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진로와 신앙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부모님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중에는 자신의 소명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 가운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질문해본 적 없는 사람이 타인의 소명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겠습니까? 왜곡된 시선과 고정관념, 비인격적이고 배려하지 않는 태도, 겉으로는 멋진 신앙인 같지만 가정에서는 학습 성취만을 강조하는 태도 등으로 자녀가 좀처럼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소명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만드는 부모님도 많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중심에 모시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소명을 좇아 살아가려고 애쓰는 부모만이 자녀에게 건강하고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1장」중에서
진로 고민과 탐색, 그리고 결정은 “예”와 “아니오”라는 두 가지 답 사이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진로를 물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명확한 직업이나 직장보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상황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기 위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따라 선택해야 할지 기도해야 합니다. ‘지금 내린 결정 때문에 내 인생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원대한 계획과 어긋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나이와 직업, 능력과 상관없이 그분이 원하시는 때와 자리, 상황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우리 하나님은 결코 무능력한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전능하시며, 모든 것을 다스리시고 역사하십니다. … 그런 의미에서 저는 불확실한 우리 인생이 참 좋습니다. 삶의 틀이 획일화되거나 규격화되지 않고 불확실하기에 오늘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2장」중에서
공부를 한자어로 옮겨 적으면 ‘장인 공’(工)과 ‘지아비 부’(夫)로 구성된 ‘工夫’가 됩니다. 이를 제대로 뜻풀이하려면, ‘지아비 부’(夫)를 ‘하늘(天)을 뚫고 나왔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공부(工夫)란, 한 분야의 장인(工)이 실력을 갈고닦아, 최고의 수준(天)을 뚫는 단계(夫) 곧, 이치를 깨닫는 상태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공부에 관해 이보다 적절한 해석이 있을까 싶습니다. 결국 우리가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 안에서 진학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했던 공부는 지극히 제한적인 공부라 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에 다다를 때까지 새로운 지식을 섭렵하고 알고 있던 지식에는 깊이를 더하며, 더 폭넓게 적용하려고 하는 과정으로 공부를 정의하는 것이 옳다고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께서 부여해주신 소명이 있습니다. …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온전히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부여해주신 달란트와 자원들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오직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를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이러한 삶의 열매들을 얻는 과정에서 응당 실천해야 할 중요한 임무일 수밖에 없습니다.
---「3장」중에서
상처로 인해 겪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치유하고 회복하려면, 과거로 돌아가 그 기억과 마주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과정의 끝에는 참된 자유가 있습니다. 상처는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게 우리를 붙들지만, 치유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고,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상처는 우리 안에 잠재된 달란트를 묻어버리고 발견하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하지만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의 자기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수용하고 잠재력을 보게 된다면,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소명의 길로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4장」중에서
진로와 인성은 우리의 삶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주제들입니다. 나이 먹고 어른이 된다고 고민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 시대와 사회의 변화가 갈수록 빠르고 폭넓게 일어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모든 세대가?다양한 상황에 융통성 있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인성(태도와 성품)이 필요해졌습니다. 또한 능력은 뛰어난데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남을 힘들게 하고 조직과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도 자주 보게 되지요. 그토록 바라던 대학과 회사에 들어갔지만, 대인관계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고 나오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인성은 소명의 길로 나아가는 이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인성교육은 소명·진로 탐색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청소년과 청년에서부터 노년기까지 아우르는 평생학습이 되어야 합니다.
---「5장」중에서
4년 후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저는 4형제의 엄마가 되었고 10년 전 진로와소명연구소를 시작했으며,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전에 제가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정의 회복과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를 가장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길이자, 순간순간마다 용기를 가지고 부딪쳐온 길입니다.
소명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이끌어가시고, 내 편에서는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성장시키며 살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저는 “소명은 주어지는 것인가, 만들어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둘 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인생의 걸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요.
---「6장」중에서
놀이의 감각이 살아난 사람은 활기를 되찾고 삶의 희열을 발견합니다. 환희의 순간을 경험한 사람은 함께 놀 친구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세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모두가 함께하고 싶어 하는 공동체로 계속해서 변화되어 갈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로서 제 가장 큰 바람도 아이들이 제대로 잘 노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목사로서 제 가장 큰 바람도 청소년과 청년들이 입시와 세파에 찌드는 대신 더 멋지고 창의적으로 놀 줄 아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제는 “놀지 말고 공부해라”, “그만 놀고 할 일해라”라는 잔소리 대신에 “신나게 놀아봐라”, “네 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멋지게 놀아봐라”라고 격려해주십시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놀이에 푹 빠져 희열을 맛보며 그 희열을 함께 나누다 보면, 교회는 영향력 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7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