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넌 하고 싶은 거 해.”
날 위로하려던 친구의 말이 내겐 왜 그렇게 아프게 다가왔을까? 자취방으로 돌아가며 후회했다. 아, 오늘은 그냥 죽도록 마실걸.
--- p.15-16, 「그 꿈을 포기하고 며칠을 울었다」 중에서
어느 누군가가 나처럼 나다움을 인정받지 못해 힘들어한다면, 이 시를 심판대 삼아 그에게 재심의 기회가 있다고 말해 줘야지- 다짐했다. 우린 그냥 우리잖아요. 나 아닌 다른 무엇이 아니라.
난 알고 있다. 남에게 하는 말은 오히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을.
--- p.25, 「여성스럽다는 말을 듣고 자라 온 남자들에게」 중에서
나는 성공한 주인공은 나여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건방진 얘기지만, 난 내가 남들과 달리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어리석거나 생각이 짧거나, 경솔한 보통 사람들을 보며 혀를 차는 걸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처럼 평가받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 p.33, 「나는 내가 잘난 사람인 줄 알았다」 중에서
아빠가 살아온 세월의 반도 채 살지 못한 나는 모자라고 어려서, 아빠의 그간 서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돈 버는 것 대신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인생을 즐기는 아빠를 응원하겠다는 것만은 변치 않을 것이다. 내가 아빠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아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다만 나는, 빨 리 더 성숙하고 어른이 되어서 내가 아빠의 항우울제가 되기를 바라 본다.
--- p.43, 「아빠가 우울증에 걸렸다」 중에서
혹여나 나와 같이 일반적이지 못해서, 주류나 보편성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손잡고 우리를 연습하자고 말하고 싶다.
--- p.71, 「나에게 동성 친구가 없는 이유」 중에서
살면서 수많은 불친절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친절함은 ‘무례함’과 ‘다정하지 않음’의 경계에 서 있기 마련이다. 무례함에 대해서는 충분한 분노와 응당한 조치를 해도 되지만, 다정하지 않은 것은 그러기 힘들다.
--- p.72, 「그래도 난 친절한 사람이 좋다」 중에서
그리고 엄마는 술에 취해 말했다.
“엄마는 우리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았을까? 엄마는 돈도 안 벌었고 배운 것도 많지 않은데. 그런데도 너희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일까?”
한 평생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키운 자식들에게 존경받는지를 의심하는 엄마.
--- p.83, 「엄마, 이제는 행복하게」 중에서
힘껏 뛰어야 겨우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다고.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두 배로 빨리 뛰어야만 한다고. 그러자 나는 걷기만 해서 이렇게 뒤로 밀려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91, 「서울에서 자취방 구하다가 토했어요」 중에서
“왜 이런 꿈을 가지고 태어났나 몇 번이고 저를 저주한 적도 있어요. 남들처럼 평범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 p.94, 「SBS 드라마 PD 시험을 봤다」 중에서
당장 돈을 벌기보다, 이루고 싶은 꿈에 한번 도전해 보는 사람들. 차가운 현실 앞에 무너지고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모두가 나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고, 나도 그들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각자의 슬픔은 각자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그렇게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주는 안정감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졌다.
--- p.96, 「SBS 드라마 PD 시험을 봤다」 중에서
아픈 걸 알면서도 왜 길들이려고, 나를 거기에 맞추려고 했을까.
--- p.103,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을 미워해도 될까?」 중에서
내 생일이었다.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이 케이크를 사다 줬고, 내게 고깔모자를 씌워 줬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후 불어서 껐다. 생일 선물을 받아 들고 고맙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단체 사진을 찍으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케이크를 자르고 접시에 덜어 친구들에게 나눠 주면서 말했다.
“얘들아. 사실 나 방금 문자로 면접 불합격했다고 통보받았어….”
--- p.109, 「생일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중에서
“모든 걸 놓아 버리고 엉망인 상태로 쓰러져 버리고 싶을 때, 언제든 그래도 돼. 그런 걸 언제든 말해도 돼. 기대도 돼. 어려워하지 말고 이제 조금씩 의지하는 연습을 하면 돼.”
--- p.111, 「생일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중에서
나만 이런 열등감을 느끼는 걸까? 남들도 이런 열등감을 느끼지만 참고 사는 걸까? 이십 대 초반엔 나의 열등함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깎아내렸다.
--- p.114-115, 「친구의 성공이 날 우울하게 할 때」 중에서
그러니까 내 삶이 정말로 소중한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괴로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그저 중간 정도에 불과하며,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 p.135-136, 「저는 27살로, 아직 이뤄 놓은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에서
이 일을 계기로 이것 하나만은 더욱 확실해졌다. 난 절대로 이기기 위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타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기 위해,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험을 말하니 친구는 다정함도 재능이라고 말했다.
--- p.146, 「나 때문에 우리 팀 팀장이 다른 팀 팀장과 싸울 때」 중에서
그래서 나는 가면극을 했다.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대하기 시작한 거다. 항상 웃었고 타인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했으며, 모두를 살뜰히 챙겼다. 나와 그들 사이에 대화가 비지 않게 끊임없이 말을 했다. 특히나 단체로 모였을 때는 가면극이 절정에 달했다.
--- p.150-151, 「나에게서 다정함을 착취하지 마세요」 중에서
맞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난 그런 부류였다. 나는 어떻게든 내가 맞다고 발악하는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그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걸 알았음에도 어떻게든 고집부리는 이유는, 이렇게까지 온 이상, 내 말을 도로 물려 버리면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존심의 문제인 거다. 여기서 물러나면 지는 거니까.
--- p.163, 「서울살이가 힘들어도, 고향엔 내려가지 않는 이유」 중에서
“고생 많았어요. 근데 그 사람들 진짜 웃기다. 오빠가 퇴사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사람들이 쉽게 내뱉었던 그 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했을 텐데. 함부로 말하는 거 진짜 비겁해요. 왜 사람들은 포기한 사람들에게 나약하다고 그럴까요? 포기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 p.171-172, 「괜찮아, 포기하느라 수고 많았어」 중에서
서로 잘하려고 너무 노력하고 참는 관계는 슬프다는 걸 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같이 걷는다는 것이 어울린다.
--- p.179, 「지평선, 지수 그리고 가면 쓴 광대들」 중에서
퇴사를 하고 나서는, 월세를 내는 25일에는 밥을 거르거나 컵라면 같은 것으로 때우고는 한다. 내가 낸 월세만큼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으니까. 내가 지금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으니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내리는 유죄 판결. 그리고 컵라면은 일종의 징벌인 셈이다.
--- p.191, 「월세 재계약을 했고 나는 오늘도 컵라면을 먹는다」 중에서
사실, 아니었다. 나아진 게 아니었다. 난 여전히 불안했다. 회사에서는 난 그저 소모품이었다. 소모품처럼 일하고 나서 받는 월급은 내게 안정감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나는 돈이 없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다는 친구의 심적인 안정감이 부러웠다.
--- p.199, 「누가 대학원이 도피처래, 나한텐 취직이 도피였는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