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혜림은 누구인가.
성혜림(1937년 경남·창녕 태생)은 월북작가 이기영 조선작가동맹위원장의 아들 이평과 결혼해 딸을 둔 여자다. 1950년 여고 때부터 평양예술대학 기간(1956년) 동창이다. 그녀는 대학졸업 후 예술영화촬영소에, 나는 인민군협주단으로 갔다. 둘도 없는 짝친구였다.
- 김정일과 성혜림은 어떻게 만났나.
1970년대 김정일은 문화예술 분야와 영화부문 지도업무를 맡았다. 성혜림이 처음 출연한 영화는 ‘온정령’이고 김정일은 유부녀 성혜림에게 눈독을 들였다. 수령의 아들이었느니 어려울 것도, 누구를 두려워할 것도 없는 무소불위의 권좌에 있었다.
- 왜 김정일이 그랬을까.
김정일의 비공개 첫 여자는 홍일천이고 딸 혜경을 낳았다. 공개된 여자는 중앙당 타자수 출신의 김영숙인데 그녀는 설송, 춘송을 낳았다. 두 여인과 알게 모르게 사랑을 해서 신통이도 딸만 낳았으니 김정일에게는 마음에 없었던 모양이다. 비록 비공개 두 번째 여자이지만 김정일의 첫 아들(정남)을 낳은 성혜림이다.
- 본인의 운명은 언제 기울어졌는가.
성혜림이 어느 날, 친구인 나에게 자기는 ‘5호댁’(김정일이 거주하는 특각)에 있다고 했다. 추정해보면 성혜림이 나에게 자기 행처를 말했다는 사실을 김정일에게도 사담 중에 뱉은 것 같다.
- 자세히 말해 달라.
외국여행자상점 엄봉희 지배인, 강신옥 당비서로부터 신의주화장품공장에 가서 상품구매 조직사업을 잘하라는 출장지시를 받고 서평양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보위부군복에 중좌계급을 단 점잖은 군인이 나에게 “평양외국여행자상점 상급지도원 김영순 동무지요? 조사할 것이 있어 그러는데 저와 함께 좀 갑시다” 하는 것이다.
- 어디로 갔는가.
69형 지프차를 타고 간 곳은 보통강구역의 어느 7층 아파트의 3층이다. 보위부안가(비밀장소)로 느껴졌다. 중좌군관은 나를 ‘1호범죄자’(수령과 연관된 범죄자)라고 했고 나를 취조한 부서는 ‘311호예심과’라고 불렀다. 보위부 안에서도 최고비밀 부서이다.
- 어떤 방법으로 조사를 했나.
2일 동안은 어떤 사람의 접촉도 없었다. 3일째 되는 날, 중좌군관이 종이와 펜을 주며 출생 후 현재까지 있었던 모든 사실을 낱낱이 적으라고 했다. 2개월간 300장 분량의 진술서를 썼다.
- 그 후 어떻게 되었는가.
조사를 마치던 날, 중좌군관이 “영순 동무가 쓴 이 진술서가 만약 남조선에 전달되었을 때는 그 후과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시오” 하는 것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일종의 협박이다. 10월 1일, 집으로 오니 벌써 인부 6명이 와서 이삿짐을 싸고 있더라. 자식 4명과 함께 함경남도 요덕수용소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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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평양 옥류관 냉면의 특성은.
북한냉면의 대표적인 옥류관의 냉면은 메밀면이다. 주재료인 메밀가루와 밀가루, 감자전분과 느릅나무 가루를 일정량의 비율로 잘 섞어 짙은 황록색의 빛깔을 띤다. 4가지 가루를 어떤 비율로 섞는가에 따라 반죽의 색상은 물론 면발의 강도가 다르다.
- 냉면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육수다. 옥류관 냉면 육수는 꿩, 돼지, 소, 닭고기를 7시간 이상 푹 삶아 우려낸다. 한창 끓을 때 육수 위에 뜨는 지방(기름)을 성의껏 걸러내야 한다. 시간과 방법이 생명이다. 그렇게 만든 육수와 동치미를 일정 비율로 잘 썩어 냉면 육수를 만들어 냉각시킨다.
- 서울 여러 곳에 평양 냉면집이 있다.
현재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실향민과 그 후손(2~3세)들이 대를 이어 만드는 이북식 냉면집이 다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평양 옥류관은 1960년에 생겼으니 서울의 이북식 냉면은 옥류관 냉면이 아니다. 평양 옥류관에서 실습 경험을 가진 내가 만드는 냉면이 유일하게 서울에서 ‘옥류관 냉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북한 음식의 특성은 무엇인가.
북한 음식은 고유한 식재료 맛을 원상태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양념을 적게 쓴다. 꼭 필요한 조미료도 아주 극소량만 쓰니 음식 맛이 연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음식에든 조미료를 너무 지나치게 넣으면 음식 본래의 맛도 없어지고 또한 건강에도 해롭다.
- 그러면 남한 음식의 특성은.
북한 음식에 비하면 남한 음식은 맵고 짜고 단맛이 기준인 것 같으며 자극적인 측면이 너무나 강한 편이다. 남한 음식은 무엇이든 풍족하여 여러 부재료를 많이 섞어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연히 음식 식재료 본연의 맛이 온갖 양념에 묻히기 마련이다.
- ‘안영자 면옥’은 언제 개업했는가.
2020년 8월에 오픈했다. 도로변 1층에 30평 규모로 좌석은 60석. 기본 메뉴는 평양 옥류관냉면, 비빔냉면, 평양 온반, 녹두지짐, 평양 초계탕, 소갈비낙지전골, 평양 육개장, 아바이순대, 평양 왕만두 등이다. 100% 평양 옥류관 메뉴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서울지하철 5호선 마곡역 6번 출구 주변 3분 거리에 있다.
- 대표 메뉴 ‘옥류관 냉면’은.
우선 면발이 적당한 굵기로 쫀득쫀득하며 부드럽다. 메밀과 감자전분의 일정한 배합으로 순하고 감칠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면발의 생명은 숙성된 가루반죽과 면을 끓는 물에 삶는 시간, 찬물에 씻는 방법 등에 있다. 냉면꾸미(소고기, 계란, 무, 오이, 잣, 지단 등)와 육수도 전부 내가 평양 옥류관에서 실습한 비법 그대로다.
- 특정 손님의 반응은 있나.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있은 남북정상회담 관계자로 참석했던 어느 고객이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우리 식당에 와서 ‘옥류관 냉면’을 드셔보고는 “판문점에서 먹었던 평양 옥류관 냉면 맛이 신통이 이 맛과 똑같다”면서 자주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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