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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한 사랑

부주의한 사랑

[ 양장 ] 배수아 컬렉션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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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66g | 127*194*16mm
ISBN13 9788954680424
ISBN10 89546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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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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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신비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어느 날 이런 모든 것들을 기억하면서 죽어갈 것이다.
--- p.13

나는 기억의 처음에 모령의 몸속에서 말한다.
이건 아니야. 이것은 내 처음이 아니야. 해님이 하늘거리는 여름날에 나는 태어나고 싶어. 어머니, 나는 태어나서 흰 그네를 타고 싶어. 나는 어머니의 딸 연연처럼 되고 싶어. 그런데 어머니는 내가 죽기를 원해요. 이제 나는 어머니를 보지 않겠어요. 일생 동안 만나지 않겠어요. 어머니, 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 바람처럼 떠나겠어요.
--- p.65

“그렇지만 인생을 살다보니 이론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인간이 약하다는 것일까요, 생이 완벽하다면 처음부터 이상이란 없었겠지요. 나, 나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좋은 인생을 주고 싶거든요.”
--- p.142

그들이 본 건 의도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슬픔처럼 생의 어느 순간에 저절로 그렇게 있게 된 하나의 인상이었다. 연필로 그려진 황혼녘 발레리나의 모습과 그리고 아름다운 붓 터치. 사람들은 나와 내 남자아이와 사촌의 생이 한때의 인상으로만 남아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다음에 생은 창백하게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웠다.
--- pp.145~146

모령, 나는 낮은 소리로 내 어머니를 불러보았다. 붉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강물 위로 떨어져 이 세상의 낮은 곳으로 흘러갔다. 모령, 번개가 치는 산길에서 처음으로 당신과 마주쳤을 때, 보이지 않는 당신의 두 눈 속에 내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 남자아이는 산속의 절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잠들었어요. 그 아이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보았고 그래서 나와 함께 도망쳤어요. 그런데 이 세상 끝까지 도망치지는 못했어요. 한 번도 불러볼 일이 없는 그리운 엄마, 나도 마지막에는 그렇게 될까요.
--- pp.182~183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나는 밤에 문득 잠을 깬다. 가을바람이 창문을 사정없이 흔들고 지나가고 먼 강에서 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비바람은 슬픔에 싸인 여자처럼 울고 있었다. 나는 나이들고 지쳤다. 바람이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말기를 바라며 이제는 꿈속에서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고 이제 조용히, 조용히 죽어가기만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더이상의 일은 생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반드시 그러리라.
--- pp.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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