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총평
심사 위원 송광택 목사 (출판 평론가,한국교회 독서문화 연구회 대표)
수필은 어느 문학 형식보다 친숙하고 친밀하며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소설이나 시 그리고 희곡이 인물이나 이미지 그리고 행동을 통해 그 주제를 간접적으로 제시한다면, 수필은 직접적으로 제시한다.작가가 독자를 앞에 놓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내용을 말해 준다. 또한 수필은 특별한 형식이 없이 자유롭다.이것은 정해진 규범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그렇다고 해서 구성(짜임새)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형식을 따르지 않음데도 질서가 있고 어그러지지 않은 정갈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글을 쓰는 방식에 있어서도 서사,묘사,설명,묘사가 모두 쓰일 수 있다.
수필은 제재가 다양하고 광범위하여 인생이나 자연 등 세상의 무엇이나 다 소재가 될 수 있는 문학이다.뿐만 아니라 수필은 개성적이며 자기고백적인 글이다.글쓴이의 심정,개성,취미,지식과 이상,인생관 등이 생생하고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글의 서술은 일인칭의 경험을 토대로 자기 생활을 그려내는 글이다. 더 나아가 수필은 심미적이며 철학적인 글이다.작가의 심미적 안목과 철학적 사색의 깊이가 드러나는 글이기 때문이다.
40여 편의 응모 작품을 살펴보면서,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였다.첫째,내용의 진솔함과 공감력이다.둘째,구성의 일관성이다.셋째,표현의 우수성이다. 일부 작품은 원고 분량의 기준 등 기본적 요건에 부적합하여 심사에서 제외되었다.심사자는 심사 대상이 된 35편의 작품을 필자의 프로필을 삭제한 상태에서 공정하게 평가하고자 노력했다.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비전문적인 글이다.그러나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개성이 드러나는 글이기도 하다.서정적 수필의 경우 감성적,주관적 성격을 지니며 주제보다 사색이 주가 되는 글이다.
응모 원고 중 다수가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일,신앙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과정,목회자나 사모가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겪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결단 또는 소망을 담고 있다.잔잔한 울림을 주는 글들도 있었고 미소 짓게 하는 일화를 접하기도 했다. ‘수필가’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자질을 발견하기도 해서 심사자로서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응모 원고에서 보이는 부족한 점을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첫째,글쓰기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글들이 있었다.예를 들면 문단(단락)나누기를 하지 않은 글이다.둘째,개인적인 간증을 들려주지만 수필로서의 문학성이 떨어지는 글들도 여럿 있었다.셋째,생각(사고)의 깊이나 공감 형성에서 부족한 글들도 있었다.
수필 심사 결과,대상 없이 우수상 한 작품과 가작 두 작품을 선정하였다.우수상 수상 작품인「서시」는 오랜 기간의 수련을 거치며 글을 쓴 내공이 드러나는 수작이다. ‘신정론’이라는 다소 무거운 신학 용어가 등장하고‘포월자’처럼 각주가 필요한 학술 용어도 사용하지만,일정한 품격을 유지하면서,복음과 섭리 그리고 은혜에 대해 다시 묵상하도록 이끈다.
가작「뭔지,먼지」는 호기심을 일으키는 독특한 제목을 단‘현장 목회자’의 글이다.개척 10년차의 목회자가 코로나19의 상황 가운데‘공사 현장’의 먼지를 마시며,어둠 속 빛을 보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가작「곁 사람」도 개척 5년 차 목회자의 글이다.또한 3년 차 자비량 목회자로서 카페 교회를 섬기는 일상을 소개하면서,그리스도의 향기와 편지가 되고 싶은 소박한 꿈을 전한다.
이번 수필 심사에서 비록 대상을 내지 못해 아쉽지만,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달란트를 가진 분들이 많이 숨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우수상과 가작에 선발된 작품을 쓰신 분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소설 총평
심사 위원 박찬호 (소설가)
일반 잡지나 신문 등의 연례행사도 아니고, 한 출판사에서 공모전을 여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응모자들 자기만의 솜씨로 한자 한자 메워 응모한 작품들을 읽으면서 다소 부족함도 느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작품 한편 한편이 꺼지지 않고 살아 있는 한국 기독교 문학의 불씨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응모 원고를 소중하게 다루면서 애정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그리고 대상작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서 심사할 때도 느끼는 일이지만, 이야기로서는 무흠한데 그것이 흠인 경우가 있었다. 소설은 ‘이야기’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학적 가능성은 확인되나 맞춤법과 문장 구성의 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작품은 참으로 곤란했다. 문학이 언어를 매개로 한 예술이라면 맞춤법, 문장 구성, 원고 분량 등 기초부터 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일 것이다.
20여 편의 응모작 중 일차로 네 편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광야의 사람들」은 성경 속에서 바람직한 기독교 공동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소설로 형상화 했다. 많은 연구의 흔적이 작품 곳곳에 나타났지만 특별함이 조금 부족했다. 「목사 ver. 2.0」은 AI 목사와 교회 이야기를 소재로 한 미래 교회 이야기다. 소설로서, 구성은 다소 부족했지만 실험적이고 참신 했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이들 두 작품을 대상작 없는 우수작으로 선정한다.
가작으로 선정된 「인간, 영적인 존재」는 아프리카 오지의 한 부족을 통해 인간의 영적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새로운 기독교 소설의 영역을 개척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야기 요나」는 기독교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새롭지 않은 것이 흠이다.
일단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해야 하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껍질을 깨뜨리지 못하는 한계를 스스로 갖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더욱더 분발하여 제2회 세움북스 신춘문예에서는 대상작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