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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 화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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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도서]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정아은 저 문예출판사
10% 13,500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454g | 140*210*30mm
ISBN13 9788931022360
ISBN10 893102236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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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것이구나!
남편이 사랑에 빠졌다. 이렇게 생각하자 화이의 입가에 부드러운 곡선이 생겨났다.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오장육부에 쌓인 노폐물을 걷어가주는 것 같았다. 그 표정, 그 웃음, 그 몸짓. 그래. 그건 사랑에 빠진 인간에게서만 나오는 것이었다. 화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제야 집에 돌아온 이후 남편이 했던 이상한 언행과 너그러운 말투, 자신에 대한 집착의 크기가 줄어든 듯한 기묘한 기류가 이해되었다.
진정한 사랑이기를.
--- p.46~47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행하고, 그 행위가 제가 아닌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되는 경험. 그것은 ‘사건’이었다. 화이는 자신의 인생을 구성해온 큼직한 요소들이, 그동안 지켜내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란 걸 깨달았다. 세상에 바꿀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뭐든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지금, 권 상무와 회의실에 마주 앉아 있는 이 순간에 다시금 인식하고 전율하고 있다.
--- p.91

언제나. 언제나 이번만은 진심이기를 바랐다. 당장이라도 만나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눈빛으로 다가오는 상대가 자신의 거죽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무엇, 영혼이나 정신 같은, 그런 종류의 덩어리에 끌려서 다가오는 것이기를.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떠나갈 그런 얄팍한 호감이 아닌 깊고 진한 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기를. 그러나 그들은 모두 똑같은 것을 바라고, 똑같이 화를 냈으며, 똑같이 떠나갔다. 누구에게서도 진심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 누구에게서도 평생을 거는 진중한 마음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 그것이 2차 성징 이후 화이의 마음에 새겨진 트라우마였다.
--- p.104

자신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타인의 몸.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가능성도 없었던 나날. 타인의 몸과 교합하며 쾌감을 느낀다는 게 무엇인지, 그녀는 그를 통해 비로소 알았다. 화이는 물줄기를 맞는 얼굴을 양손으로 세차게 문질렀다. 어푸어푸 소리를 내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억의 도래를 감내했다. 그 순간들. 그 감각들. 이전에는 없었던 것처럼 갑자기 존재를 드러내던 몸. 그 몸을 인식하던 찰나의 경이로움.
--- p.194

“119 불러줘.”
축 늘어진 채 이리저리 흔들리던 주석희가 이렇게 말했을 때에야, 화이는 긴장이 풀어지면서 눈물이 나왔다. 살아 있다! 죽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요.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빨리 전화해. 119.”
화이가 블라우스 소매로 주석희의 입가를 닦으며 119를 불렀다. 주석희는 까끌한 천이 얼굴에 닿자 인상을 쓰며 비명을 질렀다. 그 바람에 피가 얼굴의 다른 쪽으로 흘러 깨끗했던 쪽 볼에 붉은 사선을 남겼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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