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뭇거리던 마플 양은 작은 손가방을 열어 노트 한 권을 꺼냈다. 그녀는 거기에서 종이 한 장을 찢어 내어 조심스럽게 어떤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는 그 종이를 접어서 헨리 경에게 건네 주었다.
헨리 경은 접은 종이를 펼쳐서 이름을 읽었다. 그는 종이에 적혀 있는 이름에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썹이 약간 치켜 올라갔다.그는 마플 양을 넘겨다보고는 그 종이를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글쎄요, 좋습니다. 꽤나 별난 일이군요.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당신에 대한 내 믿음에 - 운을 걸어 보겠습니다. 마플 양.'
--- p.272
'우리들이 마치 어떤 대표자 모임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내친 김에 아예 그런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요?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요? 화요일? 이 모임을 '화요일 밤의 클럽'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모임은 매주마다 가지며, 모든 사람이 돌아가면서 어떤 사건을 제시하는 거에요. 수수께끼처럼 묘한 사건 말예요. 물론 그것을 제시하는 사람은 거기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좀 알고 있어야 하고, 그 정확한 해답도 알고 있어야겠죠. 가만 보자, 지금 우리가 모두 몇 명이죠? 하나, 둘, 셋, 넷, 다섯-여섯은 되어야 할텐데.'
'조이스 양, 당신은 날 빠뜨렸군요.' 마플 양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p.11
그러나 리처드 헤이든은 엎드린 채로 여전히 쓰러져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엘리오트 헤이든은 그의 곁으로 다가서서 무릎을 꿇고 천천히 그를 바로 눕혔습니다. 엘리오트는 허리를 굽혀 그의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답니다. 그러더니 그만 비틀거리며 벌떡 일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 ' 그가 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빨리 이리로 와 보세요. 그가 죽 - 죽은것 같아요'
시몬스가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갔고, 엘리오트는 아주 천천히 걸어서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왓습니다. 그가 자기의 두 손을 내려다보면서 지은 표정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 p.35
그가 내게 얘기를 계속하는 동안 난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의 얘기를 듣는 데 심취해서 존재하지도 않는 다른 것을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태양이 풀하위스 암즈의 문앞에 내리쬐는 하얀 정방형의 포도 위에다 핏자국을 그렸던 겁니다. 마음이 손으로 하여금 그러한 속임수를 부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특이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머리를 들어 여인숙을 쳐다보았을 때, 나는 다시 두 번째 충격을 받고 말았답니다. 하얀 포도 위에 떨어져 있는 핏방울들을.
--- p.82
" 난 한 가지 불만스러운 게 있어요."
그는 방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한 바퀴 둘려보면서 부드럽게 눈을 깜박거렸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있는 밴트리 대령은 벽난로 장식 선반이 마치 행진중에 태만하게 구는 병사라도 되는 듯이 험상궂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최근에 우편으로 보내온 구근 목록을 살짝 들여다보고 있었다. 로이드 박사는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감탄하는 듯한 시선으로 제인 헬리어 양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 아름다운 젊은 여배우는 생각에 잠긴 듯이 자신의 반짝거리는 빨간 손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노처녀인 마플 양만이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그녀의 눈동자가 헨리 경의 눈과 마주치자,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한 번 깜박였다.
--- p. 193
" 난 한 가지 불만스러운 게 있어요."
그는 방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한 바퀴 둘려보면서 부드럽게 눈을 깜박거렸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있는 밴트리 대령은 벽난로 장식 선반이 마치 행진중에 태만하게 구는 병사라도 되는 듯이 험상궂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최근에 우편으로 보내온 구근 목록을 살짝 들여다보고 있었다. 로이드 박사는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감탄하는 듯한 시선으로 제인 헬리어 양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 아름다운 젊은 여배우는 생각에 잠긴 듯이 자신의 반짝거리는 빨간 손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노처녀인 마플 양만이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그녀의 눈동자가 헨리 경의 눈과 마주치자,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한 번 깜박였다.
--- p.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