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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상)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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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596g | 145*210*23mm
ISBN13 9791164389674
ISBN10 11643896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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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이니까 45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입니다. 당시 잡지 〈주오코론(中央公論)〉에 데뷔작이었던 《르네상스의 여인들》의 연재를 끝낸 저는, 잡지 연재 중에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써주신 하야시 겐타로 선생님과 만날 기회를 얻었습니다. 당시 선생님과 저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뭘 써줄 건가요?” “언젠가 프리드리히 2세를 쓸 생각입니다.” “오호! 왜?” “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냥 마음이 가는 남자라.” “칸토로비츠의 평전이 있는데요.” “그건 이미 샀습니다. 하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도쿄대학교 총장이 되실 때까지 독일 근현대사를 가르친 역사학자였습니다.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알아주셔서 기뻤습니다. (…)

그리고 이러한 중세 작품의 마지막이 이번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입니다. 이번에는 그리스도교 세계 내부의 대립으로, 교권과 왕권을 둘러싼 대결이므로 중세를 다룬 작품의 ‘진수’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여하튼 이들 작품은 중세 천 년을 무대로 했다는 점은 같습니다. 같은 시대를 조명하면서 대상만 바꿔 썼다고 해야겠죠. 그러므로 읽어주시는 당신에게 제가 보증할 수 있는 딱 한 가지는, 중세를 다룬 저작 중에 ‘진수’라는 느낌이 있는 ‘프리드리히’를 읽으시면 중세가 어떤 시대였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중세의 무엇이 고대와 다르고, 왜 중세 다음에 르네상스가 일어나는지도 알게 되겠죠.
---「독자에게」중에서

강화를 위한 교섭이 야파와 가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은 1228년 11월부터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1229년 2월, 교섭이 드디어 타결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그동안 줄곧 끈질기게 교섭해온 프리드리히에게 유리했다. 2월 18일 아침, 야파에서는 십자군 총사령관 자리에 오른 튜턴 기사단단장 헤르만이 동석한 가운데 동의가 이루어진 강화에 프리드리히가 먼저 서명?날인한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가자에서 알 카밀도 서명·날인을 끝낸다. 직접적으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강화를 성립시킨 것이다. (…)

그런데 이 강화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그리스도교 측에서도 이슬람 측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이슬람 측은 우선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술탄 알 아쉬라프가 성도 예루살렘을 적에게 양보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알 카밀의 위세가 너무 확고했으므로 그 목소리가 이슬람 전역으로 번지지는 못했다. 알 카밀이 이 동생을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이슬람교도들의 십자군 관련 기록에서는 이 강화를 이슬람교도의 ‘치욕’으로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측에 일어난 무시무시한 반향은 이슬람 측의 반응을 훨씬 능가했다. (…)

총주교는 한술 더 떠서 교황에 급히 편지를 보냈는데 그 안에서 다음과 같이 프리드리히를 비난했다. “이 황제는 그리스도교도의 황제로서 전혀 가치가 없습니다. 무능하기만 한 남자로 사라센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밖에 모르며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들에 대한 감사의 말뿐입니다. 불신앙의 무리마저 그를 경멸하는 상황입니다.” 총주교 제라르도로서는, 강화에서 볼 수 있는 프리드리히의 이교도 존중과 그들과의 공생이라는 사고방식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총주교의 편지를 받은 교황도 프리드리히에 대한 평가를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시킨다. 이 교황이 파문을 풀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성직자들에게는 이교도와 교섭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스도교도로서 잘못된 행위가 된다. 성도 예루살렘의 ‘해방’은 이교도와의 대화가 아니라 그리스도교도의 피로 이루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물며 그 성도의 일부를 ‘이슬람 지구’로 인정한 해방이라니, ‘해방’이라 부를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교도에게도 그들의 성역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교도 간의 공생은 영원히 실현할 수 없는 일이었다.
--- p.239~244

작가는 저작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프리드리히에게도 매사냥을 논한 책이 있다. 하지만 그는 저작을 통해서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니었다. 행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부류에 속하므로 그에게 행동은 그의 ‘작품(Opera)’이라 할 수 있다. 제6차 십자군도 그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를 완성한 후에는 다른 ‘작품’에 착수한다. 그것은 십자군 원정이라는 가업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고 또 파문이라는 성가신 문제로부터 풀려난 삼십 대 중반의 에너지를 모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법에 근거한 국가 형성’이었다. (…)

즉 ‘로마법대전’에는 고대 로마 시대의 법률을 배우는 데 가장 적합한 기초를 제공한다는 공적이 있으나 프리드리히에게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 그의 머리에는 봉건 사회를 중앙집권국가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종교를 배제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법률에 기초하는 수밖에 없고 그에 사용될 법률이 있으면 좋겠다, 없다면 새로 만들자는 생각뿐이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학문적인 흥미가 아니라 사람들의 실생활에 이익이 되는 것이었다. 이 차이는 사용한 단어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유스티니아누스의 ‘Codex’는 법률을 모았다는 의미만 지닌다. 한편 프리드리히의 ‘Constitutiones’는 현대적으로 바꾸면 ‘헌법’이다. 통치의 기본 방침과 그를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법령을 열거한 것이므로.
--- p.274~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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