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장마리 에베이야르가 경고한 것처럼, 장기적인 보상은 가치투자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우수한 실적은 가치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그러면서 가치투자를 유지하는 사람들)만 올릴 수 있다. 장마리 에베이야르의 경우를 보자. 1979년부터 2004년까지 26년간 그는 소젠 인터내셔널 펀드(현재 퍼스트 이글 글로벌 펀드)의 수석 펀드매니저였다. 이 기간 그의 펀드는 연평균 15.76%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MSCI 선진국지수MSCI World Index의 연평균 수익률은 11.3%였다. 이런 장마리 에베이야르의 실적은 역대 최고의 격차로 그리고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시장을 이긴 실적 중 하나였다.
--- p.8~9
따라서 머지않아 가치가 다시 퇴색해질 수 있다. 가치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싼 주식을 사거나 싼 주식을 보유한 펀드를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그 주식의 가치를 인식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
--- p.12
그러나 내가 보기에, 상식에 기초한 가치투자의 기본은 여전히 유효하며, 국제적으로도 그렇다. 우리는 홍콩 주식이든, 일본 주식이든, 프랑스 주식이든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주식을 본다. 사람들은 늘, 현지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현지인처럼 투자하고 싶지는 않은가? 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다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주식을 사는 일은 결코 없다.
--- p.16
“우리는 금을 상품commodity이 아니라 극단적인 결과에 대비한 일종의 보호수단으로 본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1~2주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긴 기간 동안 하락한 대부분의 시기에 금 가격은 상승했으며, 이는 우리의 주식 포트폴리오가 받은 타격을 일부 상쇄해줬다. 그렇다고 우리가 보호수단으로 무작정 금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금의 보호 프리미엄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할 때, 혹은 보호수단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릴 때가 올 수도 있다.”
--- p.19
이 책은, 가치투자가 왜 타당한 투자법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있었던 (한 가지 큰 실수를 포함해) 우리의 주요 투자 사례들을 소개하고, 장기적으로 가치투자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금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 그리고 보통주 외의 다른 특별한 투자 기회들도 설명하고자 한다. 아울러 내가 어떻게 가치투자자가 되었으며,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할 생각이다.
--- p.26
요컨대 주가가 현행 내재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그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해자에 대한 진정한 확신이 있고 장기적인 내재가치의 예상 증가치가 평범한 수준 이상일 것이라고 믿는다면(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지 못해 죄송하다), 내재가치에서 할인된 폭이 적거나 전혀 없는 가격에도 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레이엄 식의 안전마진이 없어도 워런 버핏이 말한 해자가 충분하다면 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것이다.
--- p.42
기업의 ‘질적 특징’과 관련해,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기업의 ‘주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요 강점과 약점이 4~5개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머지 특징들은 사소한 것이며, 무시해도 별문제가 없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점이든 약점이든 그 기업의 주요 특징은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p.47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한 기업이 복리수익을 내는 좋은 ‘해자 기업’이라고 (옳든 틀리든 간에) 강하게 믿는다면, 주가가 조금 혹은 다소 과대평가되었다고 해서 매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주가가 크게 과대평가되었다면, 최소한 보유량의 일부는 매도해야 한다.
--- p.56~57
기술적 매매자들이 시장에서 승리할 수도 있겠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볼 때, 차트에 기초한 이른바 기술적 매매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다만 충분히 많은 사람이 그것을 믿는다면, 잠시 동안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p.62
내가 많이 활용하는 평가 지표는 EBIT 대비 기업가치배수(EV/EBIT)다. 지금까지의 투자 사례들을 보면 다소 좋은 기업의 경우 EV/EBIT 6~8배까지, 정말 매력적인 기업은 8~10배까지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이 가운데 아주 예외적으로 어떤 기업은 EV/EBIT가 10~12배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EV/EBIT가 매우 낮고 순현금이 매우 많은 경우는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EV/EBIT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산술적으로 그렇다. 이론적으로 보면, 오늘날에는 금리가 매우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EV/EBIT 배수에도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 p.64
가치투자자들은 독립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따라서 두 명의 가치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이들이 서로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 두 가치투자 거장의 가르침을 자신에 맞게 적절히 조정한다.
--- p.75
월스트리트와 다른 여러 나라 투자업계의 분석 대부분은 그 시간지평이 6~12개월이다. 그런데 단기적인 시간지평을 가지고 기업을 보는 것과 장기적인 시간지평을 가지고 기업을 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 따라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분석은 가치투자자에게는 별 쓸모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부분의 분석 작업을 스스로 해야 한다.
--- p.87
나는 가치투자자이며, 따라서 군중을 따를 생각은 없었다. 사실 내가 우리 회사 애널리스트들의 도움을 받아 28년 동안 책임지고 있던 퍼스트 이글 글로벌 펀드와 13년 동안 책임지고 있던 퍼스트 이글 오버시스 펀드의 실적 상당 부분은, 내가 보유하지 않은 것들 (1980년대 말에는 일본 주식, 1990년대 말에는 TMT 주식,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에는 은행 주식들) 때문에 가능한 실적이었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