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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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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60g | 131*204*21mm
ISBN13 9788934988731
ISBN10 893498873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정부에서는 우리를 소수인종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공식 분류는 ‘1급 보호대상 소수인종’으로, 인류 문명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인종이라는 뜻이다. 즉 머지않은 미래에 멸종해버릴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진화에서 도태되었다. 개나 다람쥐나 고라니가 그랬듯, 참새나 꿩이나 까마귀가 그랬듯,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감소했다. 아무도 우리가 도태되어 사라질 지경에 이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흔하고 너무 많았으니까. 이제 와서는 믿을 수 없는 전설처럼 들리지만, 한때 우리는 전 세계 인구 절반을 차지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그저 ‘인간 여자’였고, 지구의 아무 데서나 터전을 꾸리고 살았다고 한다.
--- p.13

라비는 열여섯 살 때까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할머니가 죽기를 빌었다.
라비는 할머니의 양육 방침을 견딜 수 없었다. 할머니는 라비가 공용어를 쓰지 못하게 금지했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쓰지 않는 옛말만을 가르쳤고, 라비가 이웃들에게서 주워들은 공용어를 떠듬떠듬 입에 올리는 것을 들으면 호되게 야단을 쳤다. 라비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갈 수도 없었다. 라비의 교사는 할머니뿐이었고, 라비의 학교는 마을에서 가장 호젓한 곳에 자리한 방 두 칸짜리 집과 거기에 딸린 뒷마당,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진 숲과 연못뿐이었다. 그곳에서 라비는 옛날이야기와 노래, 미신, 민간요법 따위를 배웠다. 나무껍질을 얼기설기 짜서 엮은 옷을 걸치고 얼굴을 무시무시한 색깔로 칠하고 춤을 추는 법. 식물의 열매를 짓이기거나 뿌리를 태우거나 기름을 짜내는 법. 야자의 속을 파내거나 가루를 내고 죽을 쑤는 법. 뒷마당에서 할머니가 키우는 닭과 꿩의 고기를 가지고 질릴 대로 질린 음식을 질리도록 만드는 법.
--- p.66

두 아들 모두 아주 성에 차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봐줄 만한 여자에게 장가를 들였다. 죽을 때까지 먹고살 걱정은 없을뿐더러 자식들에게 물려줄 집도 있고 이 집은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것이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버린 남편의 빈자리였다. 경숙은 남편이 지금 자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대기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정부에서 감염병 관리를 위해 인구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으로 저개발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기청정탑을 세우고, 결국 그 지역들의 집값이 껑충 뛴 이 세상.
--- p.140

요즘 ‘강시병’ 때문에 한창 뉴스가 시끄럽기는 하다. 가난한 집 애들이 곧잘 걸리는, 얼굴이 푸르스름해지고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강시처럼 발작을 하는 병 말이다. 성규의 과에도 그런 애가 한 명 있는데, 강의 중에 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애는 자기가 음영지대 출신이라는 티를 조금도 내지 않았고 언제나 비싼 옷을 입고 다녔기에 더욱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여간 없는 집에서 자란 애들이 더 허세가 심하다. 형편이 좀 나아지니 그 사실을 어떻게든 과시하고 싶어서 안달을 하지만, 가난했던 과거는 어떻게든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 p.151

“그 집은 빈집이야.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고.”
남편은 지극히 과학적인 사실을 말하듯 선언한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남편에게 어쩐지 화가 난다. 하지만 내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남편이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한다.
“자다가 꿈꾼 거 아니야?”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어제 약 안 먹었지?”
나는 고개를 저으려다 멈칫한다. 기억을 돌이켜본다. 어제 저녁 약을 빠뜨렸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그런 듯하다.
“약통에 약이 그대로 있더라고. 그러면 안 돼. 약을 잘 먹어야지. 그래야 잠도 잘 자고.”
“……환각 증상은 아직 겪어본 적 없어요.”
“알아, 알아. 내 말은, 네가 환각을 봤다는 게 아니라, 비몽사몽 간에 착각한 것 같다는 얘기야. 꿈자리도 사납고. 새집이라 어수선하고. 그렇잖아.”
--- p.184

