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R. L습성에 맞게 배치하면 편하다거나 적절하다고 느낀다.
오른손잡이의 경우를 보자.
손목시계를 왼 손목에 차면, ‘이쪽에 차는 것이 편하다’혹은‘이쪽에 차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느낀다.
왼쪽을 보기에 편한 방향으로 인식하므로, 왼쪽에 배치하면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보기에 편한 방향에 배치하는 것은적절한 배치이므로, 왼쪽에 배치하면 적절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만 무엇 때문에 이런 느낌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양 옆쪽 방향의 차이’에 대한 인식은 깨닫지 못하므로, 즉 자신이 왼쪽을 보기에 편한 방향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므로 무엇 때문에 느끼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 p.33
위 보도들에서 보이듯 [특정 국가에서 왼손의 손가락에 ‘심장과 바로 연결된 혈관’이 있다고 여겨 반지를 왼손에 끼는 관습이 생겨났다. 특정 국가의 이러한 관습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오늘날 반지를 왼손에 낀다]라는 설명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이 설명은, 그 출처가 불분명하다.
또한 ‘왼손에 끼는 관습이 형성된 국가’에 대해서도, 위의 보도들에서 제각각 영국. 이집트. 그리스를 지목하는 것에서 보이듯 혼선이 있다.
무엇보다 특정 국가의 관습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과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를 미루어보아 이 설명은 ‘누군가에 의하여 창작된 허구’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 pp.46-47
위 기사문 중에서 첫 번째는 ‘마부의 채찍 때문에 우측통행을 시행하였다’라고 언급하며, 두 번째는 ‘마부의 채찍 때문에 좌측통행을 시행하였다’라고 언급한다.
양방항통행의 시행 원인에 대한 이론은, 이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곳이 없으므로 가설이 마구잡이식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렇게 동일한 요인을 두고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위의 ‘독일에서 최초로 자동차를 제작하면서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하도록 기어는 오른쪽에, 핸들 및 운전석은 왼쪽에 배치하여 우측통행이 시행되었다’라는 내용의 가설도 살펴보자.
최초의 자동차에는 기어변속기가 없었으며, 기어변속기의 개념이 최초로 자동차에 도입된 것은 1889년 프랑스의 르네 파나르와 에밀 르바소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따라서 소위 ‘기어변속기 가설’은 역사적 사실에 위배되는 허구이다.
--- pp.91-92
‘큰 코’와 같은 인물의 특징은, 보는 사람의 주의를 끈다.
주의된 특징을 강조하여 그리는 장르가 캐리커쳐이다.
그러나 인물의 특징이 주의를 끈다는 점을 간과하면, 임의대로 주의한 부위를 강조하여 그린다고 착각하게 된다.
‘큰 코’라는 특징이 주의를 끈다는 점을 간과하면, 임의대로 주의한 부위인 코를 강조하여 그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부위를 주의하면 그 부위를 강조하여 표현한다’라는 논리는, 캐리커쳐라는 장르를 그릇되게 이해하여 생긴 착각인 것이다.
이런 착각을 미루어 보아 ‘양국 동료에게 다양한 컴퓨터 이모티콘을 보여주고 기쁨과 슬픔의 정도를 평가하도록 주문했는데 예상대로 일본인들은 눈을 중시한 반면 미국인들은 입에 무게를 두었다’라는 유키 박사의 연구에는,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되었다고 하겠다.
--- p.134
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가설들은, 실제를 고려치 않고 상상력에만 근거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에 불과하다.
‘왼쪽 진행의 원인’을 다루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한 무더기의 가설이 거론되지만, 정작 어느 하나도 증명된 것은 없고 기존 가설이 변형되어 제 2의 가설이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도 증명이 불가능한 이야기 수준의 가설이라는 점 즉 이론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결정적으로 이런 가설들의 문제점은,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편하다’라고 선수들이 견해를 모은 것에 대해서는 아예 설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왼쪽으로 진행하는 규정이 만들어진 직접적 원인은, 선수들의 견해인데 무엇 때문에 선수들이 집단적으로 불편함을 토로했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선수들은 왜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편했을까?
또 선수가 아닌 보통의 사람은 왜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편하다’라고 느끼지 못할까?
--- pp.153-154
이 양상은 판매업계에서 발견한 양상이므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여 규정한 것이며, 실질적으로 ‘인간의 시선과 동선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양상’을 의미한다.
시선 양상에 대해서는, 첫 번째 보도와 같이 ‘읽기 습관’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좌횡서를 읽는 습관’이 있으므로 왼쪽에서부터 시선을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중동지역과 같은 ‘우횡서로 표기하는지역’과 중국.대만.일본과 같은 ‘좌횡서와 우종서를 모두 표기에 사용하는 지역’은 설명할 수 없다는 오류가 있으므로 비합리적이다.
동선 양상에 대해서는, 두 번째 보도와 같이 ‘운동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이 좌뇌에서 많이 발견됨’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운동에 관여하는 또 다른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은 우뇌에서 많이 발견되므로, 도파민 이론도 비합리적이다.
--- pp.170-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