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화에서는 우리가 이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이 첫 번째 질문이 무의미하다. 그런 문화에서는 나이를 정확히 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에 사는 사람들이 나이를 세지 않는 배경을 이들이 지구의 태양 공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 공전주기를 정확히 셀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즉, 이들에게는 숫자가 없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문두루쿠족(Munduruku)은 2보다 큰 수를 셀 수 있는 정확한 단어를 갖고 있지 않다. 아마존의 또 다른 원주민인 피라항족(Piraha)의 언어에는 숫자를 지칭하는 어떠한 단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1에 해당하는 단어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언어로는 ‘나이’를 어떻게 물을 수 있을까? 다른 문화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숫자와 관련한 많은 질문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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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문화의 기원은 여전히 큰 논쟁의 대상이다. 많은 인류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언어와 문화를 통해 혁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협력에 더 크게 의존한 결과였다. 인류가 서로 의존해야 했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간 개개인의 힘으로는 다른 종을 능가할 수 없고 둘째, 인간 집단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더 진보적인 형태의 협력을 이뤄야 했다. 인간이 특별히 언어와 관련하여 유전적으로 타고났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설명은 종의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하고자 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인간의 갓난아기는 다른 유인원에 비해 인지적 능력이 부족하지만, 다른 구성원과의 협력 가능성을 예민하게 인식한다. 인간의 이러한 협력적 성향은 기본적인 몸짓에 기초한 유인원의 소통 방식과 달리 더 견고한 언어에 기반을 둔 방법적 전환을 예고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언어적 특징을 보이는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관련하여 특별한 기술을 타고난 것이라기보다, 인지적 능력을 모아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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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한다. 심지어 비언어적인 사고를 촉진하기도 한다. 더 실용적인 차원에서 언어를 통해 인간은 새로운 형태로 협력하며,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다음 세대로 전수할 수 있었다. 생각을 담아내는 단어는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인지적 도구이다. 언어적 혁신을 통해 인간은 이제 같은 문제의 해결책을 반복해서 새롭게 생각해 낼 필요 없이 다른 구성원의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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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연하기 이전에도 자연에는 8(문어 다리의 수), 4(계절의 수), 29(음력주기)처럼 예측 가능한 숫자가 존재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수량이지 숫자가 아니다. (중략) 숫자는 서로 다른 수량 사이에 개념적 경계를 만든다. 이러한 경계가 물리적 세계에 실제 존재하는 수량 사이의 구분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지 만, 숫자가 없다면 인간의 정신은 이러한 구분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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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벽화에서 손 자국이 많이 보인다는 사실은 숫자의 역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자연을 막론하고 수만 년 전에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남긴 흔적 중 많은 것이 수량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고대 조각과 그림은 숫자와 관련하여 해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숫자를 세는 행위는 동물의 뼈, 나무, 땅, 동굴 벽에 남긴 흔적을 통해 반복적으로 인간의 사고를 투영한다. 수량 표현이 고대 유물에서 그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 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의 답을 할 수 있겠다. 첫째, 시간(고대 유물에서 천체 주기의 확인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표현)과 같은 인간의 다른 기본적 인 경험과 비교하여 수량은 쉽게 2차원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이나 특정 한 위치를 묘사하는 것 역시 그림으로 정확히 의미를 전달하려면 훨씬 더 정 교한 예술적 기술이 필요하다. 수량은 그렇지 않다. 단순한 선이나 다른 표시 를 통해 단위 또는 수량을 간단하게 직접 나타낼 수 있다. (중략) 고대 유물에서 수량 표현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더 결정적이다. 즉, 조각으로 표시한 셈법(더 가설적이지만 손가락을 이용한 셈법의 그림도 포함하여)이 고고학적 기록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 흔적을 남긴 당시 사람들에게 그 방식이 유용했기 때문이다. 수량을 표시하는 수단은 분명한 기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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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부싀 원리(rebus principle)는 수메르 문자의 최초 형태와 같은 표의문자로부터 표음적 방법으로 기호를 더 빨리 차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문자 체계의 점진적 진화를 가속하였다. 레부스 원리란 두 개의 동음이의어, 또는 비슷한 소리를 내는 단어의 표현에서 동일한 기호를 차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소 허구적이지만 단순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영어가 표의문자라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하나의 기호로 소리가 비슷한 몇 가지의 기본적인 개념을 표 현할 수 있다. 이번에는 영어에서 ‘눈’을 의미하는 단어인 ‘아이(eye)’의 개념 이 괄호 안에 별표를 한 (*) 기호로 표현된다고 해보자. 이 기호는 실제 눈을 상징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다소 추상적이다. 이번에는 영어에서 ‘나’를 의 미하는 ‘아이(I)’라는 대명사를 나타낼 기호가 아직 없다고 생각해보자. 