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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느리게 가는 길

조금 더 느리게 가는 길

: 지금 내게 꼭 필요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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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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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5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58g | 140*210*16mm
ISBN13 9791191107128
ISBN10 119110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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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소금꽃이 투명하게 빛날수록 소금 농사를 짓는 염부는 얼마나 많은 들숨 날숨을 내쉬었을까. 또 얼마나 많은 한숨을 토해냈을까. 바다가 내어주는 만큼만 거두며 살아온 세월, 염부는 욕심내지 않는 소박한 삶을 바다에서 배웠다. 염부의 소금창고를 가득 채우는 건 소금뿐 아니라 물먹은 소금을 대파질하며 쌓아올린 묵직한 삶의 무게였으리라.
--- p.16

지금, 여기, 이 소중한 봄날에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올 때마다 선명한 해답을 쥐여주는 두물머리.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이고 든든한 배후이다. 울면서 찾아와 웃으며 돌아간다. 희망은 희망이 낳는 것이 아니라 결핍이나 절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간절하게 희망을 이룬 사람은 안다. 희망이 얼마나 귀하고 절실한가를. 가장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생각되는 그때가 가장 큰 희망의 기회라는 것을.
--- p.64

인생을 산을 오르는 것으로 본다면 마흔 즈음에는 내가 오를 수 있는 산, 내가 오를 수 없는 산이 분명하게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가 오를 수 있는 산을 정확하게 선택해야 산을 오르면서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곳을 향해 충실히, 더 진실하게,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할 나이가 마흔이다. 그렇게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해야 한다. 그러니까 마흔은 분명 다시 꿈을 꾸거나 꿈을 완성할 나이다. 그 꿈은 아무것도 몰랐던 젊은 시절의 꿈과는 다르다. 그동안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무리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렸다면, 이제는 느긋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가야 한다.
--- p.118

오늘 따라 밤은 망각보다 빨리 왔다. 4월의 밤, 유난히 박하 냄새가 짙다. 고통으로부터 당당히 이별하는 오늘. 낮이고 밤이고 비와 눈을 맞으며, 홀로 걷고 홀로 뛰던 나의 발. 그 등에 눈물 한 방울 떨어진다. 조용히 이별했다. 입가로 말간 웃음이 번진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도착할 곳을 향해 나는 다시 일어나 길을 떠난다. 아우성치는 행간의 숲으로.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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