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보건소에는 80대의 연로한 부부도 계신다. 늘 할머니의 손을 잡고 진료에 동행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다정한 남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의 진료를 위해 매달 방문하는 60대의 아버지를 보면서 부모로서의 덕목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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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건소에서 일하는 임상병리사이다. 임상병리사는 환자의 혈액, 소변, 체액, 조직 등을 이용해 의학적 검사를 수행하고 분석하여, 질병의 예방, 진단, 예후 및 치료에 기여하는 직업으로, 나는 이곳에서 주로 채혈을 하고, 그 혈액을 검사하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주사기로 피를 뽑고, 피를 검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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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당일, 군부대와 경찰서에서 불참한다는 연락이 왔다. 작전 훈련과 사망자 수색 작업 때문이었다. 그러나 화재 출동으로 예행연습을 하지 못했던 소방서는 다행히 본 훈련에는 참가할 수 있었고, 조촐했지만 우리 직원들이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오전에 총 연습을 하고 오후에 드디어 본 훈련에 들어갔다. 여러 번 합을 맞춰서인지 백색가루 의심 신고부터 출동과 대응까지, 모두 배우가 된 듯 완벽하게 훈련을 해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2년에 한 번씩 있는 의무 훈련이지만, 실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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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우연한 선택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내가 뿌린 씨앗이 자라서 나에게 온 것뿐이다. 내가 배운 기술과 학문, 관심 있던 분야를 아우르다보면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 주변을 둘러보자. 어디엔가 내가 키울 씨앗이 있을 것이다. 빌딩에 붙어있던 전단이 내 눈에 띈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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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코로 숨이 쉬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운동으로 몸의 면역력이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비염이 나았다. 피딱지가 달라붙은 팔꿈치도 시간이 지나니 나았다. 뭉쳐서 단단해진 근육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되어 있고, 고통을 이겨내면 튼튼해지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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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한 번 겪었다고 끝이 아니다. 우리는 여러 번의 고난과 새로운 경험을 마주한다. 이는 삶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 번의 예방접종으로 항체가 만들어질 수 있듯 사람마다 항체를 얻는 능력은 다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고난을 이겨내 본 사람만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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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도 그렇다. 자기 계발서든 인문학서든 내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 사람마다 환경과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책을 읽거나, 사주를 보면 ‘이번에는 어떤 단어가 나를 사로잡을까?’ 기대하고, 그 단어를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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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님께 유급 통지서와 장학금 통지서를 함께 보여드렸다. 만감이 교차했다. 부모님도 좋아해야 할지 난감해하셨다. 결국 아버지는 나를 한 번 더 믿어주셨고, 나는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나를 잡아준 교수님께 셔츠를 선물했다. 그리고 반 대표를 맡아 봉사하는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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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법이다. 내가 가는 길이 당장은 맞지 않는 것 같아도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특히 누군가가 나에게 조언과 충고를 한다면 깊이 생각해보자. 누구나 실패할 수 있으며, 결국 실패는 전화위복이 되어 성공의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어제 넘어진 일은 오늘 겪을 일의 연습이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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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두고 임상병리 국가 고시에 응시했다. 그러나 나는 한과목에서 1점이 부족해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과락이었다. 평소 쉽게 생각한 과목이었는데 실수하는 바람에 1년에 한번뿐인 시험에서 낙방한 것이다. 자식이 취업만 하면, 바로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뿐이던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 아버지는 종로 전자 상가에서 형광등을 배달 일을 하시다가 다리가 아파 일을 그만두셨고, 어머니는 파출부로 일하고 계신 터라 더욱 막막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 p.72
보건소는 아이를 갖기 위한 준비부터 출산까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생애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치매, 당뇨, 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도 가능하다. 물론, 병원에 가면 더 전문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지만, 중증이 아닌 관리와 예방 차원이라면 경제적 부담이 없는 보건소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하다.
--- p.96
진료 영역을 살펴보는 것도 합리적이다. 지역마다 진료 규모와 여건은 다르지만, 생각보다 받을 수 있는 검사 항목이 많아 놀랄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혈당이나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검사 위주였다면 지금은 암 표지자 검사와 갑상선 기능 검사도 대부분 가능하다. 그 외에 치료비 지원이나 의료기기 지원에 관련한 각종 서식과 필요 서류 안내가 있으니 유용하게 사용하길 바란다.
-- p.105
그렇다. 태풍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미리 준비하면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감염병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한 늘 존재할 것이다. 감염병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예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유일한 길이다. ‘왜 감염병이 생겼을까?’ 하며 원망하기보다는, 1년에 몇 번 찾아오는 태풍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p.146
감염병은 접종률이 95% 이상 되어야 확산하지 않는다. 100명 중 95 이상이 접종을 통해 항체를 획득하면 병이 확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를 ‘집단 면역 효과’라고 한다.
--- p.187
감염병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병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어떤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물이 오염된 것인지, 음식물의 조리가 잘못된 것인지, 동물에 의한 것인지 등 매개체를 조사해야 한다.
---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