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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젠가

유리 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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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10*188*20mm
ISBN13 9791167910257
ISBN10 116791025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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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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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 갸릉갸릉 우는 어떤 작고 가냘픈 생명체에 대한 보속의 기회다.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되지도 않고, 아주 소멸해버리지도 않을 내 존재에 대한 확신이다. 오늘의 시체놀이를 끝으로 나는 내 인생을 한번 살아 보리라 마음먹는다. 방바닥과 하나가 된 내 몸을 큰 대자로 쭉 펴본다. 시간이 멈춘 사각형의 관 속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편안한 시체가 된 몸이 퍽 안락하다. 죽은 듯 자고 일어나, 나는 시체가 아닌 내 생을 그려보리라. 쓰다 만 자기소개서의 커서가 붉은 눈으로 깜빡거리며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다.
--- p.52

대학 졸업 기념으로 떠났던 나의 첫 해외여행은 발리였다. 비현실적으로 푸르른 바다와 색색의 산호는 마치 투명한 유리로 만든 거대한 성처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수심이 깊은 곳으로 점점 내려가다가 어느 곳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형광색을 띤 약지 손톱만 한 물고기들은 무리를 지어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바다의 꽃이라고 불리는 산호초와 아름다운 물고기 무리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렇게 유유히 흘렀다. 이보다 더 평화롭고 안온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무리에서 길을 잃은 물고기 한 마리가 빙글빙글 한자리에서 돌았다. 보기엔 그저 맑고 투명한 유리와도 같았던 그 세계가 날카로운 파편을 여실히 드러냈다. 살아가는 세상에선 쉬이 발견하기 힘들었던 푸른색의 우아한 산호초, 그리고 그 풍경에 속아 증발해버린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그려졌다.
--- p.96

누군가 사랑의 정의를 다시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를 위해 뭐든지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을 때 사랑을 하세요. 그의 무신경을, 무기력함을, 짜증을, 고통을, 비난을 받아줄 수 있는 성인군자라면 언제든 사랑을 시작하세요. 어쩌면 나는 그를 위해 내어줄 마음의 공간이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달팽이는 그렇지 않았다.
--- p.11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기간제 교사, 취업 준비생 등 현 사회의 사회적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아웃사이더의 삶을 냉정한 시선으로 포착해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힘든 삶을 여실히 그려내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의 내면심리를 치밀하게 추적해가는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작가의 시선은 소외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을 핍진하게 제시하면서도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의 기대지평을 설정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본질을 지향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런 의도 속에 후광으로 깔려있는 휴머니즘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삶을 이겨내고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의지를 보여주는 자세가 의미 있는 실존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묘파해내는데 성공한, 진정성이 돋보이는 소설집이다.
- 김양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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