이 개 념을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이(I)’가 지칭하 는 사람은 화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독자가 역사 속에 등장한 기록관이라면, (*) 기호를 발음이 비슷한 ‘아이(eye)’와 ‘아이(I)’에 모두 사용 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자각이 바로 레부스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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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종류는 여기에서 소개하지 않은 방법을 포함하여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고대는 물론 현재에도 서로 관련이 없는 기수법에서 사용되는 밑수의 범위는 상당히 협소하다. 이처럼 밑수의 범위가 한정적인 것은 단순한 사실에 기인한다. 십진법이 중국에서 발명된 후 동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어 발달한 것이든, 인도, 메소아메리카, 또는 안데스 지역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든, 전 세계의 주요한 숫자 표기법은 공통점을 보인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 10배수, 또는 5배수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해부학적 동기는 명확하다. 우리 신체에서 규칙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수량은 숫자를 만드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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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적 수의 편재성은 특히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주목할만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언어학자들이 문법적 수의 편재성은 특히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주목할만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언어학자들이 전 세계 오지에서 관련성이 없는 다양한 언어를 기록하였고, 이러한 성과를 통해 우리는 언어가 아주 다른 형태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많은 언어학자는 언어의 다양성을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손꼽는다. 시제를 나타내는 표현이 부족한 언어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언어에는 빨강, 노랑과 같은 색상의 구별이 모호하다. 문법적으로 주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언어도 있다. 어떤 언어에서는 의미 있는 소리가 10개 정도에 그치는 반면, 100개 이상의 소리를 포함한 언어도 있다. 이처럼 언어는 근본적으로 다양하다. 또한, 일부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점이 부분적으로 다양한 환경에 대한 언어의 적응능력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동료 학자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언어적 음성체계의 일부 측면은 극도의 건조함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미묘하게 영향을 받으며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20)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사회에 따라 다르며, 한 사회 안에서도 지역과 사회적 속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언어의 이러한 특성은 언어와 사회문화적 현상 간에 어떤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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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없이 사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묻는 질문에서 역으로 숫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의 문화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도 있다. 숫자 문화에 깊이 매몰된 우리로서는 숫자가 없는 삶을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우리 는 숫자를 발명했고, 태어나면서부터 숫자로 의미를 부여받았다. 이후 살아 가면서도 우리가 인지하고 물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숫자 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라항족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는 때로 이 들의 삶을 너무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게 하여, 마치 현존하는 구석기시대 사 람들처럼 이들을 취급하는 태도를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피라항 족의 독특한 면에만 주목하다 보면, 정작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진정한 정 보를 놓치게 된다. 피라항족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담긴 이 정보는 우리에게 인간이 특정한 수량을 명확히 구별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숫자개념을 포함한 언어와 문화가 전제되어야 함을 일러준다. 아주 기초적인 수량 인지기술이라도 어떤 것은 문화와 언어를 통해서만 습득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능력은 우리가 의지와 상관없이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자 연적으로 발생하는 능력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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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언어에 대부분(전부는 아니다.) 존재하는 숫자단어는 수량의 인식에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 숫자단어와 계산에 익숙한 사람 대부분 수량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 물론 언어에 존재하는 숫자가 수량과 관련한 사고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연산과 수학의 세계를 향한 문도 열어준다. 그러한 문을 통과하는 첫 단계는 어떤 수량이든 크기와 관계없이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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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숫자, 즉 원형적인 정수의 발명은 이야기의 시작일뿐이다. 이 러한 단어의 사용은 결국 수량 추론과 관련이 있는 신경생리학적 활동의 기 능적 확장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러한 확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이 것이 언어적 숫자의 존재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은유법과 규칙 적인 구문론적 순서를 포함한 다른 언어적 현상은 산술의 구성에 도움이 되 지만 이러한 체계는 언어적인 숫자들에 기초한다. 숫자는 인류의 이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숫자는 수량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숫자는 단지 우리의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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