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에 대해 불안이 없는 건 아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앞으로 학력을 이어갈 것 같지도 않다. 이대로 살다가는 제대로 된 직업 하나 찾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안다. 전문학교라도 다녀볼까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어떤 분야의 어떤 기술을 배워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애당초 그는 누군가에게 뭘 배우는 일을 정말 못한다. 뭔가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싫다.
지금 이대로, 그럴듯한 직업을, 가능하다면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그런 태평한 생각이나 하고 있다.
게임에 질린 그는 화면을 TV로 바꿨다. 저녁 뉴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다. 그는 혀를 차며 채널을 바꿨다. 그러나 어디나 같은 프로그램만 나왔다. --- p.28
“범인상을 분석하는 건 좋아. 하지만 고정 관념을 심지 말게.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말이야.” 마노는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사본부가 세워져. 다들, 단단히 마음먹도록!” 히사쓰카의 말에 모두가 “네!”라고 대답했다. 해산 뒤 오리베는 마노를 붙잡았다. “반장님은 범인이 소년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겁니까?” 그러자 마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후배 형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어서 오히려 입에 올리지 않는 거야.” “네?” “그래서 우리도 이러고 있지.” 마노는 검지를 세워 입술에 댔다. --- p.48
“피해자의 부모와 나도 만났는데 정말 유감이더군. 제대로 눈도 보지 못했어. 수고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솔직히 무기력하더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어.” “그 범인들, 제대로 사죄했습니까?” 후, 숨을 토해내고 마노는 고개를 저었다.
“뭐라든 울기만 하더군.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더라고. 그런 주제에 주범인 녀석은 자기는 부모와 주위 탓에 이렇게 되었다, 자신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불평했어. 정말 두들겨 패고 싶었네.” “선배가 조사하셨어요?” “아니. 나중에 반장에게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
그랬으리라. 오리베는 생각했다. 지금 마노의 모습을 보면 정말 두들겨 팼을 것이다. “그토록 끔찍한 짓을 했는데 말이야, 우리는 놈들을 사형은커녕 교도소에 넣을 수도 없었지.” --- p.68
자택 앞까지 와서도 그는 바로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집을 올려다봤다.
이런 걸 원하다니.
그때는 어떻게 되었었나 보다. 내 집이란 게 없으면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니라 착각해 하루라도 빨리 사야 한다며 안달을 냈다. 그 결과가 뭔가. 아내도 딸도 죽고 남자 혼자 살기에 이 집은 너무 썰렁한, 커다란 상자에 불과해졌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지금이야말로 살 때라고 역설하던 부동산 중개인의 얼굴이 기억났다. 바로 얼마 전까지 그 남자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한 심술임을 알면서도 그 중개인이 너무도 증오스럽다. 불길한 물건을 내게 판 것만 같다. --- p.84
오리베는 옆방을 들여다봤다. 작은 침대와 책상이 놓여 있고 벽에는 남성 아이돌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책상 위에는 영어사전이 놓여 있다. 나가미네 시게키는 이 방을 계속 보존하려 했던 게 아닐까……? 오리베는 문득 그런 느낌이 들었다.
1층으로 내려가자 거실에서 형사들이 온갖 곳을 뒤지고 있다.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인지 친척 여성은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다. “뭘 찾는 겁니까?” 오리베가 가와사키에게 물었다. “총알이요.” 장식장 밑을 뒤지면서 가와사키가 대답했다. “총알?” “무슨 총알?” 마노가 물었다. 가와사키가 일어나 친척 여성 쪽을 봤다. “저분 말로는, 여기에 엽총이 걸려 있었답니다. 그게 사라졌어요.” 그렇게 말하고 장식장 위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