나도 몇 번이고 다시 싸우려고 해. 내 말들이 아무리 조악할지라도, 모조리 훔쳐온 단어들뿐일지라도, 언젠가는 다 잊힌다 해도…… 단 한 순간이라도 당신을 만나 입을 맞출 수만 있다면.
그래서 지금 나는 당신을 부르고 있어. 이름 없는 당신을 부르는 것이 당신에게 다다르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내가 이렇게 함으로써 당신을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나를 두렵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부르고 있어.
--- p.245

마을 전체가 처녀를 감시하고 있다. 처녀는 바깥세상이 어떤지 알지 못하며, 그런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상이고 소문이며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사실상 처녀에게 허락되는 자유는 천에 무엇을 수놓을 것인가밖에 없다. 바다와 섬 외에는 아무것도 내다보이지 않는 창문 앞,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처녀는 수틀을 매고 앉아서, 마을 사람들이 아낌없이 마련해주는 비단을 두고 곰곰이 상상한다. 가본 적 없는 초록빛의 초원을, 눈이 하얗게 덮인 산봉우리를, 바람에 물결치는 황금빛의 보리밭을, 도성의 으리으리한 궁궐과 정원을, 떠들썩한 시장 좌판의 사람들을, 매화와 수련과 개나리와 작약과 또 이름 모를 무수한 꽃들의 자욱한 향기를, 머나먼 이국의 코끼리와 원숭이와 살갗이 검은 여인들을, 자신을 팔아넘긴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을,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낭군의 얼굴을. 그리고 마음속에 떠오른 밑그림을 먹으로 옮긴 다음 그 위에 색색의 명주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처녀의 세계는 수틀 위에서 형체와 색채를 한 겹 한 겹 덧입고 마침내 생명을 얻는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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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의 소녀들은 길을 건너기 직전이다. 그 횡단의 순간에 우리는 목격자로, 방조자로, 조력자로, 공범으로 참여한다. 이것은 운명에 관한 이야기, 운명을 횡단하는 이야기다. 따라갈 수밖에 없다. 촘촘하고 아름다우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어째서 교호하는지 보라. 그들이 아직 내딛지 않은 발걸음 속에서 찬란한 이야기가 암약한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우리가 언제고 이 이야기 속에 있었던 적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그 소녀들이라는 것을.
- 한유주 (소설가)
여기 여섯 세계에서,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다. 세계와 소통할 수단을 빼앗기고 철저하게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소녀들이, 처녀가, 내가 있다. 그들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은 거칠다고, 유치하다고, 어리석다고 비난받기 일쑤여도 그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세계를 구체화하고, 과거와 직면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현실의 해피엔딩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나 이들은 심지어 소멸하더라도, 무덤에서 돋아난 싹이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하는 것처럼, 세계로 확장되어갈 것이다.
- 구한나리 (소설가)
이 책으로 작가 아밀을 온전히 처음 만날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무엇을 보든 간에 첫인상에 배반당할 것이다. 여리고 치밀한 말들을 만났다면 그 뒤에 담대하게 천지를 가르는 서사에 기습을 당할 것이고, 소녀의 이야기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면 소녀와 처녀와 여성 전체와 인간과 한 종을 넘어서 그 무엇으로도 정의하지 못할 존재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압도당할 것이다. 꽃이 핀 줄 알고 꺾으려 들었다가 심연까지 뻗은 뿌리와 하늘을 가릴 줄기에 오히려 딸려 갈 것이다. 개울에 발을 담그려 했다가 심해에 내던져져 속수무책으로 허우적거릴 것이다. 그리고 이 배반으로 인해 세계가 풍요로워지고 다채로워지고 넓어질 것이다. 그런 세계를 맛보게 해준 사람을 더 알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끝끝내 매혹당해 곁에 주저앉아버릴 것이다. 환영한다, 아밀의 세계에 온 것을.
- 최지혜 (SF, 판타지 전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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