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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교유서가 소설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6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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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6g | 130*200*14mm
ISBN13 9791191278576
ISBN10 11912785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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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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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깊고 큰 마음은
처음 출발하던 그 자리에 여전히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 (…)
그러하다. 이것이 나의 처음이고, 나의 시작이고, 나의 길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출근길에 나는 늘 두 사람을 만난다. 한 사람은 여자이고, 한 사람은 남자이다. 한 사람은 어린아이이고, 한 사람은 이제 막 머리가 희끗해진 노년의 신사이다. 한 사람은 나를 보면 말을 걸고 싶어 안달이고, 한 사람은 그저 소리 없이 나를 훑어보기만 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 내게는 동일인물이나 마찬가지이다.
--- 「외출」 중에서

가끔은 유서를 쓰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말 죽을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죽음에 대한 상상은 권태랄까 나른함이랄까 하는 것들을 잠시 소멸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세상은 별것 아닌 것이 돼버리는 까닭이었다. 죽는 이유는 유서를 쓸 때마다 달랐다. 어떤 날은 가난을 견딜 수가 없어서 죽고, 어떤 날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죽고 (…) 그리고 대부분은 지루해서 죽었다. 마지막 이유는 언제나 마음에 든다.
--- 「외출」 중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언제나 같이 찾아온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듯싶다. 내 경우에는 대개 좋은 일이 먼저 찾아온다. 그러고 난 후에 찾아오는 나쁜 일은 언제나 앞서 찾아온 좋은 일들을 취소시키거나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버린다. 이번 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 「이사」 중에서

그런데 왜 아파트에서 살긴요? 그래도 맘만 좀 독하게 먹으면 아파트가 살기는 편해요. 그냥 안에서 문 단단히 걸어 잠그고 누가 와도 나 몰라라 하면 되거든요. 잡상인이 찾아와서 띵동 해도 모르는 척, 부녀회에서 띵동 해도 모르는 척, 관리실에서 띵동 해도 모르는 척. 몇 번만 그렇게 살면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어요. 그냥 자기들 관심 밖에 내놓는 거죠.
--- 「사루비아」 중에서

어쩌다가 모여서 입이 심심하거나 길 가다 우연히 마주치면 우르르 모여서 입을 댓발이나 내밀고 궁시렁거리겠지만, 뭐 섞여 산다고 안 그러겠어요. 사람 사는 데서 말 나오지 어디 딴 데서 나오나요. 살면서 젤 무서운 게 사람이에요.
--- 「사루비아」 중에서

승리는 다른 자잘한 기억들을 묻어두게 만드는 법이다. 승리에 취하면 다른 아픈 것들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너도 실패했고, 나도 실패했다. 하기야 그 거대한 축제 앞에서 우리가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 중에서

초상 치면서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요? 사람들은 그래도 서방이라고 설워 우는 줄 압디다만 그 잘난 서방 떠난 게 섧기는 머시 설워. 그 화상하고 살아온 내 팔자가 또렷하니 생각나면서 그게 설워 눈물이 납디다. 이 갈듯이 뽀득뽀득 갈아서 강물에 뿌려주고 솔솔 떠내려가는 거 보면서 내가 그날은 담배 한 대 피웠소.
--- 「목포행 완행열차」 중에서

사람은 죽는다. 누구나 죽는다. 죽음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유일하고 공평하게 나눠 받은 신의 선물이다. 누구도 그걸 받지 못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자기 혼자에게만 닥칠 일이 아닌데도 그러하다. 죽음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되도록 그 순간을 늦추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 「햇빛 밝은」 중에서

실제로 자살률은 비가 오고 흐린 날보다 한없이 맑고 푸르고 따뜻한 날 더 높다고 한다. 당연하다. 햇빛 찬란한 날씨는 사람들을, 삶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내 속사정일랑 아랑곳없이 맑고 환한 시절을 보면 죽고 싶어진다. 뭐지? 이렇게 세상이 밝은데, 난 왜 여기 있는 거지 싶다.
--- 「햇빛 밝은」 중에서

“어떤 사람이죠? 남자였나요?”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으로 향한 중년 남자의 등을 향해 물었다. 망설이는 듯 가만히 서 있던 중년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냥 1995년이었습니다.”
--- 「호출, 1995」 중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엄마는 한 마리 나비 같았다. 그대로 어딘가 훨훨 날아가도 좋을 것만 같았다. 홀린 듯 넋을 잃은 채 엄마를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목구멍 안쪽에서 떫고 쓰고 독한 그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 「자전거 타는 여자」 중에서

내 직업은 이야기꾼이다. 정확하게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때가 오면 사람들은 나를 찾아온다.
--- 「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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