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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했어

엄마가 했어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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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22g | 136*195*15mm
ISBN13 9788954680660
ISBN10 895468066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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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담요에 폭 감기는 듯한 감촉이 들었다. 살인 은폐를 도모하는 절차가 꽃구경 의논이라도 하는 것처럼 들리는 게 기묘했지만 그렇다고 실상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았고, 왠지 소타가 철이 들었을 때부터 가족들이 이 일을 의논해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 p.23

어릴 때는 마음에 바람이 통하는 것 같다고 느꼈었다. 한번은 그 얘기를 했더니, “그건 애절하다는 뜻이야” 하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와의 추억 대부분은 새 파는 가게에 있다. 아버지가 이곳을 좋아해서 자주 함께 왔기 때문이다.
--- p.25

불행과 무료함은 일란성쌍둥이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도키코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데, 매일 엄마의 가게를 도와 바쁘게 일하고 있음에도 무료하다고 느끼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 p.38

당연히 이날은 햄집에 갈 수 없다. 그곳을 빈번하게 찾았던 것도 아니면서 막상 갈 수 없게 되니 왠지 어디로 향할지 망설여진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 햄집에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동안 자신은 매일 어디를 갔던 걸까.
--- p.68

덮고 있는 이불이 잠든 아내의 숨결에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아내가 정말로 자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애당초 이 여자가 지난밤 조금이라도 잤는지 어떤지도. 알 수 있는 건, 이것이 벌이라는 사실이다. 모모코가 그림을 가져와 자신에게 보여준 건 아내로서 내리는 징벌인 셈이다.
--- p.83

아야코는 늘 취미를 갖는 일에 애써왔다. 음악 감상, 예술작품 감상, 수예, 어학, 우표 수집, 고양이 굿즈 수집, 강아지 굿즈 수집…… 지금껏 그토록 많은 취미를 가졌다는 건 그 어느 것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아야코는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취미가 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 p.87

아야코보다 조금 늦게 온 요시로는 히로와타리 집안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위축되어 있었다. 요시로가 피고인석에 앉은 듯한 기분이라는 걸 알고 아야코는 쌤통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딸의 연인인 이 청년을 자신이 은근히 미워했다는 걸 깨달았다.
--- p.97

열네 살 나이에 소타는 이미 몇십 년이고 몇백 년이고 계속 학교에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학교라는 곳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장소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장소다. 소타의 경우에는 언제부턴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날을 헤아리는 쪽이 많아졌다. 무슨 사건이 벌어졌다고 꼭 좋은 일이란 보장은 없지만 아무 일 없다는 것도 피곤한 법이다.
--- p.148

모모코와 다쿠토는 병실을 나왔다. 병원 밖으로 나왔을 때 다쿠토가 말했다. “그 금붕어 봤어? 그런 걸 놔두는 게 유행이잖아, 자살을 시도했던 이의 방에. 건강한 생명체를 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려는 거지. 시시해. 차라리 아프리카 주술사가 더 재치 있다니까.”
--- p.188

모모코는 다쿠토의 냄새를 맡았다. 야윈 등에 몸을 밀착하자 견갑골 사이에 얼굴이 쏙 들어간다. 이렇게 둘이서 자전거를 타는 게 얼마 만인지, 모모코는 생각하지만 아련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줄곧 이렇게 있었던 것 같다. 이 남자와 만난 순간부터.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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