만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그 벽이 실제로 세워질 것이라는 새로운 말이 나왔고, 그걸 구현하려면 길게 이어진 강과 산맥 등, 외국인 혐오의 수사가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거친 지형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시인들은 온라인에서 서로에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를 떠올려 준다. “무언가 벽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 p.311

엄마는 본인의 엄마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날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두 사람 사이에 더 풀어야 할 일은 없느냐고 물었다. (…) 할머니는 대답했다. “그래, 모든 게 잘되었단다.” 난 할머니를 믿는다. 더할 나위 없이 그를 믿는다. “우리는 어때?” 엄마가 묻는다. “우리 사이에 더 풀어야 할 일은 없어?” 엄마의 목소리가 변하는 것을, 눈물의 침범으로 거칠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럼.”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을 뻗어 엄마의 두 손 위에 포갠다. “모든 게 잘되었어.” 나는 진심이다.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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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 번이라도 울었던 모든 장소를 지도로 그려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당신의 울음 지도를 그린다면, 가장 많이 젖어 변색된 부분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더 크라잉 북』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억 속 울음을 발굴할 만큼은 충분히 말하지만 독자를 울리려는 의도는 없다.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은 그것이다. 제목을 보고 당신이 무엇을 기대했듯, 이 책은 당신을 울리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울고자 한다면 적극적으로 당신의 기억을 파고들어야 한다. 당신의 울음 지도를 펼쳐야 한다. 그리고 『더 크라잉 북』의 페이지 속에서 울려던 마음은, 이 책이 울음에서 멈추는 대신 가능성을 다시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창을 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조금은 위로받을지도 모르겠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이 책은 물론 울음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조용히,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고통, 잠, 기쁨, 절망, 탄생, 예술, 망명, 잔인성, 언어, 날씨, 물고기…. 크리스털의 천재성(내가 살아 있는 작가를 설명하는 데 이 단어를 쓰는 것은 처음이다)은 모든 것을 모든 것과 연결하는 저 기적 같은, 이상한 선들을 알아보는 능력에 있다. 그 선들은 ‘평행도 수직도 아닌’ 그러나 ‘잠시 교차했다가 다시 제 길을 가는 두 개의 호’와 같다. 『더 크라잉 북』은 엄밀하고 절박한 책이지만 독자에게는 따뜻한 선물이기도 하다.
- 카베 아크바 (『늑대를 늑대라고 부르기』 저자)
기억에 오래 남는 책. (…) 저자는 눈물이 언제나 믿을 만하진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압도적인 감정의 반사작용일 때는 흘리고 싶지 않은, 흘리지 않아도 되는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한 믿음과 의심을 전하기 위해 저자는 뚝뚝 끊어지는 문단을 써 내려간다. 때로는 시를 옮겨 적고, 때로는 사적인 편지를, 심리학 연구 문헌을 인용한다. 저자는 은유에 매혹되지만 ‘어떤 것을 다른 것에 포개어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안다. 무언가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고집하다가는 덫에 걸리고 만다는 사실도 잘 안다. 헤더 크리스털이 선택하는 은유는 그보다는 더 진실되고 더 투명하다.
- 제니퍼 스잘라이 ([뉴욕타임스] 칼럼)
헤더 크리스털의 눈물 연구는 감동적이면서 통절하다. 읽기엔 힘겹지만, 그 열린 결말에서 나는 경이에 사로잡혀 이 책을 가슴에 꼭 붙들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운 건 언제인지, 왜인지 자문하면서.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실로 마음을 사로잡는 책.
- 에스메 웨이준 왕 (『조현병 모음집』 저자)
사람을 매혹하고 추진하는 책이다. 책과 노래, 친구, 과학 이론, 문학사, 저자 개인의 엉뚱한 즐거움과 절망에 관한 눈부신 통찰이 한 장의 지도처럼 펼쳐진다. 헤더 크리스털은 선지자처럼 꿈을 읽어 낼 줄 안다.
- 레니 주마스 (『빨간 시계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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