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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형식

영혼과 형식

리뷰 총점9.5 리뷰 4건 | 판매지수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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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26쪽 | 508g | 148*210*30mm
ISBN13 9791160870817
ISBN10 116087081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의 친구에게!
이 책에 실을 에세이들이 내 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 에세이들을 출판해도 될지, 그것들이 새로운 통일을 이루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지 자문해본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에세이들이 ‘문학사’ 연구로서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것들을 그 자신의 새로운 문학적 형식으로 만들 수 있는 무엇이 그 에세이들 속에 있는가 하는 문제일 뿐이다. 만약 통일이 존재한다면 그 통일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을 명확하게 밝히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나와 내 책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는 좀 더 중요하고 좀 더 보편적인 문제인 것이다. 즉 그러한 통일이 가능한지의 문제이다.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참으로 훌륭한 글들은 어느 정도 문학적 형식을 지니고 있는가, 그 글들의 이러한 형식은 어느 정도 독립성을 지니고 있는가? 그 글에 담긴 관점과 그 관점의 형태는 작품을 학문의 영역으로부터 어느 정도 들어 올려, 그러나 아직 양쪽의 경계는 흐릿하게 하지 않고 그것을 예술의 반열에 위치시킬까? 그 관점과 그 관점의 형태는 삶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 필요한 힘을 작품에 어느 정도 부여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그 작품을 철학의 차디찬 최종적인 완벽성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질문은 에세이라는 그러한 글에 대한 유일하게 깊이 있는 변호인 동시에, 물론 그 글에 대한 깊디깊은 비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여기서 제시하는 질문의 기준에 의해 그 글이 맨 먼저 평가될 것이고, 그러한 목표가 정해지면 그 글이 이러한 목표에 얼마나 미흡한지 맨 먼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 p.40

모든 글쓰기는 세계를 운명적 관계의 상징 속에서 서술한다. 운명의 문제는 어디서나 형식의 문제를 규정한다. 이러한 통일, 이러한 공존이 너무 강력하기에 하나의 요소는 다른 요소 없이는 결코 등장하지 않고, 여기서도 양자의 분리는 추상의 방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내가 여기서 실행하려는 분리는 실제로는 강조의 차이에 불과한 것 같다. 즉 문학은 운명으로부터 자신의 프로필과 형식을 얻고, 형식은 거기서 언제나 운명으로서만 나타난다. 에세이스트의 글에서 형식은 운명이 되고, 운명을 창출하는 원칙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즉 운명은 사물들을 그것들의 세계 바깥으로 끄집어내서, 본질적인 것을 강조하고 비본질적인 것은 제거해버린다. 그러나 형식은 그렇지 않으면 우주 속에서 공기처럼 사라져버릴 재료에 한계를 정한다. 달리 말해 운명은 모든 다른 사물과 같은 원천에서 유래하는데, 그것은 사물들 중의 사물이다. 반면에 외부에서 볼 때 무언가 완결된 것으로 간주되는 형식은 본질이 다른 것의 한계를 정한다. 사물들을 정리하는 운명이 사물들의 살 중의 살이고, 사물들의 피 속의 피기 때문에 에세이스트의 글에서 운명은 발견되지 않는다. 일회성과 우연성을 빼앗긴 운명은 이러한 글들의 형체 없는 다른 모든 재료가 그렇듯이 공기처럼 비물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운명은 이러한 글들에 형식을 부여할 수 없을뿐더러, 이러한 글들 자신은 형식을 농축시킬 어떠한 자연스런 경향과 가능성도 갖지 못하게 된다.
--- p.53

카스너는 세계문학에서 가장 플라톤주의자적인 문필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내면에서는 확실성에 대한 동경, 기준과 도그마에 대한 동경이 믿을 수 없을 만치 강하게, 그러나 믿을 수 없을 만치 은폐되어, 격렬한 아이러니에 감싸인 채 엄격한 이론의 탈을 쓰고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로 하여금 모든 기준을 버리게 하고, 인간을 위대한 종합이라는 장식적 조화 속에서가 아니라 고립이라는 강렬한 빛에서 바라보게 하는 그의 의심과 망설임은 숭고하다. 카스너는 마치 두 눈을 감고 종합을 보는 것 같다. 그는 사물을 바라볼 때 너무 많은 시시콜콜한 세부, 즉 결코 되풀이해서 더 이상 볼 수 없을 만치 많은 것을 보기 때문에 모든 요약은 거짓으로, 의식적인 왜곡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동경을 따르며, 사물을 전체로서―가치로서―파악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하지만 그의 정직성은 즉각 사물들을 다시 바라보도록 강요한다. 그리고 사물들은 다시 한 번 분리되고 고립되며 공중에서 떠도는 상태가 된다. 카스너는 이 두 가지 양극 사이의 동요를 양식(Stil)이라 규정한다. 그가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의 순간, 다시 말해 파악된 종합이 실재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사실들이 한순간이나마 여전히 가치 속에 싸여 있어서, 사물들 사이의 꿈 꾸어온 연관 관계를 깨트려버릴 정도로는 아직 강하지 않을 때의 순간은 아름답다. 그리고 눈을 감을 때의 순간, 그래서 놀랄 정도로 자세히 보이는 사물들이 동화에 나오는 성의 홀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끝없는 기다란 대열에 끼어드는 순간 역시 아름답다. 그들은 아직 살아있지만, 단지 상징이나 장식으로서만 살아있을 뿐이다. 카스너는 선이 굵은 열정적인 몽상가다. 하지만 그의 양심 때문에 분명 인상주의자기도 하다. 이러한 이원성은 문체를 강렬히 불타오르게 만드는 동시에 꿰뚫을 수 없이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 p.87

