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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 들녘 | 2021년 09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55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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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와 지혜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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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288g | 130*200*14mm
ISBN13 9791159256639
ISBN10 1159256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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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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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들러 컵라면 두 개를 해치우고 나자 몸과 마음이 든든해졌다. 집에 돌아와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책상 위에 여전히 쌓여 있는 하다 만 일거리와 제출해야 할 보고서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어설프게 할 거면 애당초 안 하는 게 낫다는 명언이 생각났다. 명언인지 격언인지 아니면 자기 합리화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 띠리리리, 띠리리리.
아이씨, 아침이다. 망했네. 오전 일곱 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욕먹을 생각에 안 그래도 출근하기 싫은데 오늘따라 더 회사에 가기가 싫다. 어떡하지. 장염이라고 할까? 네이버 지식인에 ‘진단서 받는 법’을 잽싸게 검색하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현타가 왔다. 고작 욕먹기 싫어서 진단서라니. 에잇! 가자, 가.
“죄송해요. 다 못했습니다.”
“그럼 다음 주까지 해요.”
이럴 사람이 아닌데, 어쩐 일로 상사가 가볍게 넘어간다. 매일 바닥을 치던 주식이 오늘은 상한가라도 친 걸까?
--- 「레스 형이든 테스 형이든」 중에서

아, 진작 유튜브 했으면 대박났을 텐데. 아쉽고 속상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리? 귀 얇은 나를 탓해야지. 일단 올리기라도 해봤어야 했다.
아직 망설이는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는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3년째 고백도 못 하고 짝사랑으로 가슴앓이하는 수정이.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은 부럽지만 혼자 여행 가기는 무섭다는 동생 진호.
새해 계획을 세울 때마다 몇 년 째 다이어트가 빠지지 않는 의지박약 친구 세준이.

그렇지만 1년 뒤에도 가슴앓이만 하고 부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해. 나도 지금부터 해보려고!
--- 「늦었다고 생각하면 늦은 게 맞긴 해. 그런데…」 중에서

나는 어릴 적부터 끈기가 부족했다. 꾸준함이 없다고 해야 할지, 싫증을 금방 느낀다고 해야 할지. 어찌 되었건 끝까지 무언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교는 2학년까지 꾸역꾸역 다니다 더 좋은 대학에 가겠다며 그만뒀다. 이후 열정적으로 시작한 재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년쯤 의욕만 펄펄 끓다 금세 식어버려 포기했다. 어정쩡하게 공부를 포기해서였을까. 주위 어른들은 종종 내게 말했다.
“기술이라도 배워. 그래야 먹고는 살지.”
듣기 싫지만, 옳으신 말씀. 그래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 학교를 찾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데,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 갈피도 못 잡는 주인 때문에 칼은 늘 금방 칼집으로 도로 들어가야만 했다. 어쩌면 내게 있어 완주는, 결국 하나뿐인 것은 아닐까 싶어 씁쓸한 마음까지 들었다. 태어나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의 완주’ 말이다.
그래도 돈은 벌어야 했기에 수영 강사 일을 찾았다. 마침 수영장에서 급하게 강사를 구하는 중이어서 딱히 면접이라 할 것도 없었다. 나는 면접 바로 다음 날부터 수업에 투입되었다. 금세 일을 구한 것은 다행이지만 수영장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아니, 하기 싫었다. 빈말은 하지 못하고 해야 할 말은 해야만 하는 성격 탓에 사람들과의 마찰도 잦았다. 하지만 그보다 놀고먹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던 터였기에 그냥 하기 싫었던 것이 더 컸다.
--- 「자, 칼을 뽑았으니」 중에서

