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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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46g | 143*210*16mm |
ISBN13 | 9788958207375 |
ISBN10 | 895820737X |
발행일 | 2021년 0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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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46g | 143*210*16mm |
ISBN13 | 9788958207375 |
ISBN10 | 895820737X |
여행기에 부쳐 5 첫 번째 편지_신중함은 때로 나약함의 다른 이름 두 번째 편지_환대는 선량함의 증거 세 번째 편지_여행은 사색의 촉매제 네 번째 편지_인간의 얼굴에서 신을 보다다섯 번째 편지_사색하는 작가의 눈에 보이는 것들 여섯 번째 편지_짧지만 달콤한 여름을 만끽하기 일곱 편지 편지_낯선 땅에서 인간의 삶을 생각하다 여덟 번째 편지_꾸밈없는 친절은 끈끈한 정을 불러 아홉 번째 편지_세상을 완성하는 데는 인간의 손길이 필요해 열 번째 편지_감수성을 품은 따뜻한 가슴에 대하여 열한 번째 편지_무지의 고독 속에 머물고 싶지 않아 열두 번째 편지_세상을 홀로 떠돌아다닐 운명 열세 번째 편지_풍경에 풍요를 더해주는 것들 열네 번째 편지_만족을 얻을 최상의 방법은 무지 열다섯 번째 편지_근심을 떨치고 위엄으로 일어서기 열여섯 번째 편지_조바심도 여행의 즐거움을 막지 못해 열일곱 번째 편지_여행의 묘미는 예상을 빗나가는 것 열여덟 번째 편지_인생은 한 편의 익살극! 열아홉 번째 편지_도덕과관습의 현주소를 찾아서 스무 번째 편지_섬세함은 성취의 동력이자 불행의 원인 스물한 번째 편지_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스물두 번째 편지_낯선 언어 속에서 혼자임을 느낄 때 스물세 번째 편지_환경은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는 거푸집 스물네 번째 편지_돈벌이의 소용돌이 속에서 빚진 눈물 스물다섯 번째 편지_못 다한 이야기 맺음말 여행을 돌아보며 옮긴이의 말 새로운 족속의 시조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걸어온 길 |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을 거라 생각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란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뭐랄까, 코로나 시국에 떠나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낭만 같은 걸 기대했다고 하면 맞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너무나도 유명한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셀리의 엄마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어쩌면 ‘길 위의 편지’란 제목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길 위라는 건 여행을 의미했고 낯선 곳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경험하는 삶에 대해 마냥 설레는 마음만 품었던 것이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이 책은 25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여행기가 맞다. 저자 울스턴크래프트가 여행한 경로를 따라 6월에서 10월 초까지 이어진 여행, 영국의 헐을 시작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함부르크, 영국 도버로 마무리되는 여행이다. 배를 타고 떠나는 시점의 자세한 해상의 날씨, 그에 따른 저자의 솔직한 마음으로 편지는 시작된다.
여행하는 도중의 자연현상과 그것에 대처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사소함부터 여행지에 도착해 묵은 숙소의 면모와 사람들에 대한 인상까지 무척 섬세하고 자세하게 기술되어 독자는 마치 그 풍경을 직접 보는 듯하다. 각각의 장소에서 느끼는 아름답고 훌륭한 자연의 모습, 나라의 사람들의 말과 태도로 알 수 있는 그들의 사회적 관습과 문화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편지라고 할까. 저자가 묘사한 북유럽의 자연은 말 그대로 웅장하고 경이롭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점은 저자의 통찰력과 사유라고 할 수 있다. 각 편지마다 저자의 마음을 일기처럼 보여주는데 때로 외롭고 때로 고독하고 때로 슬픈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다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추천하고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쓸쓸하고도 안타까운 건 그녀가 바라보는 시대의 단점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획일된 쪽으로 편향된 사회를 미리 알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나라가 자기네 나라를 닮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행자들은 집구석에 있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가 어느 정도 윤택해졌을 때라야 취향의 연마로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게 되는 개인의 청결과 기품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국민성을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작가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간 정신을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나타내는 종이 지구본처럼 가상의 구(球) 안에 가둬놓기 위해 계산된 듯한 독단적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탐구와 토론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8쪽)
1796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척 놀랍다. 그 시기에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사업차 여행을 떠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싶어서다. 21세기인 현재에도 그리 쉬운 결정도 아니고 실행도 어려웠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독을 견디며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어떤 이에게도 자신의 공포와 슬픔을 말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면의 진중한 고백이라고 할까.