어떤 사람과 다른 삶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어떤 삶이 절대적이냐 또는 단순히 상대적이냐, 서로 배타적인 대립들이 서로 선명하게 영원히 분리되어 있느냐 또는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그 차이는 삶의 여러 문제가 ‘이것이냐 또는 저것이냐’의 형식으로 제기되느냐, 또는 길이 언젠가 나누어지는 것 같을 때 ‘이것뿐만 아니라 저것도’가 그에 대한 현실적인 표현인가 하는 점이다. 키르케고르는 항상 ‘나는 정직해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직은 단어가 지닌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다름 아닌 시적인 원칙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의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단의 의무, 즉 선택한 모든 길과 모든 갈림길에서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무였다.
--- p.103

노발리스는 낭만주의 유파의 유일한 진정한 시인이다. 그에게서만 낭만주의의 전체 영혼이 노래로 변했고, 오직 그만 그 영혼을 표현했다. 다른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아무튼 시인이었다면, 단순히 낭만주의적인 시인에 지나지 않았다. 낭만주의는 그들에게 단순히 새로운 모티프를 제공했고, 단순히 그들의 발전의 방향을 바꾸었거나 또는 그것을 풍부하게 해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새로운 감정을 내부에서 인식하기 이전에 벌써 시인이었고, 그들이 모든 낭만주의적 요소로부터 등을 돌린 후에도 시인으로 남아 있었다. 노발리스의 삶과 작품은―이런 말은 아무 소용이 없긴 하지만, 이러한 진부한 상투어는 유일하게 적절한 표현이기도 하다―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의 삶과 작품은 그러한 통일체로서 전체 낭만주의의 상징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삶 속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길을 잃은 낭만주의 시는 그의 삶을 통해 구원된 뒤 다시 순수하고 진정한 시가 된 것 같다. 그의 작품에서 낭만주의의 모든 시도는 단순한 시도에 그치고 말았다. 낭만주의의 통일에의 의지는 필연적으로 언제나 단장(斷章)에 그칠 수밖에 없었지만, 노발리스에게서만큼 그렇게 순전한 단장으로 머문 경우는 없었다. 노발리스는 바야흐로 창작을 시작해야 할 무렵에 죽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삶에서 단지 그림같이 아름다운 파편 더미만을 남겨놓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 더미에서 몇 개의 훌륭한 작품을 발굴해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삶을 구성요소로 해서 지었을 건축물이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 경탄의 마음으로 자문하게 된다. 그가 걸은 길은 모두 목표로 통하고 있었고, 그가 던진 질문은 모두 답변이 되었다. 낭만주의의 모든 유령과 신기루는 노발리스에게서 견고한 실체를 얻었다. 그만이 낭만주의의 도깨비불에 현혹되어 밑바닥 없는 수렁에 빠지지 않았다. 그의 눈은 모든 도깨비불을 별로 간주할 능력이 있었고, 그 역시 별들을 좇아 날아갈 날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끔찍한 운명과 맞닥뜨린 장본인이었고, 그만이 이런 투쟁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삶을 지배하려던 모든 낭만주의의 탐구자들 중 노발리스는 유일하게 실천적인 삶의 예술가였다.
--- p.144

부르주아의 삶의 방식과 예술을 위한 예술. 이러한 상호 배타적인 양극단이 한 인간에게서 공존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체험되고, 그럼에도 한 인간의 삶에서 서로 결합될 수 있을까? 삶이 부르주아적으로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부르주아적인 직업, 그 자체만으로 보자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어떤 것을 통해서다. 그러한 직업에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둔다 한들 그 직업은 인격을 고양시키는 열기를 낳을 수 없으며, 그 직업의 인기가 떨어져 쇠퇴하더라도 기껏해야 두세 사람밖에는 눈치채지 못한다. 진정한 부르주아 정신은 이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받아들일 것과,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영혼에 아무런 자양분을 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문제에 전적으로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참다운 부르주아에겐 그의 부르주아 직업은 일이 아닌 삶의 형식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내용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템포, 리듬, 윤곽, 한마디로 말해 삶의 양식을 규정하는 어떤 것이다. 따라서 부르주아 직업이란 삶의 여러 형식과 전형적인 체험들이 신비롭게 상호 작용을 한 결과 모든 창작 행위에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어떤 것이다.
--- p.151

