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나는 풍경화를 무척 그리고 싶어져. 마치 사람들이 기분전환을 위해 긴 산책을 하고 싶어 하듯이 말이야. 그리고 자연의 모든 곳에서, 예를 들면 나무에서도 나는 그 나름대로의 표정과 영혼을 본다.”
--- p.79
빈센트는 야코프 얀 반 데르 마텐(Jacob Jan van der Maaten, 1820~18789)의 〈마지막으로 교회 가는 길Going to Church for the Last Time〉이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은 밀밭을 지나 장례 행렬이 교회로 가고 있고, 길목의 농부는 일을 멈추고 모자를 벗어 삶과 죽음의 중재자인 하느님과 망자에 대해 경의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빈센트는 자연과 시골생활, 하느님과 죽음에 대한 깊은 경외감에서 이 그림에 무척 많이 끌려했다. 〈마지막으로 교회 가는 길〉과 같은 그림은 신교의 네덜란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개혁교회 목사였던 빈센트의 아버지는 서재에 이 그림을 가지고 있었고, 빈센트는 이 인쇄물 그림 여백에다 죽음과 시골생활에 관한 복음의 몇 구절과 함께 시 한 수를 작은 글씨로 써놓기도 했다.
--- p.127~128
“이제 나는 꼭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려보려고 해. 내가 보기에는 밤은 종종 낮보다 훨씬 색상이 풍성해 보여. 아주 짙은 보라색이나 짙은 파란색, 짙은 초록색으로 보이기도 하지. 자세히 보면 어떤 별들은 레몬색으로 보이고, 어떤 별들은 분홍색, 초록색, 물망초의 밝은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해.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다면서 단순히 검푸른 하늘에 하얀 점들을 찍는다면 이는 밤을 충분히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거야.”
--- p.262
“사실 나는 요새 밤의 카페 바깥 풍경을 묘사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데 고심하고 있다. 테라스에는 술을 마시고 있는 인물들이 조그마하게 그려져 있지. 엄청 밝은 노란색 등이 테라스와 집, 보도를 밝히고 있고, 포장된 도로에까지도 어느 정도 빛을 던져주고 있는데, 이것은 연분홍 자주색 톤으로 처리했어.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길거리를 따라 줄서 있는 집들의 박공(gable) 지붕들은 어두운 푸른색이고, 푸른 나무 하나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검정색은 하나도 없고 오직 아름다운 푸른색과 자주색, 초록색만으로 처리된 밤 그림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주위의 밝혀진 광장은 옅은 유황빛과 초록빛이 나는 레몬색을 띠고 있어. 이런 장면이 보이는 오른편에서 밤의 풍경을 그리는 것이 엄청 즐겁구나. 사람들은 대충 스케치를 한 다음 낮에 그림을 드로잉하고 물감을 칠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즉시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만족감을 찾는다.”
--- p.266
4월에 몸이 좋지 않자 빈센트는 고향 브라반트의 추억을 되새겼다. 이끼 낀 초가집이라든가 가을 저녁 폭풍우 치는 하늘의 해변 울타리, 눈발이 날리는 들판에서 사탕무를 캐는 여자들 등 기억을 더듬어 빈센트는 몇 점의 그림과 조그만 드로잉들을 상당수 그렸다.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1년 정도 있으면서 빈센트는 4차례 발작이 있었고, 발작 후 얼마 동안은 무기력한 상태였지만, 정신이 맑을 때에는 왕성하게 작품을 그려 무려 약 150점의 유화와 그와 비슷한 숫자의 드로잉을 남겼다.
--- p.342
오베르의 성당 신부는 자살한 사람을 위해 마을 영구차가 사용되는 것을 반대해 사람들은 옆 동네에서 빌려와야 했다. 장례 행렬은 라부 여인숙에서 마을 뒤 교회 묘지로 이어졌다. 슬픔에 가득 찬 테오가 앞장섰으며, 그 뒤를 파리에서 온 친구들과 여인숙 주인 라부 가족, 그를 알고 있는 이웃들과 마을 사람들이 따랐다. 그는 오후 3시경 오베르 묘지 입구 가까이에 묻혔다.
--- p.382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알베르 오리에(Albert Aurier)는 빈센트 작품에 처음으로 찬사를 보낸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빈센트의 표현력 넘치는 색상과 붓질은 물론 무엇보다 그의 상징주의적인 힘을 높이 평가했다. 젊은 화가들의 주의를 끌었던 것은 이러한 요소들, 즉 상징주의와 색상과 붓질들이었다. ‘금속이나 수정이 녹아 흘러내리는 듯하고 태양이 작열하고 있는 하늘’, 그리고 ‘악몽같이 이글거리는 그림자 속에 열 지어 있는 검푸른 사이프러스 나무’, 이 같은 것들이 낯설고 강렬하며 열정적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자아내는 이미지들이라고 오리에는 말하고 있다.
--- p.414~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