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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으로 완벽했던 날들

엄마만으로 완벽했던 날들

: 남편이 없던 엄마와 아빠가 없던 딸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허서진 | 담다 | 2021년 09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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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0g | 128*190*13mm
ISBN13 9791189784140
ISBN10 118978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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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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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엄마와 나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이다. 엄마뿐이었지만, 엄마만으로 완벽했던 시간의 기록이다. 오랜 세월 혼자 두 딸을 키워낸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엄마의 고단했던 세월을 위로하는 작은 속삭임이다. 내가 엄마 뱃속에 둥지를 튼 그날부터 우리의 사랑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어쩌면 엄마에게 남편이, 내게 아빠가 있었다면 조금 덜 애틋했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부터 조금씩 엄마 곁을 떠나고 있었다. 남겨진 엄마는 홀로 나를 품었고, 아홉 달을 견뎌 세상에 내어 놓았다.
그리고 생을 바쳐 나를 사랑했다.
--- p.10

외할머니는 엄마의 결혼을 마지막까지 반대한 유일한 분이셨다. 어쩌면 외할머니는 엄마로서 딸의 불행을 예감하셨던 게 아니었을까. 자라는 동안 한 번도 부모의 말을 거역한 적 없던 엄마. 그런 엄마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부모의 말을 거슬렀으니, 외할머니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셨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도 끝내 자식 이기는 부모는 되지 못하셨다. 엄마와 아빠는 꽃피는 봄날, 그중에서도 만물이 소생한다는 식목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 p.19

엄마를 닮아 입덧이 무척 심했다. 열 달 내내 계속된 엄마에 비해서는 짧았지만, 6주부터 20주까지 석 달 넘는 시간을 지독한 입덧에 시달렸다. 직장 생활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 병가를 몰아 쓰며 그 시간을 버텼다. 엄마가 신혼집에 오기도 하고, 내가 친정집에 머물기도 하면서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입덧이 심한 것이 꼭 자기 탓인 양 엄마는 석 달 내내 전전긍긍했다. 뜬금없이 떠오르는 음식을 지나가듯 이야기하면 엄마는 어떻게든 그것을 구해왔다. 마치 삼십여 년 전의 자신을 보듯, 애처로운 손짓으로 한 입만 먹어보라고 했다. 물론 먹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설명할 수 없는 입덧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받은 것만으로도 내게는 꽤 괜찮은 날들이었다.
--- p. 26

시간은 흘러 정월대보름이 되었고 그해 보름달은 유난히도 밝았다.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보라고 했다. 두 눈을 꼭 감은 내 입에서 엄마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아빠가 돌아오게 해주세요.”
그 순간, 엄마는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전해주면서도 여전히 눈물을 삼키던 엄마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어린 두 딸을 보며 자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해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p.50

얼마 전 뜬금없이 첫째 아이가 할머니 이름을 물어왔다.
첫째의 물음에 답하며 무척 오랜만에 엄마의 이름을 입에 담아보았다. 아이는 몇 번이나 되묻더니, 어설픈 발음으로 할머니의 이름을 곱씹었다. 아이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말했다.
“할머니 이름, 꼭 기억해. 알았지? 우리가 꼭 기억해드리자.”
세 글자의 이름 대신에 딸, 아내, 엄마, 할머니로만 살아온 엄마.
남은 생은 엄마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보석처럼 빛나고 귀한, 당신의 삶을 사시기를.
--- p.111

늦은 밤 두 아이가 잠든 후, 부엌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어버이 자서전’을 다시 펼쳤다. 읽는 내내 얼마나
울었는지, 몇 번을 내려놓았다 다시 들었는지 모른다. 겨우 끝까지 읽어낸 그 책에는, 이제껏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놓지 않았던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마음이 엄마의 동그란 글씨를 타고 내게로 굴러왔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오래 울게 했던 질문과 답은 이것이었다.

Q. 다시 태어나도 나의 엄마가 되어주실래요?
A. 그러면 너무 좋지.
--- p. 138

이제 드디어 내 몫의 기도거리가 생겼다. 평생 나를 위해 기도한 엄마를 위해, 오직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엄마에게도 당신의 삶이 생기기를. 남은 생은 ‘엄마’도 ‘딸’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합장하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온 마음으로 기도한다. 엄마의 모든 기도를 들어주신 분이니, 나의 이 기도도 들어주시리라 믿으며.
--- p.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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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엄마 사이에는 어떤 러브스토리가 존재하나요?”

원망할 시간에 서로 부둥켜안았다. 남편이 없는 아내는 딸을, 아빠가 없는 딸은 엄마를 끌어안았다. 딸의 이름 대신 ‘믿음’이라고 저장한 엄마, 엄마만으로 완벽했다고 속삭이는 딸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지도 모른 채 각자의 시간을 쌓아 올렸다. 때로는 속상하고, 가끔 아팠을 기억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에 연민이 느껴지기보다 나를 되돌아보는 일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게 했다. 저자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음이다. 엄마, 그리고 엄마의 시간이 궁금해진다. 모든 곳에 있어 줄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신’의 부탁을 받은 엄마, 이 땅의 모든 엄마에게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전해본다.
- 윤슬 (기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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