서정시인 슈토름은 어느 모로 보나 이러한 발전의 종점이다. 모든 단순한 모티프들은 오래전에 모두 사용되어버렸다. 그에 더해 뫼리케는 언어의 이미지를 부자연스러운 정도까지 발전시켰고, 하이네는 지적인 가치를 순수한 분위기와 섞음으로써 이미 형식을 실제로 파괴시켰다. 슈토름은 두 사람의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 새로운 가치를 극히 단순하고 엄격한 옛 형식으로 되돌려놓는다. 하지만 슈토름의 경우 이러한 단순성은 이미 일종의 의식적인 양식화이고, 어떤 위대한 발전의 최종적인 장식적 통합이다. 슈토름의 시는 의도적으로 원시적인 단순성으로 과거의 이미 다소 무뎌진 모든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첨예하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번의 시도에서는 그 뾰족한 끝이 부서질 수밖에 없었다. 슈토름 이후에는 이러한 길 위에서 공허하고 유희적인 매너리즘밖에 존재할 수 없었다. 진정으로 훌륭한 시에서 보듯이 슈토름의 경우에는 이처럼 지극히 깊은 울림을 주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럼에도 북독일적인 성격을 띠는 엄격한 시는 아직 온갖 매너리즘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하이네의 서정시에 아이러니와 감상성이 결합되어 있듯이 슈토름의 서정시에서도 엄격함과 감상성이 서로 만나고 있다. 그러나 슈토름의 서정시에서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융합되어 있어서, 하이네의 경우에 가끔 그랬던 것과는 달리 그것이 시의 효과를 파괴할 만큼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지는 않다.
--- p.192

슈테판 게오르게의 노래들은 방랑의 노래들이다. 그 노래들은 끝없어 보이는 위대한 방랑의 여정에서 정거장들이다. 그 길은 확실한 목표는 있지만, 어쩌면 어떤 곳으로도 나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노래들은 하나의 위대한 연작시이자 위대한 장편 소설을 이룬다. 그것들은 모두 합쳐져 서로를 보충하고 서로를 설명하며, 서로를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키며, 서로를 강조하거나 세련되게 해준다(그러니 이 모든 것은 의도된 것이 아니리라). 그 노래들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방랑과 같다―『감정교육』에도 약간 그런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빌헬름 마이스터의 방랑은 아무런 모험이나 사건도 없이 전적으로 내면으로부터, 전적으로 시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서 보여주는 사건은 오로지 영혼의 성찰일 뿐이다. 다시 말해 풍부함의 원천이 아닌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것만을 보여줄 뿐이다. 어디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단지 길을 잃고 헤매는 것만을 보여줄 뿐이다. 함께 나란히 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별의 고통만을 보여줄 뿐이다. 서로 만남으로써 유기적 일체감에 이르는 모습이 아니라 위대한 만남으로 인한 격렬한 기쁨만을 보여줄 뿐이다. 단지 회상의 달콤한 멜랑콜리와 무상한 것을 바라볼 때 생겨나는, 쓰라린 즐거움으로 가득 찬 지적인 황홀감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고독, 숱한 고독과 홀로 가는 여정이 있을 뿐이다. 고독에서 고독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방랑의 여정 전체는 인간의 공동체를 지나쳐 버리고, 위대한 사랑의 덧없음을 두루 겪으며 자신의 고독 속으로 되돌아간다. 그런 다음 새로운 길을 따라 고통으로 더욱 순화된 고독, 점점 더 고상하고 점점 더 궁극적인 고독을 향해 나아간다.
--- p.200

