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서 매일 ○○이가 나오는 악몽을 꿨어요.”
“○○이 때문에 병가나 휴직을 생각하시는 선생님이 많으셨는데….”
“○○이 부모님은 진짜 이상해요. 1년 내내 선생님을 괴롭힐 수도 있어요.”
어머나, 교직생활을 10년 넘게 했지만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라 놀랐습니다. 아직 학생들을 만나지도 않은 2월에 학생에 대해 이런 말을 쏟아내는 동료 선생님들도 이상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무섭게 야단을 치고,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는 지난해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낙관도 있었습니다.
‘그래 봐야 아직 11살밖에 안 된 아이인데 뭘…. (중략)
드디어 3월 첫날, 교실에 들어가니 이미 남학생 2명이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새 학년 첫날, 선생님을 만나기도 전에 싸우고 있는 학생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웃으며 첫인사를 할 새도 없이 싸우는 아이들을 뜯어말리며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한 첫날이었습니다. 왜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고, 앞날이 캄캄해져서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비단 1~2명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6명 중 3~4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아이가 싸움닭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속상한 것이 많은지 수시로 우는 아이도 있었고, 자기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친구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17p, 눈 앞에 펼쳐진 교실 붕괴
“얘들아, 선생님은 몇 년 전부터 감사일기를 매일 쓰고 있어.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과 감사일기를 쓰거나 고마움을 주제로 수업해본 적은 없어. 하지만 오늘부터 예쁜 너희들과 함께 ‘고마워 교실’을 운영하고 싶어. 오늘은 ‘고마워’로 시작하는 1일이란다.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
제가 말하긴 했지만 저 역시 이런 멘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그냥 혼자서 “고마워!”라고 조그맣게 말만 해도 될 일을 굳이 왜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을까? 약간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말을 꺼냈으니 칠판에 ‘오늘부터 고마워 1일’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공언을 해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5p, 고마워 샤워
“수업시간에 태도가 정말 좋았어요.”
“수업시간에 좋은 태도로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두 문장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고마워요.”라는 단어 하나가 들어감으로써 아이들은 스스로가 한 행동에 대해 감사함을 되돌려 받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한 가지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는 인식입니다.
---28p, 선생님 먼저 “수리수리마하수리 얍!”
와우! 2시간만 해도 100번이 넘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공책을 줄 때마다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용기 내어 아이들 1명, 1명에게 눈을 맞추며 “고마워!”라고 말하니 제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자리에 앉아줘서 고마워.”
“그럴 수도 있겠네. 고마워.”
앗, 이런 놀라운 일이…. 수업시간에 산만한 태도를 지적할 때나 아이들이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제가 말끝마다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표정은 부드러웠을지 몰라도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자리에 앉아야지.”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어느새 아이들에게 말하는 저의 표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저도, 아이들도 느꼈습니다. 돌아보니 그즈음부터 교실에 마법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32p, ‘소소감’, 작지만 소중한 감사
수학을 어려워하는 별이님이 《수학익힘》 책을 풀어왔습니다. 그런데 한 문제도 못 풀고 다 틀렸습니다. 예전이었다면 저는 1번부터 다시 설명하며 풀어주기 바빴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마워 샤워 후에는 《수학익힘》 책을 내미는 별이님에게 이렇게 먼저 말하게 되었습니다.
“별아, 수학 문제 많이 어려웠지? 그래도 풀어보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
제 말에 별이님의 눈이 얼마나 동그래지던지요. 《수학익힘》 책에 있는 두 바닥의 문제 중 한 문제도 못 풀고 선생님에게 검사받으러 나올 때 그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고마워 샤워 전에는 아이의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 아이가 수학을 못 하니까 수학 시간이 끝나기 전에 내가 다시 완벽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하지만 고마워 샤워를 하고 나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인데도 끙끙거리며 풀려고 노력한 그 마음이 그냥 고마웠습니다. 한 문제도 못 푼 채 가지고 나왔는데 선생님이 고맙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수학이 계속 싫게 느껴질까요? 100점이든 0점이든 점수에 상관없이 제가 고맙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6개월쯤 지나자 수학을 어려워하던 별이님의 입에서 수학이 재미있다는 말이 나오더니 1년이 지난 후에는 수학 성적이 상위권에 도달했습니다.
오늘부터 “고마워!”를 100번 이상 말하는 ‘고마워 샤워’부터 시작해보세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삶의 결이 달라지고, 교실과 아이들이 달라지는 기적을 보게 될 것입니다. 행운을 부르는 감사의 마법 주문은 교사인 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70p, 100점보다 더 소중한 것
교실과 가정은 실제로 페어링되어 있고 수시로 연결됩니다. 학생들은 교실의 세상과 가정의 세상을 넘나들면서 자라니까요. 교실에서 배운 것을 가정으로 가져오고, 가정에서 익힌 습성이 그대로 교실로 넘어옵니다. 어린 학생일수록 감정의 표출과 언어적 표현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사용하는 언어습관을 그대로 교실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죠. 부모에 의한 무차별적 밈 현상이 교실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죽여버릴 거야.”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아이들은 폭력적인 영화나 게임에 장시간 노출되었거나, 부모님의 폭력적인 행위를 자주 봐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만날 때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라도 ‘고마워 교실’을 통해 더 밝은 빛을 비춰주려고 애씁니다. ‘고마워’의 빛은 그 학생에게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에게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해줄 때 주변 학생들도 함께 배우고 익힙니다.
반대로 아이들은 교실에서 체득한 것을 그대로 가정으로 가져가기도 합니다. 교사로부터 고마워 샤워를 흠뻑 받은 아이들은 그 언어의 따스함이 좋아서 자꾸자꾸 쓰려고 합니다. 부모님들도 아이로부터 고마워 샤워를 받거나 배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고마워’에 페어링한다면, 자녀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삶에도 행복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77p, 고마워 주파수 맞추기
“이번 시험에서 100점 받아오면 네가 좋아하는 피자 쏜다.”
한 번쯤 이런 말 해보셨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아이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곧잘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말에는 ‘~하면’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앞에서 ‘준다’는 개념이 들어가면 사랑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실제로 조건이 없는 무한한 사랑입니다. 그런데 마음과 다르게 조건을 달면서 말하게 됩니다. “이거 잘하면 이거 해줄게.”라고 말이죠.
학생의 학습과정에 조건을 달면 ‘외적 동기’가 강화됩니다. 외적 동기는 외적 보상이 없으면 의욕이 사라집니다. 사랑은 ‘내적 요인’에 의해 자발적으로 움직입니다. 외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의 외적 보상 때문에 아이들이 학습을 열심히 하고 태도가 개선된다면, 점점 더 큰 외적 보상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방법은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117p, 조건 없는 고마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