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어스의 대표작 〈달세계 여행〉(1902)은 멜리어스의 집 뒷마당에서 제작되었는데 영화를 볼 때 무대배경과 장치들을 눈여겨보면서 즐겨보자. 달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그 당시에는 도대체 어떤 상상력으로 표현했을지! 영화의 첫 장면은 영국 대관식 장면 중계를 보는 듯하다. 달로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마중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천문학자, 점성술사, 과학자, 즉 당시 근대이성을 대표하는 역할은 백인 부르주아 남자로 표현된다. 마침내 포스터에 나온 유명한 장면, 달의 한쪽 눈에 우주선이 박히고 달에 착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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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인기 많아지면서 수많은 제작자가 뤼미에르처럼 다큐영화를 제작한다. 영화가 다 똑같은 패턴으로 나오다 보니 사람들은 다큐영화에 질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황실 홍보, 전쟁하는 군대 홍보 등을 다루면서 조작성이 가미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다큐멘터리의 신뢰성도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많은 영화 제작사들이 뉴스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다큐영화에서 취급하던 소재인 전쟁, 천재지변, 스포츠 행사 등을 뉴스영화에 빼앗기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큐영화는 인기를 잃어간다. 다만, 일상의 모습, 장면묘사, 파노라마, 세계도시 풍경 등의 소재는 탐험가들에 의해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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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가 1920년대 중반까지 소련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가 192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극영화에 자리를 빼앗긴다. 여기서 만나볼 대표적 인물이 세르게이 M.에이젠슈타인(1898-1948)이다. 사실 에이젠슈타인의 영화를 보다가 혼자 보기 아까워 아들과 함께 보게 된 것이 고전영화 읽기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나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너무나도 유명한 오데사의 계단 장면, 편집기법, 은유 등 아이에게 설명해줄 것이 많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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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하던 그리피스는 영화감독으로 직업을 바꾸면서 촬영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다. 초창기에는 카메라가 배우들을 크게 잡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 편집이 발달하면서 세세한 표정을 확대해 잡기도 하고, 롱샷, 미디엄 샷, 클로즈 샷을 나란히 배열하는 편집으로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과거 회상을 묘사하는 장면을 넣는 플래시백 기법과 영상과 음향이 점점 희미해지고 작아지면서 빠지는 페이드아웃 기법도 활용하는 등 새로운 기법을 다양하게 적용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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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화연구소(British Film Institute)는 10년마다 세계 영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 BFI가 발간하는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 sound)’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의 순위를 정하는데, 오랜 시간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영화가 바로 오손웰스의 〈시민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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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케인은 타락한 재벌의 삶, 돈, 권력에의 욕망이 인생의 끝자락에서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시민케인을 보며 상징적 의미의 ‘로즈버드’, 즉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 인생에 있어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시민케인에서 보여주는 로즈버드가 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인간은 살아가면서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케인처럼 죽음의 끝자락에서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만의 로즈버드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것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참 감사한 삶일 것이다. 진로를 찾아가는 데 있어서도 돈 많이 벌고 유명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보다는 그 일을 하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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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된 채플린은 활동 무대를 미국, 영화사로 옮긴다. 채플린의 팬터마임이 무성영화시대와 잘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사진에서처럼 어수룩해 보이는 표정, 콧수염, 꽉 끼는 상의와 헐렁한 바지, 지팡이, 모자 등 채플린은 자신만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나간다. 요즘말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것이다.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이미 채플린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 나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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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길이 지그재그로 나 있을까. 이 길을 달려가는 아이를 멀리서 롱테이크로 촬영해 바라보게 한다. 꼭대기에는 나무가 한 그루가 서있다. 친구와의 우정을 상징할 법한 나무 한 그루, 그 나무를 향해 아이는 길고 긴 길을 달려간다. 같은 길을 반복하는 장면이 답답하게도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정성껏 공책을 들고 뛰어가는 아이의 순수한 모습, 공책을 꼭 찾아주어야 한다는 결의에 찬 모습. 나의 해야 할 일도 미루고 친구를 도우려는 아이의 모습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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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라라랜드〉는 기획부터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감독과 작곡가가 힘을 합쳐 그 꿈을 이루어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영화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것처럼. 꿈의 세계 라라랜드를 찾기 위해서는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꿈을 향한, 나의 라라랜드를 찾기 위한 하모니. 지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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