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와로는 콘스탄틴 의사의 앞에 서서 시체가 있는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 차장이 와서 열쇠로 문을 열어 주었다. 두 남자는 안으로 들어갔다. 포와로는 미심쩍다는 듯이 의사를 돌아다보았다.
'이 침실 안의 물건들에 얼마나 손을 댔습니까?'
'아무것에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시체를 조사할 때도 자세를 움직여 놓지 않으려고 조심했으니까요.'
포와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떤 것은 지독한 추위였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블라인드도 위로 올려져 있었따.
'아이고!' 포와로는 몸을 떨었다.
--- p.71
포와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부인하셔도 소용없습니다. 내 말이 맞지요, 그렇지 않나요?'
백작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원 세상에. 이것 봐요, 포와로 씨, 당신이 무슨 권리로-'
백작 부인이 그의 입에 작은 손을 갖다 대면서 그를 가로 막았다.
'아니예요, 루돌프. 말하겠어요. 이분이 말씀하신 건 사실이에요. 부인해 봐야 소용없어요. 저는 모든 것을 이야기 하겠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변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남국적인 풍부한 성량이었으나, 갑자기 발음이 분명하고 또렸하게 바뀐 것이다. 그것은 미국인이 말하는 정확한 영어였다.
--- pp.261-262
'이 열차에는 콘스탄틴 의사와 나뿐입니다. 부쿠레시티에서 온 열차에는 한쪽 다리를 저는 노신사가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차장이 잘 알고 있지요. 그 열차 너머엔 보통 열차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어젯밤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 자물쇠로 채워 두었으니까요. 이스탐불 - 칼레행 열차 앞에는 단지 식당차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 .' 포아로가 천천히 말하였다. '살인자를 이스탐불 - 칼레행 열차 안에서 찾아야겠군.' 그는 의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말하고 싶었던 거지요?' 그리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정이 지난 뒤 30분쯤 되어서 우리는 눈 더미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후로는 어느 누구도 이 기차에서 떠날 수 없었을 겁니다.' 부크가 엄숙하게 말했다. '살인자는 우리와 함께 있소. - 지금 바로 이 기차에 말이오......'
--- p. 60
''유감스럽지만 -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꺼냈다. ''당신을 도울 수가 없겠습니다.''
래체트는 교활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얼마쯤 생각하고 있는지 말해 보시지요.''
포와로가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일을 잘 처리해 왔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물건이나 기호품 등을 살 정도의 돈은 충분히 벌어 두었습니다. 이제는 나에게 흥미를 주는 사건들만 맡고 있답니다.''
''당신, 꽤나 대담하신 분이로군요.''래체트가 말했다. ''그럼, 2만달러라면 당신의 흥미를 끌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만일 더 많은 돈을 내라고 한다면, 당신은 이 일을 놓치게 될 겁니다. 내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나 역시 그렇습니다. 래체트 씨.''
''내 제안에 잘못된 것이 도대체 뭐가 있소?''
포와로가 일어섰다. ''개인적인 일입니다만. - 나는 당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래체트 씨.''하고 그는 말했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식당차를 떠나 버렸다.
--- p.39
'백작 부인의 기록 첫부분에 묻어 있군요- 정확히 말해서, 그녀의 세례명에 묻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이게 무엇을 암시하는지 알 수가 없군요.'
(중략)
'그렇습니다. 그녀 여권의 세례명에 기름이 묻어서 흐려져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우연한 일이라고 누구나 말할 겁니다. 그러나 엘레나라는 그녀의 세례명을 생각해 봅시다. 만일 그것이 엘레나가 아니라 헬레나였다면, 머리글자 H를 E로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소문자 e는 자연스럽게 덮어씌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고쳐 적은 것을 감추기 위해서 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고 상상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pp.252-253
그는 몇 시간 뒤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그는 자기를 깨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커다란 신음 소리,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바로 근처 어딘가에서 들려왔고, 동시에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던 것이다. 포와로는 일어나서 불을 켰다. 그는 기차가 정지해 있는 것을 알았다.-아마도 역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 비명이 그를 잠에서 깨웠던 것이다. 그는 바로 옆 침실에 있는 사람이 애체트 임을 생각해 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바로 그때 침대차 차장이 통로를 따라 허둥지둥 걸어오더니 래체트의 방문을 두드렸다. 포와로는 방문을 살짝 열어 놓고 지켜보았다. 차장은 다시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저쪽에서 또 벨이 우릴고 빛이 흘러나왔다. 바로 그때 옆 침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일도 아니요. 내가 실수로 눌렀소.'
'알겠습니다.' 차장은 다시 습히 불이 켜져 있는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두드렸다. 마음이 가라앉자 포와로는 잠자리로 돌아가서 불을 껐다. 시계를 보았다. 정확히 밤 12시 37분이었다.
--- p.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