철인 3종 경기는 매력적이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 이렇게 세 종목을 연이어 한다는 것에서부터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철인’이라는 단어가 멋지게 보여 대회에 나가야지 생각했던 게 더 크다. 일단 수영할 줄 알고 자전거 타는 것도 생활화되어 있었으니 문제없다. 입상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완주만 하고 싶었다. (중략)
첫 번째 그룹이 헤비메탈이라면 우리 끝 그룹은 클래식 같았다. 천천히 몸에 물을 적시며 고상하고 여유롭게 수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유는 거기까지. 사이클부터는 그룹이 모두 섞여 퓨전 음악이 되었다. 자동차처럼 질주하는 이들. 앞서가는 자전거를 억지로 쫓아가려 죽어라 페달을 밟았더니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나 같은 애송이가 진짜 철인을 따라가려다간 허벅지가 터져버릴 거야. 난 내 깜냥에 맞게 가자. 자전거 속도를 줄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뒤에서 무수히 많은 자전거가 나를 쌩 하고 추월했다. 내심 힘들어서 스스로와 타협한 거지만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네네, 먼저 가세요. 전 안전 운전하겠습니다.’
--- 「꼴등 없이 일등 없지」 중에서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입니다.”
시한부 선고는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어느 날 그것이 너무나 쉽게, 내 일상의 문을 두드리고야 말았다. 언젠가부터 기침을 자주 하시던 아빠. 처음엔 별일 아니라 여겼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록 아빠의 기침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중략)
아빠의 시한부 통보였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현실감이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우리 아빠가 1년도 못 살 거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람. 혼자 어버버 하다 뭐 하나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던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아빠가 웃으며 내게 묻는다.
“왜, 암이래?”
그 말을 듣자 울컥했다.
“아빠, 이제 술은 다 마셨어!”
이 양반은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알고 웃는 걸까? 아니면 이미 이럴 거라 짐작했기에 병원에 가지 않았던 걸까? 울화통이 터져 당장 울며불며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 「미안해요, 아부지」 중에서

“야, 근데 너 엄마를 사랑하는 엄마라고 저장했어? 아우 오글거려.”

돌아보니 누나가 내 전화기를 들고 손가락 마디를 접었다 펴며 오글거림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누가 연극배우 아니랄까 봐. 쓸데없는 고퀄리티 연기에 순간 낯뜨거워졌다. 어휴. 저런 누나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이제 가족이라곤 엄마와 누나 둘뿐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우리 가족의 번호를 조금은 특별하게 저장해놓았다.

사랑하는 엄마
자랑스러운 누나

차마 얼굴을 보며 입으로 말하기에는 쑥쓰러운 단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표현해두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스물한 살,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다른 지방에서 대학에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의무적으로나마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엄마와의 통화는 언제나 밥 먹었는지, 학교생활은 괜찮은지, 공부는 잘하는지…. 주로 걱정
에서 시작해 걱정으로 끝났다. 엄마의 걱정은 왜 다 잔소리로만 들리는지. “알았다고!” 결국 통화는 내 짜증으로 끝나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몇 초 동안 말이 없었다.
“아빠한테도 전화해.”
“알겠어요.”
전화를 끊고, 아빠에게 전화할까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다음에 하지 뭐. 나한테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데.’ 엄마에게 일곱 번 전화하면 성화에 못 이겨 아빠에게 한 번쯤 전화했다. 아빠와의 통화는 항상 짧고 간결했다. 실제로 얼굴을 봐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데 통화는 오죽할까. 1분도 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은 정적으로 가득했다. 수화기 너머로 거실 시계 초침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밥 먹었냐. 바빠도 끼니는 거르지 말고. 끊는다.”
침묵이 길어지면 아빠는 언제나 밥 얘기를 하셨다. (중략)
“누나는 자랑스러운 누나라고 저장했어.”
“헐.”
누나는 이런 나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핸드폰 화면을 다시 본다. 나중에는 누군가 아빠의 번호를 쓰게 되겠지. 언젠가 또 전화를 걸었을 때 다른 사람이 받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도 아빠는 평생 내 아빠일 테니까.
--- 「왜 전화 안 받아요?」 중에서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했지. 그래, 단순히 생각해보자. 걸어서 죽음까지 가보는 거야. 그렇게 떠올린 곳이 히말라야였다. 어린아이들은 죽음을 표현할 때 ‘하늘나라에 갔다’라고 말한다. 히말라야는 하늘과 가까이 맞닿아 있으니 어쩌면 그곳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히말라야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죽음이 비논리적인 무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아빠가 돌아가신 건 그저 늘 우리 곁을 맴돌던 죽음이 때가 되어 아빠를 데리러 온 것뿐이다. 죽음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생의 한 요소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는 진부한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죽음이 어디에 있는지 어렴풋이 파악한 지금, 더 이상 죽음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현재를 사는 것에 집중하기도 바쁜 것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때 만나고, 놀 수 있을 때 놀고, 배울 기회가 있으면 배우고. 어쩌면 이건 아빠가 내게 보내준 메시지가 아닐까. 죽음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해서 나에게 주어진 삶을 충분히 더 즐기다 천천히 오라고.
--- 「죽음이 저기쯤 있나요?」 중에서

