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프로그래머가 개발 윤리를 알아야 할까?
2018년 3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계정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우리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할 책임이 있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페이스북 서비스를 유지할 자격이 없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사과문이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미국이 들썩이자, 페이스북 CEO로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치 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미국 대선과 영국 EU 탈퇴 캠페인에 활용했다. 충격적인 건, 이 회사가 데이터를 불법 ‘해킹’으로 얻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저 교묘하게 허술한 페이스북의 정책을 이용한 것뿐이었다. 이 사실이 뉴스로 보도된 후,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이 쓰는 앱이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미 사람들은 크고 작은 목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그런데 하루하루 쌓인 내 데이터가 나를 표적으로 한 광고에 쓰인다면 어떨까? 테크 기업들이 내 데이터를 팔아 매년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면?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달리 쓰면 큰 위협도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프로그래머에게도 개발 윤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의 1장부터 4장까지 아이디어가 프로그램으로 완성되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5장부터 8장까지는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문제를 주로 다룬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비롯해 개발 윤리가 필요한 실제 상황을 여럿 소개한다. 여러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잘못 만든 프로그램이 왜 위험한지, 이를 바꾸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여 준다.
우리에겐 다양한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을 일부 사람들이 거꾸로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스마트폰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실수였다. 만약 처음부터 왼손잡이 프로그래머가 개발팀에 있었다면 이런 잘못된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다양한 사람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렵다. 사람마다 어떤 기능이 불편하고, 필요한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사람들로 가득 찬 개발팀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앱을 만드는 데 실패할 확률이 높다.
AI는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할 뿐이다. 만약 이력서를 심사하는 AI에 남성이 자주 쓰는 표현이 다수 포함된 데이터를 입력한다면, 결과도 편향될 것이다. 지원자는 실력과 상관없이 이력서에 쓴 표현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모르는 프로그래머는 편향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이렇듯,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실패를 줄이려면 다양한 배경의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나이, 성별, 인종, 종교 등과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 해커톤 대회에 참가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해커톤은 한정된 시간 안에 여러 사람이 즉석에서 팀을 꾸려 앱을 완성하는 대회인데, 코딩 초보자나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성장하는 게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블루오션 직종
세상은 이미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다. DM으로 친구들과 연락하고, 구글에서 궁금한 정보를 검색하고, 줌으로 수업을 듣는 등 각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고 있다. 대다수 프로그램은 사방이 막힌 방에서 프로그래머 혼자 코딩과 씨름하며 뚝딱 만든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 팀에서 서로 부딪치며 일한 결과물로 완성된다. 진정한 ‘코딩’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팀을 이룬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오류를 고쳐 나가는 데 있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조직한 팀에는 프로그래머 외에도 여러 직종의 사람이 있다. 여러 프로젝트를 조정해 주는 프로그램 매니저, 프로그램을 의뢰한 고객과 프로그래머 사이의 소통을 맡는 사업 분석가,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품질 보증 전문가 등. 이들 중에는 코딩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직종도 있지만, 이들 또한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AI, 블록체인 등 각종 기술이 발전할수록 컴퓨터 과학계에서 일하는 인력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끊임없는 영역의 확장에 비해,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학생의 수는 터무니없이 적다. 미래에는 늘어난 일자리에 비해 일할 인력이 점점 부족해질 것이다. 또한 컴퓨터 과학계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소양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지금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10대들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다.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면, 어느 직종이든 미래에 필요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싶은 10대들이라면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다.
꿈과 진로를 탐색하는
청소년 인문 교양 시리즈 〈지식은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