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생활 터전의 상실 속에서도 강한 삶의 의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위대한 생존 양식이다. 지금으로부터 7만 5천 년 전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토바 화산이 분화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화산재가 태양을 가려 빙하기가 시작되었고, 인간은 시련을 거치면서 겨우 살아남았다. 그 시기를 겪은 소수의 생존자가 지금 우리들의 조상이라고 한다. 빙하기를 거치며 살아남은 인간의 삶은 한마디로 ‘인생은 고(苦)’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존재 자체가 끝없는 생존의 투쟁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 pp.14~15 「한겨울에도 꽃은 핀다」 중에서
동양의 천간과 함께 간지를 이루는 12지(支)뿐만 아니라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연필 1다스는 12자루를 말한다. 고대 신화나 종교에서도 12라는 숫자를 성스러운 곳에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12라는 숫자에 있다. 시작과 끝은 하나이며, 끝이 난 후에야 다시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12월의 끝은 새로운 시작의 알림이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보면 공(空)은 우주의 본질이다. 그래서 ‘물질이 공이요, 공이 물질이다.’라고 한다. 모든 것이 끝나고 공으로 돌아가야 새로운 시작이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끝나는 12월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공에서 시작해야 한다. 좋든 나쁘든 새로운 시작이고, 그 시작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pp.52~53 「12월의 사색」 중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혼돈의 시기를 지나 사회 정의와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태어나는 산고의 시기인 것이다. 여러 개혁 정책과 역사의 바른 인식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민족의 정신적 정체성을 말하고 개혁하려는 의지나 노력은 하지 않고 관망하는 모습들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미 알고 있는 세력도 많지만, 보수나 진보 등 모두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정체성의 방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더 미루지 말고 국가와 사회, 정치, 문화, 교육계 등이 앞장서서 민족의 정체성 찾는 길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 p.85 「한민족의 뿌리, 단군」 중에서
『손자병법』에 언급된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에서 공격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는 가짜 정보를 이용한 대표적인 병법이다. 현대에 와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등이 이 성동격서의 계책에서 나온 것이다. 적에게는 가짜 정보를 주어 엉뚱한 곳에서 대비하게 하고 정작 본인은 다른 곳을 공격하여 상대방의 허를 찔러 승리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싸우기만 하고 사는 곳은 아니다. 만약 온 세상이 싸우기만 한다면 그런 세상은 바로 지옥이다. 인류가 발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은 서로 도와가며 의지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아비규환의 세상을 구하기 위해 철학이 생기고, 종교가 일어나고, 법률이 만들어지고, 문화가 발전하였다.
--- pp.119~120 「거짓은 반드시 밝혀진다」 중에서
누구나 설을 쇠고 나이가 한 살 더 먹었으나 스스로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은 변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열차가 삶의 종착역으로 조용히 향하고 있지만 내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게 모든 생명의 모습이다. 자연에 떠밀려서 혹은 세월에 떠밀려서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인 듯하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에게 굴하지 않고 죽지 않는 강인한 삶의 길을 가르친다. 한겨울 눈 속에 얼어 버린 작은 꽃봉오리들이 얼음과 눈을 헤치고 산등성이, 절벽, 길가 등에 소리 없이 생명의 꽃봉오리를 피울 때 자연이 가르치는 교훈은 경이롭다. (…)
앤솔러지(anthology)는 시들의 모음을 뜻한다. 그런데 앤솔러지의 그리스 어원은 ‘꽃들의 모음’이다. 자연은 글이 아닌 꽃이라는 형상의 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말이 없는, 글이 없는, 소리가 없는 침묵 속 형상의 아름다운 서사시가 한국의 산마다 들마다 피어나고 있다. 우리에게도 소리 없이 꽃과 함께 봄이 오고 있다.
--- pp.151~152 「봄은 어디에」 중에서
영어로 명상을 뜻하는 ‘meditation’과 약을 뜻하는 ‘medicine’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마음은 명상으 고칠 수 있고, 육체는 약으로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육체와 정신이 결국은 하나의 유기체이기에 명상이 인류를 구원하는 최고의 약일 수 있다. 즉 명상은 인간이 걸리기 쉬운 모든 질병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특히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라는 인간의 세 가지 독을 물리칠 수 있는 명약이다.
--- pp.189~190 「인류를 구원하는 최고의 약, 명상」 중에서
진정 나 자신은 어디에 있는가? 본래의 나를 보면 부처를 보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은 인연의 법칙에 의해서 이루어질 뿐 홀로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미움도 사랑도 갈등도 고통도 괴로움도 생로병사도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안다면 내가 어디에 서야 할지 답이 나온다. 남을 미워할 수가 없고, 괴롭힐 수도 없다. 모두 용서해야만 중도의 삶을 살 수 있다. 내 자식만 편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식이 다 귀여운 것이다. 다 같은 민족인데 내 고향 내 지역만 잘 살아야 해도 안 되고, 남한만 잘 살고 북한은 굶어도 된다고 하면 안 된다. 내 종교만 좋고 남의 종교는 싫고 미신이라면 안 된다.
--- pp.214~215 「중도와 깨달음의 실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