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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문화 1

한국인의 밥상 문화 1

밀레니엄 북스-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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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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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1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5909063
ISBN10 8935909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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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규태
1933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연세대를 졸업하였다. 1959년에 조선일보사에 입사, 문화부, 사회부 차장, 사이공 특파원, 문화부장, 조사부장을 역임했다. 한국신문상,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있다.
<한국인의 의식구조> <서민의 의식구조> <선비의 의식구조> <서양인의 의식구조> < 동양인의 의식구조> <뽐내고 싶은 한국인> <한국 여성의 의식구조> <한국인의 정서구조> <한국학 에세이> <신열하일기> <한국인 이래서 잘산다> <한국인 이래서 못산다> 등의 저서를 통해 온고지신의 산 정보를 담아 한국과 한국인의뿌리를 찾아가는 데 노력을 그치지 않고 있다.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 류혜숙 ruru100@yes24.com
특별히 기념하고 싶은 날이나 축하 받고 싶은 날이면 우리는 외식을 자주 한다. 이러한 외식문화는 우리의 식습관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또 비즈니스 술자리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폭탄주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한국인의 한솥밥 문화,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한 민족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먹거리문화이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민족과 육식을 즐기는 민족 사이에는 분명히 서로 다른 민족성과 기질적 차이가 있으며 그것은 서로 다른 자연환경과 사회적 배경을 지닌 그들의 문화가 그들의 삶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삶을 규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식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 민족 대대로 이어져 온 미각은 유전적으로 계승되며 그것은 개인과 민족과 연결시키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인을 확인시키는 특별한 미각은 어떤 것이 있을까?

흔히 미각이라 하면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을 먼저 떠올리지만 우리에게는 음식을 삭힌 맛을 느낄 수 있는 발효미가 특히 발달되어 있다. 그것은 한국인의 먹어온 밥반찬의 80%가 서양인의 음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발효 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와 배추김치, 무김치, 물김치 등 김치류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 음식이 된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문화』는 참 재밌는 책이다. 시금치에 든 비타민의 양이 얼마고, 또 어떤 음식이 보신에 좋다는 그런 구태의연한 건강지침서가 아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에 담겨진 문화와 전통에 대한 의미를 조선일보 이규태 논설위원의 해박한 상식과 담백한 문체로 멋들어지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 동안 조선일보에 연재된 이규태 코너에서 음식 관련 내용을 묶은 것이다. 그의 글들은 대체로 한결같은데, 흥미있는 옛 일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거나 공자, 논어, 삼국사기 등 다양한 책들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한국인에 대해 가장 한국적으로 사고하는 저자는 우리가 아무리 머리에 물을 들이고, 바지를 찢어 입는다 해도 시큼한 김치나 구수한 장맛의 깊은 맛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우리의 김치에 새로이 맛을 들이는 나라가 수십개 국에 이르며, 한국의 젓갈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유엔이 선정?개발하는 품목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규태는 가장 민족 주체적인 사고로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것만 고집한 채 서구적인 것에 배타적인 국수주의자는 아니다. 러시아의 보드카가 그들의 문화에서 얼마나 귀하게 취급받는지 이해할 줄 알며 손으로 음식을 먹는 타민족의 식습관도 그들의 문화적 특정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그는 우유에 말아먹는 콘프레이크나 셀로판에 포장되어 있는 크레커를 바삭바삭 소리를 내어 먹는 서양인들이 한국인이 국을 먹을 때 소리를 내는 것을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그들의 독선이요 자가당착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네 것만 최고라는 권위주의도 안 되고, 큰 나라 것이니 무작정 최고라는 사대주의도 안 되며, 작은 나라이니 열등하다고 창피하게 생각하는 자조주의는 더더욱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한국인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의 결과물인 『한국인의 의식 구조』, 『서민의 의식구조』, 『한국인의 정서 구조』 등에서 보여 준 저자의 일관된 의식이 이 책에서는 음식을 통해 전달된다.

발효미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발전되어 온 음식역사. 뜨거운 국물을 시원하다고 말하는 우리말에 민족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고, 점심식사로 흔하게 먹는 설렁탕이 가장 평등한 음식임을 당신은 알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파에 담긴 심오한 철학과 동지팥죽을 먹으면 귀신을 쫓을 수 있다는 전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가장 한국적인 시각으로 이해해 보기 바란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옛날 시골에는 무시로 장수라 하여 일용품을 지게에 지고 팔러 다니는 행상이 있었다. 또 솥이나 냄비를 때우는 땜장이 같은 행장도 많이 돌아다녔다. 이들은 주로 머슴들이 기거하는 행랑채에서 잠을 얻어 잤다. 이처럼 행인이 잠을 자게 되면 주인집에서 조석으로 밥상을 차려내는 것이 관례인데, 이 상차림이 특이하였다. 국이나 찬을 모두 차려내는데 밥만은 놓여 있지가 않았다. 밥은 행인 자신이 행랑채 한구석에 돌을 괴어놓고 단지밥을 지어먹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밥상을 차리면서 밥 한 그릇 퍼놓는 것이 대단할 것도 없고 또 인심이 그토록 각박하지도 않았을 터인데 왜 그랬을까.

한국인의 한솥밥에 대한 철학의 이해 없이 이 밥 없는 밥상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는다.
한솥에다 밥을 짓는다 할 때 그 한솥밥을 나눠먹은 사람들에게는 밥 이상의 정신적 의미가 부여된다. 조상 대대로 전승돼 내린 불씨로 지은 한솥밥은 혈연을 결속시키는 공동체 의식의 구심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집안에 사는 식구나 손님이더라도 친계(親系)일 경우 5대조, 외계(外系)일 경우 3대조, 처계(妻系)일 경우 2대조 안에 든 친족이 아니면 한솥밥을 먹여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식객이 많은 집에서는 부엌에 객솥이 따로 있어 그 솥으로 밥을 지어내게 마련이었다.

이렇게 한솥밥을 먹는 사람끼리는 선악이나 이해, 득실, 우현(愚賢), 빈부(貧富)를 초월, 서로 협조하고 상보(相補) 결속하였으며, 이것은 한국인의 그 억센 가족제도와 가족의식을 강화시킨 요인이 됐던 것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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