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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려거든 길이 되어라

길을 가려거든 길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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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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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84g | 135*188*20mm
ISBN13 9791191384062
ISBN10 119138406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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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세상이고, 당신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문제예요. 혹 운 좋게 나가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거든, 아 곧 별이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혹 새벽이라면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아도 좋아요. 여전히 세상은 세상이고 당신은 당신이에요.
--- p.56

내전을 거치더라도 남아있는 이 성채, 그 위에 핀 한 송이 꽃. 이것도 열정의 잔재인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열정이 이런 싸움과 영토 분쟁으로 드러났는가? 혹자는 말한다. 내전까지 포함해서 문화와 문명을 만든 열정이란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사람의 사랑 때문이라고. 과연 그러한가?
--- p.64

호메로스의 인간 인식은 단편적이지 않다. 예를 들자. 오디세우스가 그의 동료들을 포세이돈의 횡포에 의해 잃고 난 뒤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슬픔에 잠겼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기기는 하나,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잠을 자고, 그래서 다시 슬픔이 밀려오면 통곡을 한다.
--- p.102

프랑스의 정치인이 사생아를 가진다?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나이가 대통령보다 매우 많다? 동성 연애와 동성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 한국이라면 사회적 이슈가 되고도 남을 일들이 프랑스에서는 단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라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이런 문제에 관한 한 프랑스의 입장은 단순하다. 성적인 이미지가 타인에게 고통을 주거나 괴롭히거나 폭력을 유발하지 않는 한 그것을 제약할 이유는 없다. 똑같은 이유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거나 괴롭히지 않는 한, 인간의 아랫도리에서 일어난 일로 그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된다. 사람도 욕망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69

부지런히 이야기를 들어본다. 무대는 바로 이 일헤우스.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절, 코코아를 둘러싼 작은 부락의 권력관계, 정부와 치정에 얽힌 이야기, 그에 따른 복수 이야기, 그리고 하시드와 가브리엘라의 사랑 이야기. 그런데 제목이 왜 이럴까? 가브리엘라는 사람 이름. 계피는 이 여성의 피부 색깔, 그럼 정향은? 이 여성의 몸에서 나는 냄새란다. 냄새라는 명사에는 좋은 어감이 없으니 ‘정향 향기가 은은한 몸’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읽지도 않은 책에 이런 찬사는 우습지만 그 제목에서 벌써 브라질 내음이 난다.
--- p.209

50년의 세월을 두고 등장한 이 두 번째 피에타에는 첫 번째 피에타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니고데모와 막달라 마리아가 등장한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주인공이 아니다. 또 다른 변화는 첫 번째 피에타에서는 예수가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누워 있었는데, 여기서는 니고데모가 예수의 뒤에서 예수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고 마리아는 예수의 뒤에서 그를 부축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 p.309

프라하라는 도시. 환전수수료로 원금의 25%를 떼어가는 도시. 그래도 사람들은 프라하성의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찬사를 던진다. 그래서 말한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중개수수료로 원금의 25%를 떼어가는 것은 곱지 않은 것이고, 길을 헤메는 이방인을 친절히 대해주는 시민들은 정다운 것이고, 길거리의 모퉁이에서 구걸을 하는 집시와 노숙자는 아쉽고 실망스러운 것이다.
--- p.346

만다라와 연금술. 칼 융이 왜 이런 세계에 빠졌는가? 그에게 있어서 둥그런 원으로 표시되는 만다라는 완전성의 상징이다. 인간을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신의 속성과 동물의 속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이 지향해야 할 완전성의 표상으로서 만다라를 보았다.
--- p.359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김기홍의 산문집을 읽는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대상에 대한 인식을 통해 사물의 내면과 감정을 병치시키는 감각을 목도했다. 그는 “내가 어떤 대상을 그릴 때, 나는 내가 본 것이 아니라 내가 발견한 것을” 그린 피카소의 말을 곱씹을 줄 아는 작가다. 그의 몽상을 따라 여행을 나서면 ‘이미지와 언어’가 길에서 얻은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행지에서 맛본 자잘한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독함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일상의 소음에 묻혀 사는 나는 김기홍의 산문집을 통해서 “길 위에서 꿈꾸는 자의 영혼이 왜 아름다운지”를 다시 성찰하게 되었다. 그의 서늘한 눈동자로 본 풍경과 사람들, 그가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할 때, 그는 사물의 내면과 깊이 동화되었으리라. 이 산문집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사물의 체온이 몇도 인지 찾아보면 좋겠다.
- 이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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