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갑자기 이 처녀에 대해서 따뜻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그와 똑같은 칭찬의 말을 그녀의 어머니에게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터번 부인은 그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존재였다. 그래서, 똑같은 칭찬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팀은 무척 당황했다.
밴 슈일러는 작은 증기선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낙타를 타거나, 또는 걸어서 어디를 올라간다든가 하는 모험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기운 찬 목소리로 말했다.
'바워즈 양, 함께 있자고 해서 미안해요. 원래 당신을 보내고 코닐리어를 여기 남게 하려고 생각했었지만 젊은이들은 이기적이라서요.'
--- p.139
이런 잡다한 생각을 하던 중, 눈에 띄는 커플을 보게 되자 포와로의 시선은 부드러워졌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키가 크고 넓은 어깨를 가진 젊은이와 날씬하고 섬세하게 생긴 처녀였다. 그들 두 사람은 아주 행복한 듯한 표정으로 리듬에 따라 춤을 추고 있었다. 여기에서 춤추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시간에 둘이 춤추고 있다는 것이 행복해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미소 외에 또 다른 어떤 것이 깃들어 있었다. 에르큘 포와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저 조그만 처녀는 너무 열렬한 사랑을 하고 있군.'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지나치게 뜨거운 사랑은 곤란하지. 아니야. 정말 위험할 정도야.'
--- p.
'마드모아젤, 부탁이니 제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 두세요.'
'친애하는 리넷을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말인가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당신의 가슴에 악마를 불러들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이 눈에 어렸다. 포아로는 엄숙하게 말을 계속했다.
'왜냐하면 - 만일 당신이 그렇게 하면 - 악마가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죠......맞아요, 분명히 악마가 올 겁니다......일단 악마가 들어와서 당신 가슴속에 자리잡게 되면, 그 땐 아무리 쫓아내려고 해도 쫓아버릴 수가 없게 된답니다.'
재클린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저는 - 모르겠어요 -' 그런 다음 그녀는 도전적인 투로 말했다.
'당신이 저를 말릴 수는 없어요.'
--- p.81
데일리 블래그지의 사회면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셰마탕트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미모의 리네트 지리웨이 양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조안나 사우드우드 양과 윈들쉠 경, 그리고 토비 브라이스 씨 등과 함께 어울려 있었다. 리지웨이 양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안나 하츠와 멜휘시 리지웨이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그녀의 외할아버지인 레오폴드 하츠에세게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이 아름다운 리네트 양은 현재 사교계에서 최대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항간에는 그녀의 약혼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윈들쉠 경은 정말로 뜨거운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11
'당신은 내가 지엽적인 문제들로 너무 신경을 쓰고 있어서 불쾌해진 모양이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언젠가 나는 고고학 탐사단에 참가한 일이 있었지요-그 때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물건이 땅 속에서 발굴되면, 먼저 주위에 달라붙어 있는 것들을 모두 깨끗이 털어 내야 한답니다. 그런 뒤, 그 물건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난 상태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러한 작업인 셈이지요. -즉, 진실을 보기 위해서 주위에 둘러싸여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버리는 겁니다.-완전히 노출된 진실을 보기 위해서 말이오'
--- p.320:7-16
그러나 로잘리는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그 여자는 갑자기 얼어붙은 듯이 멈춰 섰다. 그리고는 푸석푸석한 모래 위에 양산 끝으로 죽죽 줄무늬를 그었다. 그러다가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저는 정말 그 여자가 미워요. 정말 미워 죽겠다고요. 저는 이제 완전히 야수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그 여자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그 예쁘장하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짓밟고 싶은 심정이예요. 질투심에 불타는 심술궂은 여자라고 욕해도 좋아요. - 바로 이게 제 솔직한 심정이에요. 그 여자는 너무나 엄청나게 출세한데다가 오만하고, 자신만만하기 까지 하더군요.''
에르큘 포와로는 그녀의 고함 소리에 다소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는 상냥하게 약간 흔들었다.
''그래요 . 그렇게 말해버리면 훨씬 기분이 나아질 거요!''
--- P.55
'그녀가 혼자서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구.'
'그렇구먼. 그녀에게는 돈도, 그렇듯 아름다운 용모도 과히 도움이 못 된 것 같군. 딱하게도 말야.'
르크소르에서 미스터 퍼거슨이 말한 것처럼, 문제는 미래에 있는 것이지 과거 따위는 실상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 p.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