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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찾아서

영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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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92g | 128*188*18mm
ISBN13 9791189571603
ISBN10 118957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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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갔다.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에.
왜 날아갔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진녹색 카나리아, 울지 않는 카나리아였다.
--- 본문 중에서

울지 않는 카나리아 같은 걸 뭐하러 키우니? 연주하지도 못 하는 악기를 애써 손질하면서 매일 바라보고만 사는 것과 같은 꼴이잖아.
나는 한참을 엉엉 울었다. --- p.10

와온에게는 아직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아, 하지만 일본어에도 발음이 같은 단어가 있지. 영원이라는 단어. 영원?
그래, 영원.
엄마가 내 종합장에 ‘영원’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 줬다. 나는 그 두 글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게 무슨 뜻이야? 라고 물었다.
엄마는 조금 슬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절대로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것이란다. --- p.13

그날, 그 순간, 태어나서 처음 만난 여자.
생면부지의 사람, 게다가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와 카잘스를 들으며 담배를 피우던 수상한 사람에게 “네 엄마야”라는 말은 들은 와온은 말문이 막혔다.
방금 뭐라고?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방금 우리말로 말한 거 맞아? --- p.35

“보스턴에 가는 것도, 결혼도, 전부 아빠 마음대로 결정했잖 아. 내가 첼로를 배우게 한 것도 엄마와 이혼한 것도. 하나부 터 열까지 다, 아빠 마음대로 정했잖아!? 나는 거기 휘둘릴 뿐 이었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나한테는 ‘내 마음’이라는 게 없잖아!”
그래. 토와도.
토와도 아버지가 멋대로 어디론가 날려 버렸다. --- p.46

“와온, 우리한테 숨기는 거 있지?”
그 말에 와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특별히 숨기려던 것은 아니다. 새엄마가 생긴 사실을. 그저 털어놓을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와온은 “큰일은 아닌데”라며 말머리를 뗐다.
“……우리 아빠, 재혼했어. 그래서 보스턴에 혼자 가신 거야. 그리고 난 오늘부터 그 사람과 둘이서 살아.” --- p.93

어젯밤 마유미가 말했다. 그 아야토인가 뭔가 하는 녀석을 우리 집에 데리고 와. 피아노 연주 좀 들어보게. 얼마나 재능 이 있는지 내가 확인해 볼게, 라고.
손수 만든 요리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만들어 주고, 맛있었다는 소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학교 이야기니 친구 이야기니 술술 말해 버린 자신의 잘못이었다. --- p.113

자, 잘 들어봐. 그리고 느껴보렴.
와온. 네가 찾는 ‘영원’은 분명 여기 있을 거야.
타건과 연결이 결코 매끄럽지 않고 완벽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아야토의 피아노.
하지만 한결같이 올곧게 피아노를 대하는 자세는 알 수 있었다. 더듬거리더라도 애쓰는 마음을 피아노에 담고 싶다. 연주에는 소년다운 차분한 열정이 넘쳤다.
가만히 감상하는 사이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와온은 물기 어린 눈으로 아야토의 투박한 손, 아직 소년의 가냘픈 면이 남아 있지만 풋풋한 힘으로 가득한 손을 바라봤다. --- p.119

나는 왜 첼로를 연주할까? 어머니를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어. 자신을 위해 첼로를 연주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 다 놓아 버리고 싶을 때는 사랑하는 카잘스의 음반을 들으며 이를 악물고 견뎠지. --- p.132

냉혹한 현실을 마유미가 왜, 지금, 굳이 털어놓았을까. 와온이 깨닫기를 바랐던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어머니가 기뻐할까. 마유미가 고개를 끄덕여 줄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첼로…….” --- p.193

첼로 선율을 다정하게 따라오는 소리는 아야토의 피아노. 바싹 붙어서 감싸 안듯 따뜻하게.
이 행복이 엄마에게도 닿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에게도, 마유미 씨에게도. 주리에게도. 아야토에게도.
아아, 나…… 좋아하는구나. 아야토의 이 피아노를. 그리고 아야토를.
좋아해.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 p.214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영원이야.
그러니까 다시 한번 연주하렴. 영원을 찾아서 첼로와 함께 여행하렴.
분명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 영원은 여기에 있다.
활이 현에 닿는 바로 이 순간. --- p.253

그녀의 품에 안긴 첼로와 현 위를 미끄러지는 활. 가슴에 스며드는 아리아 선율이 어디선가 아스라이 들려오는 듯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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