소멸에 대한 공포는 제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거랍니다. 실존이 종종 불행만을 고통스럽게 의식하는 것이라 해도 저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를 잃는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습니다. 아니, 저로서는 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기쁨과 슬픔에 똑같이 민감한 이 활달하고 들썩대는 정신이 한낱-용수철이 툭 끊어지거나 불꽃이 사라지는 순간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먼지가 되고 만다는 사실도요. 제 영혼을 붙들고 있는 것이 한낱 먼지라니요. 우리 마음에는 소멸할 수 없는 것이 살고 있고, 인생은 꿈 그 이상입니다. (88쪽)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책이다. 내게는 사는 동안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사유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인생 대 선배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현재에 우리 곁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삶의 가치와 진리에 대해 좀 더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환경은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는 거푸집 같습니다. 제가 최근까지 관찰한 바를 토대로 환경의 영향을 추론해 볼게요. 제가 지난번에 왜 성직자들은 대체로 교활하고 정치가들은 기만적일까라고 물었을 때만큼 심각하진 않습니다. 상업에만 전념하는 인간은 심미안과 정신의 위대함을 전혀 습득하지 못하거나 모조리 잃어버립니다. 기품이 빠진 부의 과시와 정서가 빠진 탐욕적 쾌락은 인간을 짐승같이 만들어, 급기야 그들은 영웅적인 성향의 모든 미덕을 우리의 본성 너머 무언가에 대한 낭만적인 도전이라 부릅니다. 사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을 걱정하거나 불행을 탐색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219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796년에 영국의 여성 작가가 외국(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여행을 하면서 독자에게 쓴 편지다. 스물다섯 편의 편지 형식으로 된 글을 읽고 있노라면,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상상일 뿐이지만. 곧 깨닫는다. 이럴 만한 사람이라서 이런 여행도 이런 글도 쓸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2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읽어도 어떤 형태로든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까지, 이건 좀 많이 대단하다.
작가 개인의 생은 불우한 편이다. 이 때문에 글에 절실함을 더 담을 수 있었던 것인지. 글로 봐서는 보탬이 될 성정이나 개인의 삶으로 봐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아프게 겪었을 것 같다. 남편과의 유쾌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고, 그로 인해 여성으로서의 자각이 더 깊었던 걸까 짐작만 해 본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여자가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남자와 동등하게 대우를 받은 시기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뜨겁고 습한 올 여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을 것 같다. 200여 년 전의 북유럽 3개국의 여정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여행 방식과 비교하는 재미도 컸다. 여행기가 다양하게 나와 있으나 최근 내 마음에 드는 글과 여행담을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을 봐서 좋았다. 풍경이면 풍경, 묘사면 묘사, 사색이면 사색, 기행문의 3요소(여정, 견문, 감상)가 참으로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여겼다. 흐릿하게 갖고 있던 내 생각이 분명한 표현으로 나와 있는 글로 확인을 받을 때의 상쾌함까지도 느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 작가도 이러하구나, 심지어 이미 20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하였구나, 내가 괜찮은 생각을 하였구나......