“다들 이번 주도 수고했고, 내일 다들 약속 없지? 내일은 우리 부서 힘내자는 의미로 다 같이 등산이나 갑시다.”
“….”
내일? 등산? 내일이면 토요일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부장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주말만 기다렸는데, 표정 관리하기가 어렵다. 앞에 앉아 있는 정 사원의 얼굴도 눈썹부터 코의 각도, 입술까지 마치 욕을 온통 얼굴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내 표정도 다르지 않겠지.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딱 한 사람은 아니었다.
“진짜요 부장님? 정말 잘 됐어요. 그렇지 않아도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 좀 마시고 싶었는데, 너무 좋습니다!”
내 사수 새끼인지 삼시 세끼인지는 노래방에서 탬버린 좀 흔들어봤는지 딸랑딸랑 소리를 아주 잘 내고 앉았다. ‘엣헴, 사회생활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1주일에 세 번은 회식, 2주에 한 번은 등산.
지쳐가는 몸을 홍삼액과 비타민으로 충전하며 버텼다. 그렇게 참고 참다 어느덧 1년이 지났고, 이 생활도 익숙해졌다. 오늘도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의 훈화 말씀과 등산 계획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회식에서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셨지만 오늘따라 술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집에서 혼자 맥주캔을 땄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오늘 회식 자리에 있던 한 명 한 명을 떠올렸다. 온갖 서류 업무에 이어지는 외근과 야근.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어간다. 사회를 구성하는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그나마 승진이라도 하면 다행이지. 특별한 척해 봐야 나도 그중 하나일 뿐이란 생각이 들어 애꿎은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매달 통장에 월급이 따박따박 꽂히는 삶. 이 회사에 계속 다니면 소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무언가 답답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다. 과연 내가 이 생활을 몇십 년 동안 계속할 수 있을까? 정답 없는 고민에 빈 맥주 캔만 늘어갔다.
--- 「내가 나보다 낫네요」 중에서

