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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걷는사람 시인선-045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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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58쪽 | 176g | 125*200*9mm
ISBN13 9791191262445
ISBN10 11912624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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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죽었어
요새는 뼈가 타는 걸 보여 주더라
마흔다섯이 십 분밖에 안 걸려
너는 입에서 날개뼈를 발라내며 말한다

너는 국물에
소금을 많이 넣는 것 같다

어떤 나라에서는
화약 속에 유골 가루를 넣어 폭죽놀이를 한다지
풍등에 유골 가루를 넣어 날려 보내는 곳도 있어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닭을 먹으며 닭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잡지와 문학과 세간에 떠도는 불행에 대해
더 넣으면 짜
너는 내게 소금 통을 당겨 준다

파리가 젓가락에 붙었다 날아간다
무슨 영혼이라는 듯이

서로 내겠다고 신발을 접어 신고
계산대로 달려가지 않았지만

우리 곁에 잠시
녹는 것 같다 밍밍해서
뭔가 더 넣고 싶어지는 것들과
--- 「초복」
――――――――――――――――――――――

오후에는 구름의 인상을 살피며 걸었다
준비된 비가 구름을 찢고 떨어질 때
두 손밖에 없다면
누군가의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상상은
용기와 비슷해 조금 웃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즐거운 상상으로
기뻐할 때

블라우스 단추가 떨어졌다 언제부터
제 몸을 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게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은
알약을 모았다고 했다
누가 연습으로 손목을 그어요
내게 줄 그은 손목을 보여 줬다

조금 더 견디지 그랬니?
모르고 한 말이었다

끝까지 갈 데까지 간 거
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다짐

서로가 결심을 유보하며
일단 걷는 데까지 걸어 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잠시 우리가 마주 봤다면
한동안 거기 있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이마를 짚으며
서로 겹치지 않게 나란할 수 있었다

후두둑 비가 떨어지면 편의점 주인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파라솔을 접는다

그 안에 진실이 있다는 듯이
--- 「하나를 알면 둘이 잊혀서」
――――――――――――――――――――――

내가 좋아하는 건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좋다고 한 사람들은
가족사진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사람과
피자를 처음 먹어 봤다며 피자집에서 우는 사람뿐이었다

아파트 화단에 심은 꽃나무들이 죽으면
3년까지는 새로 심어 준대
친구는 조경하는 애인한테 들었다고 한다

좋든 싫든
죽을 각오로 사는 거
유효 기간을 지날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 내는 거

바질은 허리가 큰 바지를 입은 것처럼 커진 화분에 담겨
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물을 받아 먹는다
--- 「조경」 중에서
――――――――――――――――――――――

고기잡이배들이 해안선을 그렸다가 지운다
해변에 오면 사람들은 신발을 벗어 들 준비가 되어 있다 벗어 둔 신발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신발을 생각하지 않는다

(……)

모래처럼 부서진 기분을 뭉쳐 파도에게 주었다
웅크린 몸을 펴
벗어 둔 신발을 집어 들면
맞잡은 두 손에도 계절감 같은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대로 괜찮다
바다에서 돌아와 바짓단을 펴면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파도가 내게 모래를 한 움큼 넣어 주었다
--- 「파도의 기분」 중에서
――――――――――――――――――――――

언니, 아침이면 여긴 새소리가 피어나
가지마다 날개가 피어나

나뭇가지에 앉은 새 떼가 잠을 다 깨운다지만
시끄럽지 않다면 꽃을 피우지 못하겠지

죽자 살자 피어나는
아침을 누가 막을까
뜬눈으로 밤을 새운 사람은 수도꼭지에 떨어지는 물소리로도
눈이 파여

일제히 궐기하듯 피어나는 새소리
숨을 참기는 힘들 거야

언니, 저 새들도
무릎을 굽히고 심장을 쓸어내릴까

난간에 매달린
새의 발목을 끌어안고 떨어지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

아침 공기는 더 팽팽해지고
미래는 불투명 유리처럼 반짝이겠지
누가 한쪽에서 놓으면 탕?
우르르 쏟아지는 양떼구름

언니, 새들이 피어나는 가지를 꺾어
푸른 잎 돋아나면 안부라 여길게

지지 않고 지치지 않고
피어나고 피어나

여긴 모두 괜찮아
--- 「피어라 새소리」
――――――――――――――――――――――

겨울이면 철새는 철새의 판타지를 향해 이동한다

나는 내 시의 판타지가 있고 교회는 구원의 판타지가 있다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누군가는 회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보다 기대감이라는 말이 가깝게 느껴진다
가짜 얼굴 가짜 웃음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면
웃으면 안 되는 곳에서 웃음이 난다

투명한 볼에 든 숫자 공
손을 집어넣어 꺼내 보면 모두가
아프고 모두가 외로워 누구의 손을
먼저 잡아 줘야 할지 모르겠다

깨진 것이 투명한 볼이든
혹은 심장이든
손을 휘저으면 엉킨 손들이
깨진 유리 조각을 잡아 피를 철철 흘린다

철새 도래지에 남겨진 엄마는
성경책을 부적처럼 꼭 끌어안고 교회로 향한다

구원은

집단과 개인 향락과 질서
현재와 미래가 어디로 갈지 몰라 대열에서
뿔뿔이 흩어진 뒤

새해 복 많이 받아
인사나 다짐만으로
더 좋은 곳으로 이끄는

우리의 판타지는 보이는 것보다
가깝거나 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신이 없어서
우리는 서로를 잠시 믿을 수 있다
--- 「좋은 곳에서 만나면 더 좋은 얼굴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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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회색 고양이가 절뚝이며 걷습니다. 어깨를 부여잡은 고양이는 사람 같군요. 장미는 가시를 키우며 울었죠. 가장 아름다워지기 위해 참혹을 배워야 한다며 누구는 아무렇지 않게 장미를 꺾어 버리네요. 아파 본 사람이라 이 모든 것이 더 아픈 사람은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주고 있습니다. 에베레스트 셰르파들이 짐을 운반할 때 그들 무거운 어깨에 천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풀어놓은 문장이 착한 눈을 가져서 어떻게 사람에게 가닿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잘 아는 사람은 천생 시인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런 것에 과학적 지식이나 철학적 사상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따뜻한 마음 하나면 충분히 시의 징후가 되는 것을요. 그러므로 우리 좋은 얼굴을 하고 안녕이라 말하면 됩니다. 힘껏 착한 사람이 되어 사람의 등을 쓸어안으면 됩니다. 이 서러운 활자를 다 읽으면 고단한 생의 뿌리를 다독일 수 있을 겁니다. 사람 속에 자라나는 사람도 모를 비명을 무의식으로 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시의 마음이 곁이 되고 울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될 때 마지막 문장으로 누워 있을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마침내 사람에 대한 깊고 아름다운 갈증에 시달릴 준비를 하는 겁니다. 한 권의 사람 읽기에 다름 아닌 시집을 읽으며 죽음과 삶을 껴안아 봅니다. 오늘은 울고 내일은 웃을 거라는 기도를 해 봅니다. 매력적인 시인이 마지막 문장처럼 누울 세상이 부디 험하지 않기를요.
- 강재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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