편지나 일기를 손으로 쓰지 않게 된 이 시절, 나도 뭔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28 세상을 알면 알수록 문명의 발달을 추적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문명이 축복임을 잘 가늠하지 못한다는 확신이 커집니다. 문명은 우리의 즐거움을 품위 있게도 만들지만, 감각의 원시적 섬세함을 유지시켜주는 다양성도 창출합니다. 상상력이 부재하면 모든 감각적 쾌락은 상스러움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39 저는 시골을 사랑하지만, 집을 짓기로 선택된 그림같이 아름다운 환경을 볼 때면 개발이 두렵습니다. 전체적인 통일성을 갖추면서 주위 풍경에 어울리는 숙소와 외관을 꾸미는 데는 남다른 감각이 필요하지요. 57-58 국민은 본래 어리석은 법이라고들 합니다. 얼마나 모순적인가요! 부지런할 이유가 없는 노예들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력, 즉 사욕을 가질 수 없어 능력도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 예술과 과학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은 짐승 취급을 당해왔습니다. 단지 그들의 실력이 예술과 과학을 생산해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인간의 역사, 다시 말해 인간 정신의 역사를 더 폭넓게 고찰해온 작가들 또한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거나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열정이 약해진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기에 비슷한 오류에 빠집니다. 모든 나라가 자기네 나라를 닮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행자들은 집구석에 있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가 어느 정도 윤택해졌을 때라야 취향의 연마로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게 되는 개인의 청결과 기품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국민성을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작가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간 정신을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나타내는 종이 지구본처럼 가상의 구 안에 가둬놓기 위해 계산된 듯한 독단적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탐구와 토론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탐구 정신이 현 세기의 특징이고, 이 정신으로 후세대가 많은 지식을 축적하게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59 시대의 무지와 편견을 고려하지 않는 작가들은 자신들이 지식의 발전, 심지어 미덕의 발전에 얼마만큼 큰 빚을 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 작가들이 발달이 뒤처진 사회에 살았다면 개인의 노력으로 그 만한 발전에 이르는 정신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겁니다. 127-128 우정과 가정의 행복은 끊임없이 칭송 받는 덕목입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세상에서 보기란 힘듭니다. 애정이 잠들지 않게 하려면,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서라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마음의 수양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단순함과 허심탄회함은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약점에 가까워 보이지만 사랑이나 우정의 매력적 요소, 나아가 어린 시절의 온갖 황홀한 은총을 되살리는 본질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심미안에 영향을 미치는 대상들로 서로에게 애정을 품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의 얼굴 표정은 저를 감동시키고 제 심상에 지워지지 않는 모습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점점 진부해지는 침체된 연민을 깨우려면 새로운 열정이 필요합니다. 심미안이 부족하여 끊임없이 동물적 감각에 의지해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면 좋게 말해 예의라고 하는, 꾸며낸 행동이 필요한 것처럼요. 동물적 감각은 상상력으로 지탱이 되지 않아 다른 정서들보다 쉬이 소진됩니다. 우정은 일반적으로 시작될 때 진지하며, 지탱해주는 무엇이 있으면 지속됩니다. 그 무엇이 보통은 새로움과 허영심이 적절히 섞여 있는 것인데, 지지물이 약하면 당연히 무너지겠지요. 188-189 여행을 교양 교육의 완결로서 합리적인 근거로 채택하고자 한다면 유럽의 더 고생한 지역들에 앞서 북쪽 국가들부터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은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응달을 탐색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관습의 학습터가 되어줄 겁니다. 그러나 기후가 다른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한순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모든 걸 이해했다는 결론에 이르면 곤란합니다. 환대는 여행자들에게, 특히 즐거움을 찾아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한 나라의 미덕을 잘못 평가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요. 저는 한 나라의 미덕이 그 나라의 과학 발전과 정확히 비례한다고 믿는답니다. 206 여행 중에 누군가를 만나면 관심이 생기는 그 순간부터 헤어짐을 아쉬워하게 되지요. 219 사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을 걱정하거나 불행을 탐색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길 위의 편지 |
<길 위의 편지>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쓴 여행에세이다.
그러나 이 여행에세이가 특별한 것은, 이 글은 단순히 여행과 기록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청탁을 받은 작가가 그동안 영국인들이 관심의 주요 대상지가 아니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여행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때로는 비판적으로 서술했다는 지점 때문이다.
여자가 글을 쓰려면 매년 500파운드의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버지니아 울프가 등장하기 전에, 쓰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이 글에서는 여자 홀로 (심지어 갓난아기와 보모를 동행한, 그러나 여행목적지에 따라서 베이스캠프 격인 마을에 아이와 보모는 남겨두고 홀로 탐방을 떠나곤 했다)
여행하며 겪을 수 있는 고단함과(마음 속에 늘 내재해있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
현지인들과의 가격흥정,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물들과의 교류, 그리고 각 나라에 존재하는 사회제도들에 대한 신랄할 비판과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기존의 감상위주의 여행에세이와는 차이가 난다.
