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온라인 도구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온라인 도구의 특성을 활용하자 기존의 교실 수업 못지않게 학생들의 열띤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어떤 경우에는 ICT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나은 협력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온라인 수업에서 더 고도화된 동료, 협력학습을 통해 교과 학습의 효과를 높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역량 교육의 핵심 조건인 학생 주도성도 키우며, 소통, 협력을 위한 역량과 다양한 사회 정서적 역량까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해진 것이다.
--- pp.28~29
블렌디드 러닝은 온·오프라인 수업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한 학습 방식이다. 시간적, 공간적 제한이라는 오프라인 수업의 단점을 온라인 수업이 보완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의 단절을 오프라인 수업으로 보완한다. 더 나아가 각각의 장점은 그대로 살린다. 핵심은 온·오프라인 수업을 연결하는 것이다. 두 가지 형태의 수업을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넘어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 p.36
교사는 앞으로 수도 없이 길을 잃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AI 등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지난 수십 년간의 변화보다 더 빠른 일 년, 일 년을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내적으로 단단해져야 한다. 그 방법은 ‘왜(Why)’로 시작하는 것이다. AI가 결코 던질 수 없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을 때, 그 답이 우리에게 북극성이 될 것이다. 그 북극성은 우리의 머리 위에서 밝게 빛나며, 미래 시대의 교육을 환히 비춰줄 것이다.
--- p.61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수업 상황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업 내용과 수업 방법, 이 두 가지의 학습 요소를 중심으로 수업을 디자인했다면, 이제는 여기에 수업 상황을 넣어 세 가지의 학습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적인 수업 방법과 교실 수업에서 효과적인 수업 방법을 구분하고, 수업 상황에 맞춰 수업 내용과 수업 방법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수업 상황에 따른 수업 내용과 방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이 교사에게 요구된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변화와 같은 긴박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도 뉴노멀 시대 교사의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 p.68
‘블렌디드 러닝’이라는 낯선 용어가 어느새 자리 잡았다.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미래교육의 방향에서 블렌디드 러닝은 일반화된 수업 시스템이 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수업 방식을 준비하려는 교사들도 보인다. 블렌디드 수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온라인 도구 활용 능력이 아니다. 수업의 형태가 어떻게 전환되든 기본적으로 선생님의 고유한 수업 철학이 확고해야 하고, 기본적인 의사 표현 및 소통 연습이 우선되어야 한다.
--- p.85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나에게 블렌디드 러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라는 생각보다는(사실 시작할 때는 그런 용어조차도 몰랐지만), 배움이라는 것이 실제의 삶과 연결되어야 하듯이 교실을 벗어나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언제든 연결되어서 생각을 쉽게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셈이다.
--- pp.130~131
비캔버스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인권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어느 토요일 아침, 우리 반의 한 학생에게 학급 밴드 채팅으로 이런 문자가 왔다. “선생님, 비캔버스로 모둠 애들하고 화상으로 만나서 모둠 활동 해도 될까요·” 비캔버스에 화상통화 기능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때까지 한 번도 사용해보지는 않은 상태였다. “선생님은 아직 안 해봤는데… 잘될지 모르겠네.” “일단 해볼게요.” “그래, 한번 해봐!” 가르쳐준 적도 없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콘이 보이니까 되겠다 싶어서 해보겠다는 거였다. 이렇게 그 모둠은 비캔버스 화상통화 기능을 활용해서 모둠 협의를 하며 모둠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나는 링크를 받고 들어가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뿌듯한 마음으로 보고, 격려한 뒤에 나왔다.
--- p.170
예전엔 교실이라는 공간과 수업 시간의 좀 더 제한된 틀 안에서의 수업이었다면, 블렌디드 러닝을 통해서 좀 더 폭넓게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수업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230
만약 수학 시간에 무게의 단위를 알아보는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고, 물체의 무게를 어림하는 수업을 교실에서 진행하였다면, 블렌디드 수업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수업을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으로 나눠서 한 것뿐이지, 온전한 블렌디드 수업이 이루어졌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두 수업의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 온라인 수업에서 사용한 자료를 활용해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업 자료를 매개로 온·오프라인 수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 p.269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서 교사들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 방법을 알게 되었고, 학생들은 온라인 협업 도구 사용법을 익히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예전의 수업 방식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교과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학습하게 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주로 고민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내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미래교육의 핵심이기도 하다.
--- p.293
다양한 온라인 수업 도구를 활용하면서 물리적인 제약이 사라진 대신 수업의 도우미 혹은 관리자로서 교사에게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수업 도구 중에서 학습 목적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교사의 일인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목표로 온라인 수업을 꾸준히 연구하고, 교사들과 정보 교류를 해나간다면 온라인 교육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p.373
“그래도 다시 한번 해봐.”
거꾸로교실을 처음 해본 날, 민지가 했던 말이다. 새벽 늦게 잠을 자는 민지는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수업 시간에도 졸기 일쑤였다. 그런 민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친구는 전교 1등을 할 만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늘 도움을 받던 민지가 다른 친구들을 격려하고 도움을 주며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 p.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