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까? 이 질문에 대해 지식인들은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갔다. 이 책에서는 9명의 불교 지식인들을 통해서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들이 보여 주는 삶의 모습은 산업 발달로 다시 혼란스러워진 세상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 서문
경허의 이런 기행에 제자들은 불편해하기도 하고, 이를 무애행으로 보아 크게 개의치 않기도 하였다. 하루는 시봉하던 어린 승려가 매번 경허의 술상을 차리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 안주에 비상을 섞었다. 그런데, 경허가 비상을 털어 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안주와 술을 다 드셨다고 한다.
--- 경허, 한국 선불교를 중흥시키다
불교 근대 교육에 있어서 박한영의 기여도는 다른 이와 견줄 수 없다. 불교 승려로서의 공부를 마친 후, 1896년부터 박한영은 구암사, 대원사, 백양사, 대흥사, 해인사, 법주사, 화엄사, 석왕사, 범어사에서 불교의 경전, 논서, 율장을 강의하였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교육 기관에서 불교 경전을 가르치는 교육만을 실시했으나, 이후, 전통만 고집하지 않고, 현대적 교육 체계와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신구겸학의 교육 기관에서 활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 박한영, 근대 지식인들의 멘토가 되다
1910년 마흔일곱 살의 백용성은 또 한 번 부처님 꿈을 꾼다. 꿈속에서 부처님이 “너는 어찌 그 옛날의 부촉을 잊어버렸는가?”라는 말씀을 하는 것을 듣고 깨어나니 열네 살 때의 꿈이 함께 생생히 기억났다. 당시 꿈속에서 부처님은 손바닥에 ?(입 이) 자를 써 주었었다. 백용성은 이를 그동안 불법을 제대로 전파하지 못한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서 『귀원종정(歸元正宗)』을 집필하기 시작하여 1913년 출판하였다.
--- 백용성, 실천불교를 시작하다
혼란기에 세상에 대한 큰 포부와 울분 속에서 길을 헤매던 젊은이는 민족의 애인이면서 인도자인 전무후무한 존재가 되었다. 그가 그리던 이상은 비록 그의 생전에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그가 남긴 글과 삶의 모습, 희망의 시가 있었기에 후대의 사람들은 그가 가던 길을 따라가며 완성시킬 수 있었다.
--- 한용운, 님을 향해 치열하게 살다
원불교는 불교의 핵심이 되는 가르침만을 간단하게 뽑아서 자신들의 교리로 삼았다. 불교의 핵심은 나라는 존재의 본래 모습과 하나 되기 위한 마음 수행을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복잡하게 이론이 발달하고, 이에 반발해서 선불교가 일어났으나 그마저도 시간의 흐름과 조선 시대의 불교 억압 정책으로 사라져 갈 때, 박중빈은 이를 간단하게 핵심을 정리하여, 새롭게 다시 시작하였다.
--- 박중빈, 새로운 불교를 창시하다
최남선의 조선에 대한 애정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조집 『백팔번뇌』에서는 ‘님’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데, 이에 대해 홍명희는 시조집 발문에서 “육당에게는 애틋하게 사랑하는 님이 있다. … 육당의 님은 구경 누구인가? 나는 그를 짐작한다. 그 님의 이름은 ‘조선’인가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에 대한 애정을 최남선은 시조를 쓰고, 조선심을 찾는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 최남선, 조선 불교의 정체성을 탐구하다
백성욱(白性郁, 1897~1981), 일명 백준(白埈)의 호는 무호산방(無號山房)으로, 그는 승려이면서 최초로 유럽에서 불교학을 접한 지식인이다. 동시에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한 정치인이면서, 교육자이자 행정가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불교 수행의 전통적 방법을 계승한 수행자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성(聖)과 속(俗)을 자유롭게 넘나든 그의 일생은 그 자체로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축약해서 보여 준다.
--- 백성욱, 성속(聖俗)을 넘나들다
어두운 시대에 태어나 불교의 진리와 사회적 정의를 위하여 치열하게 살다 간 김법린의 삶의 행적은 혼돈의 시대 상황만큼이나 다채롭고 폭넓다. 그의 삶은 불교의 선각자로서의 전형을 보여 주면서도, 결코 불교의 테두리에 한정 지을 수만은 없다. 김법린은 근대 불교학의 지성인으로서, 교육자와 교육 경영인으로서 두드러진 성과를 남겼다. 또한 그는 조국 독립 운동의 중심에 선 투사로서 시대적 요청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 김법린, 역사의 중심에서 시대와 함께하다
김일엽(金一葉, 1896~1971)은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신여성이면서, 동시에 불교계를 대표하는 여성 선지식이다. 김일엽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산업화 시기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문인이며, 교육자이고, 사회 개혁의 운동가이며, 당대를 대표하는 비구니였다.
--- 김일엽, 신(新)여성에서 대선사(大禪師)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