“내 수명을 5년만 양도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채희는 이따금 자신의 늙은 반려견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곤 했다. 나도 강아지를 키우지만 개는 어디까지나 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의 말이 전부 이해되지는 않았다.
우리 집엔 15년을 함께한 시츄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복자. 눈도 커다랗고 귀도 널찍한 복자를 처음 만난 건 15년 전 내 청춘의 방황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태어난 지 5개월도 되지 않아 전 주인에게 버림받은(것으로 추정되는) 복자는 동물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복자를 누나는 며칠 동안 눈여겨보았다. (중략)
복자가 독립적이고 데면데면한 성격이라고 느낀 건 내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서가 아닐까. 복자는 늘 준비되어 있었는데 정작 내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이 없었던 걸지도. 그래서 15년이란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자가 먼저 내 마음의 문을 긁고 들어온 건 아닐까.
요즘 들어 복자는 마취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앞도 보이지 않는데 이젠 귀도 조금씩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앞으로의 삶에 복이 가득하라는 마음으로 붙여준 이름, 복자. 촌스러운 이름을 지어주면 오래 산다던데. 복자야, 조금만 더 내 옆에 있어주라. 이 방황이 끝날 때까지. 너는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강아지니까.
잠든 복자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부디 이 온기를 오래오래 느낄 수 있길 바라며.
--- 「가늘어도 괜찮으니 길게 살아주세요」 중에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차 내 깜냥을 알게 된다.
깜냥, 흔히 말하는 ‘수준’이라는 것. 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의 이야기 마냥 뚝 떼어놓고 모른 척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한때는 나도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어떻게든 끼고 싶어 애쓰곤 했다. 모르는 대화 주제가 나와도 다 아는 척, 값비싼 레스토랑도 자주 가는 척, 우리 집에 금송아지라도 있는 척.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맥’을 위해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회의감이 들었다.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스스로를 감춰가며 불편함을 이어가는 관계.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잠자고 있던 열등감을 깨우는 자리. 그보다는 술 한잔을 해도 마음 편하게, 어떤 얘기를 해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도 부족한 인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이 무척 편하다. 내 깜냥이 얼마든, 내 상황이 어떻든, 내가 명품을 입든 동묘시장 옷을 입든 꾸밈없이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들.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라 마음이 무척 편하다.
--- 「모두 망했으면 좋겠어」 중에서

- 야, 잘 지내냐?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 경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데 이 싸한 느낌은 뭘까. 설마 결혼하나? 바로 이어서 오는 다음 메시지.
[토요일 오전 11시 ○○웨딩홀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나 결혼해. 시간 되면 와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좀 보자.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인사말만 보고도 결혼 소식을 읽어내다니. 근데 이 자식은 어떻게 2년 만에 연락하면서 결혼 얘기부터 꺼내냐. 경호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다. 학교가 끝나면 농구 코트에서 해가 질 때까지 마지막 승부를 불태우곤 했다. 그러고도 더 놀고 싶어 녀석의 집으로 가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매운 갈비찜을 먹곤 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는 연락도, 친구 모임에서 마주치는 일도, 녀석을 만나는 빈도도 조금씩 줄어갔다.
그래, 각자 바쁘니까 모임에 자주 못 나오는 건 이해해. 근데 얼마 전에 내가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어할 때는 왜 모르는 척했냐? 그때 경호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와 깨가 쏟아질 때였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니야? 같이 술 한 번을 안 먹어주냐. 이런 의리 없는 경호의 결혼식에 갈 생각을 하니 조금 고민이 됐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 친구는 우리 아버지 장례식 때에도 왔었다. 그러니 좀 서운해도 가는 게 예의겠지. (중략)
결혼식이라는 게 참 그렇더라. 초대받으면 왜 그 결혼식에 가야 하는지 이유를 찾게 된다. 얼굴 본 게 언제였는지, 최근에 연락한 것은 언제였고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인지, 축의금은 얼마나 낼지. 하지만 막상 가보면 뜻하지 않게 반가운 얼굴을 만나기도 한다. 또 당당히 버진 로드를 걷는 모습에 마음이 애틋해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마냥 철없는 줄만 알았던 녀석이 한 사람의 배우자가 된다니. 마음이 간질간질 기특한 마음도 든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기분이 묘해진다. 다음엔 또 누가 결혼할지 모르지만, 조금은 덜 계산하며 더 많이 축복해줘야겠다.
--- 「모바일 청첩장이 도착했습니다」 중에서

이 사회엔 괴물들이 섞여 있다. 그들은 공상 소설이나 만화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나 회사 더 들어가서는 PC방이나 목욕탕에도 침투해 곳곳에 존재한다. 그들은 먹이를 찾아 약자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 내가 처음으로 괴물을 만났던 것은 교육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할 때였다.
당시 나는 아르바이트만 하다 사무직은 처음이었다. 회사에는 거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만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긴장되었다. 이런 내게 호구 냄새가 났던 걸까? 내 앞에 소 과장이란 괴물이 나타났다. 놈은 내 작은 실수부터 젓가락질하는 것까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 「괴물은 호구를 좋아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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