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없는 삶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잔인할 것이다. 하지만 진실에 대한 가정이 없는 삶은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학파의 도덕 이론가들이 정직을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기고, 아주 사소하고 무해한 경우 혹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거짓말」중에서
우리는 정비공이 자동차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건강을 받아들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몸을 관리만 잘하면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처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이 장기의 상태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라면 어떨까? 이것은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가 제안한 현상학적 관점의 핵심이다. 그는 건강이 ‘참여하고, 세상의 일부가 되고, 타인과 어울리고, 일상 업무를 적극적이고 보람차게 수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건강과 질병」중에서
버트런드 러셀은 “경쟁에서의 승리가 행복의 주요 원천으로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료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 이런 사고방식의 해악은 서머싯 몸의 원칙으로 이어진다. “개인적 성공을 거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더해 가장 친한 친구가 실패해야만 한다.”
---「경쟁」중에서
키르케고르는 ‘권태는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권태는 자극이나 할일의 부재가 아니라, 의미의 부재이자 공허함이었다. “권태는 얼마나 끔찍한가. 얼마나 끔찍하게 권태로운가.” 이런 종류의 권태는 어떤 일을 하는 것으로는 끊어낼 수가 없다. 인생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이유를 이해하고 의미를 되찾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권태」중에서
인간의 역량과 근본적인 인간성을 부정하지 않는 한, 점원에게 커피를 주문하는 것과 같은 거래는 문제될 것이 없다. 중요한 점은 사람을 단지 수단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명령은 성性적 관계의 영역에서 특히 까다롭다. 칸트는 순수한 성적 욕망이 타인을 그저 성욕의 대상으로 만들고 그들의 인간성, 필요, 욕구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일단 성적 욕망이 충족되면, 그 사람은 즙을 짜낸 레몬처럼 버려진다.”
---「대상화」중에서
우리는 우리의 몸과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우리가 ‘우리의 몸’이 ‘우리’와 동일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탑승해 있는 일종의 탈것이며, 돌아다니기 위해 필요하지만 실존의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
---「몸」중에서
불안은 인간의 조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무생물이나 다른 동물과 달리, 우리에게는 무엇을 할지 선택할 자유와 책임이 있다. 이처럼 미래와 그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불안을 야기한다. 키르케고르는 이 불안을 마음만 먹으면 뛰어내릴 수 있는 절벽 끝에서 느끼는 현기증에 빗대어 ‘자유의 현기증dizziness of freedom’이라고 했다.
---「불안」중에서
어떤 쪽을 선택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진정으로 삶을 뒤바꾸는 선택,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거의 없다. 버트런드 러셀은 이런 글을 썼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성공과 실패도 결국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선택」중에서
당신의 집을 둘러보면서 브랜드를 살펴볼 때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옷, 신발, 손목시계, 차, 냉장고, 가구의 브랜드를 생각해보라. 아주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시장 조사원은 당신의 목록을 보며 꽤 정확하게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거주하는 지역은 물론 교육 수준과 정치·사회·도덕적 가치까지도.
---「소비주의」중에서
우리에게 상실이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일부임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해 세네카는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어떤 것들을 결국 잃게 될 것이라는, 혹은 이미 잃어가고 있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들을 더 사랑하도록 자극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손실」중에서
어떻게 아이히만처럼 ‘평범한’ 사람이 수많은 희생자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을까? 아렌트의 대답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가 그 시대의 끔찍한 범죄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생각 없음 때문이었다.” 그는 그냥 생각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악」중에서
우리는 때때로 시간과 공간의 거대함과 비교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압도당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인간이라는 종이 사라지게 되리란 것을 깨닫는 순간, 학위 취득이나 승진 같은 목표는 이내 빛을 잃고 만다.
---「우주적 보잘것없음」중에서
이타주의에는 분명 이기적 동기가 포함될 수 있으며 그렇다면 굳이 칭찬할 이유가 없다. 세네카는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람들이 아픈 친구의 머리맡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그들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사실 유산을 바라고 있는 거라면, 그들은 썩은 고기를 기다리는 독수리와 같다.”
---「이타주의」중에서
인간 본성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나약하다면 결정적 순간에 그것이 우리를 실망시키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서로 돕는 사람들과 놀라운 희생정신을 목격할 때면 어느새 인간 본성이 훨씬 친절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떤 존재인 걸까? 사회에 의해 타락한 선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사회의 견제를 받는 악한 사람들일까?
---「인간 본성」중에서
아마르티아 센에 따르면 정체성은 ‘필연적으로 다원적’이다. “한 명의 인간은 아무런 모순 없이 미국 시민인 동시에 카리브해 출신, 아프리카 혈통, 기독교인, 진보주의자, 여성, 역사학자, 소설가, 페미니스트, 이성애자, 게이와 레즈비언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 영화 애호가, 환경운동가, 테니스 마니아, 재즈 뮤지션일 수 있다.”
---「정체성」중에서
몽테뉴는 죽음을 준비한다는 생각 자체에 의구심을 갖고 이렇게 조언했다. “어떻게 죽는지 모르겠다면 걱정할 것 없다. 자연이 당신에게 어떻게 죽는지 현장에서 알려줄 테니까, 명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죽음」중에서
우리가 비취약주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실천방안들이 있다. 전체적인 시야로 상황을 조망하기,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기, 피에르 아도가 ‘작게 쪼개서 봤을 때 언제나 견딜 만하고 통제 가능한 현재의 미세한 순간’이라고 설명한 것에 집중하기 등등.
---「취약성」중에서
희망은 소망적 사고와 실망은 물론, 사악한 쌍둥이 형제인 두려움과 함께 찾아온다. 하지만 희망은 자연스럽고 위로가 된다. 희망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의욕과 동기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더 나은 전략은 희망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희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