샤를-루이 필리프가 쓴 모든 책의 배경을 이루는 것은 가난이다. 그 책들에서 가난은 에로스에 관한 논의에서처럼 상징으로서뿐만 아니라 진실로 동경의 어머니이다. 샤를-루이 필리프는 소도시에 사는 소시민의 가난을 그려내는 작가이다. 이러한 가난은 무엇보다도 하나의 사실로, 단순하고 가혹하며 반낭만적이며 자명한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자명성이 그 가난을 투명하고 빛나게 만든다. 그의 작중 인물들은 약간의 자유와 약간의 햇빛을 갈망하며 가난에서 벗어나기를 동경한다. 그들은 이미 꿈속에서조차도 그들 세계의 달콤하고 조그만 크기를 지닌 무언가, 우리가 ‘삶’이라는 단어로만 묘사할 수 있는 무언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실제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빌자면 약간의 돈이나 좀 더 높은 지위를 의미하는 무언가 막연히 위대한 것을 동경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동경은 실현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진정한 동경이다. 이 같은 사람들의 가난은 외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그들이 가난한 것은 가난하게 태어났다거나 가난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영혼이 가난한 존재로 미리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난은 세상을 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 가난은 명료한 말로 표현된 뭔가 다른 것에 대한 혼란스러운 동경이고, 버리고 싶은 것에 대한 훨씬 깊은 사랑이다. 또한 회색의 단조로운 삶에서 색깔에 대한 동경이고, 이와 동시에 똑같은 단조로운 환경에서 풍부한 뉘앙스의 색을 발견하는 것이다. 가난은 영원한 귀향이다. 그것은 필리프가 쓴 작품 주인공의 전형적인 운명이다.
--- p.233

누군가가 죽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고, 어쩌면 매우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단지 몇 시간이나 며칠, 어쩌면 몇 달 동안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런 뒤 다시 모든 것이 조용해지고 삶이 예전처럼 진행될 것이다. 혹은 한때는 불가분의 전체로 보였던 어떤 것이 천 갈래의 조각으로 찢어질 수 있고, 어쩌면 삶이 그때까지 꿈꾸어온 의미를 한꺼번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불모의 동경으로부터 새로운 힘이 꽃피어날지도 모른다. 또한 어떤 것이 붕괴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는 다른 무언가가 세워질 수도 있다. 어쩌면 두 가지 중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두 가지가 모두 일어날지도 모른다.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누가 그것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 p.247

비극적 기적의 지혜는 한계의 지혜이다. 기적은 언제나 명백한 것이다. 모든 명백한 것은 두 개의 방향으로 세상을 가르고 지시한다. 모든 끝은 언제나 도착인 동시에 중단이며, 긍정인 동시에 부정이다. 즉 모든 정점은 정상인 동시에 한계이며, 삶과 죽음의 교차점이다. 비극적 삶은 모든 삶 중에 가장 배타적으로 현세적인 삶이다. 그 때문에 비극적 삶의 한계는 언제는 죽음에 용해되어 사라져버린다. 실제적인 평범한 삶은 그 한계에 결코 도달하지 못하며, 죽음을 단지 섬뜩하게 위협하는 것, 무의미한 것, 삶의 흐름을 갑자기 단절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비적인 것은 그 한계를 뛰어넘으므로, 죽음의 모든 현실적 가치를 빼앗아버린다. 비극에 있어서 죽음―한계 그 자체―은 비극적인 사건 하나하나와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언제나 내재적인 현실이다. 그 이유는 비극의 윤리학에서는 시작된 모든 것을 죽음까지 몰고 가는 것을 정언적 명령으로 내세워야 할 뿐만 아니라 비극의 심리학 역시 죽음의 순간, 의식적인 마지막 순간에 대한 학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때 영혼은 현존재의 광범위한 풍부함을 이미 포기했으며, 자신에게 가장 심오하고 가장 고유하게 속하는 것에만 매달릴 뿐이다. 이 같은―다른 많은―부정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순전히 긍정적이고 삶을 긍정하는 의미에서도 죽음은 비극의 내적인 현실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한계를 체험하는 것은 영혼을 일깨워 의식과 자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혼이 자신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이처럼 제한받기 때문이다. 파울 에른스트의 어느 비극의 끝에는 바로 그런 문제가 표현되어 있다.
--- p.348

당신의 추측은 옳았습니다. 다시 말해 나는 당신 아들이 죽기 이틀 전에 그와 만났습니다. 나는 내 여동생이 자살한 후 신경증 증세로 짧은 여행을 해야 했습니다. 내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에게서 이런 엽서가 와 있었습니다. “내가 찾아가기를 기다리지 말아요, 마르타.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도착을 알려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사람입니다. 당신이 보기에 내가 아직 사람인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당신 생각은 틀렸습니다.” 나는 걱정이 돼서 바로 그날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는 서재의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안색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불의의 사고가 일어난 뒤 처음 며칠 동안 내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그의 분별없는 태도나 말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는 분명하고도 조용히, 또 간단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마음의 안정을 완전히 찾은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와 꽤 오랫동안 같이 있었습니다. 나는 우리가 나눈 대화의 모든 중요한 부분을 당신에게 전해주려고 합니다. 그러면 당신도 많은 일을 보다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니까요. 나의 기억 속에는 그의 행위가 거의 섬뜩하리만치 선명히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그 일을 예상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반대로 거의 완전히 안심한 채 기분 좋게 그의 곁을 떠나왔다는 것이 지금 완전히 불가사의하게 생각됩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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