실제로 이 책은 울스턴크래프트가 쓴 작품들 중 최고의 호평을 받았으며 가장 잘 팔렸음으로 그 진가를 증명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몇 개국에 번역되고, 미국판도 출간되었다.
17세기에 배와 마차를 이용해 여행을 다닌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자주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떠올렸다. 여성화가 마리안느가 귀족의 딸 엘로이즈의 결혼 초상화를 그리기위해 나룻배를 타고 그녀가 사는 성으로 찾아가는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거친 파고가 닿는 거대한 절벽과 성, 그녀들이 산책한 해안선의 모습은 책 속에서 메리가 묘사하는 풍경과 겹쳐졌다.
생각지 못한 일정이었던 만큼 두 국가를 가르는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스웨덴 최고의 산지 절벽을 올라야 한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절별들 한가운데로 들어서니 바람이 들이치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일렁이고, 개울이 흐르고, 소나무 숲들이 암벽의 단조로움을 깨주었습니다. 이따금 절벽들은 불쑥불쑥 장엄함을 드러냈습니다. 한번은 아주 근사한 절벽을 오른 후 거대한 골짜기를 통과해야 했지요. 그곳에서 마지막 협곡이 우리를 잡아먹을 듯이 위협하는가 싶더니 방향을 틀자마자 푸른 초원과 아름다운 호수가 눈의 피로를 씻겨주고 우리의 눈을 매혹했습니다. p56
총 25통의 편지가 담긴 이 책은 그 나라에 대한 환경적 묘사와 (우리 눈 앞에는 그녀의 눈높이로 바라본 풍경들이 함께 그려진다)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 사회를 지배하는 법에 대한 관찰이 이어진다. 그래서 한 통의 편지는 다채롭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어머니이며, 그 시절 남성 지식인들이 보여준 모순들에 대항해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얼마나 자주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가를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유려하고 우아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사유가 돋보이는 몇 문장을 갈무리 하며 마친다.
듣기로는 이 지역이 스웨덴 최악의 불모지 중 한 곳이라던데, 경작지가 노르웨이보다 더 많았습니다. 다양한 작물이 자라는 평야가 멀리까지 뻗어나가다 해안에 이르러 경사가 지면서 풍광은 끊어졌어요. 마차를 타고 가면서 대충 훑어본 바로 판단하자면, 농업은 노르웨이보다 한층 발달했지만 거주지는 스웨덴이 가난의 면모가 더 짙었어요. p170, 열일곱째 편지 중
국민은 본래 어리석은 법이라고들 합니다. 얼마나 모순적 인가요! 부지런할 이유가 없는 노예들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력, 즉 사욕을 가질 수 없어 능력도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 예술과 과학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은 짐승 취급을 당해왔습니다. 단지 그들의 실력이 예술과 과학을 생산해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p57, 58, 다섯 번째 편지 중
그러나 함부르크 사람들을 보면 볼수록 광범위한 투기는 도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제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더군요. 인간은 이상한 기계 같습니다. 인간의 도덕 체계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대원칙으로 통합됩니다. 그 원칙도 인간이 제 자존심을 지키는 한계를 태연히 깨부수도록 내버려두면 힘을 잃고 말지요. 인간은 부를 좇으면 좇을수록 인류애를, 다음에는 개개인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게 됩니다. 어떤 건 이해와 충돌하고, 어떤 건 쾌락과 충돌합니다. p222, 스물 세 번째 편지 중
오늘은 토요일이고, 저녁 시간이 평소와 다르게 평온했습니다. 마을은 어디서나 일요일 준비로 분주했지요. 호밀을 가득 실은 작은 짐마차가 우리 옆을 지나갔는데, 추수 풍경을 많이도 보았지만 연필과 가슴으로 담고 싶을 만큼 다정한 풍경이었답니다. 어린 소녀가 머리털이 텁수룩한 말의 등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 말머리 위로 나뭇가지를 휘둘렀어요. 아버지는 아장아장 걸어와 아빠를 맞았을 아이를 들쳐 안고 짐수레와 나란히 걸었고, 어린 생명은 아빠 목에 매달리려고 두 팔을 뻗었습니다. 페티코트를 입은 여자들 위쪽에서는 한 소년이 옥수수 다발이 떨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갈퀴질을 하고 있었어요. p162, 열여섯 번째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