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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움직이는 찻집

로지의 움직이는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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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50g | 128*188*28mm
ISBN13 9791191602135
ISBN10 119160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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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모두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첫째는 2021년에 가질 예정이었다. 둘째는 2023년에. 그런데 자기 아이들을 두고 그렇게 태평스럽게 떠나버리다니! 나는 미래의 내 가족을 위해 일도 포기할 사람인데 그걸 몰랐단 말인가! 내가 그토록 열심히 지킨 일조차 기쁘게 포기했을 텐데! 그런데 이런 대접을 받다니!
소문이 요식업계 전반으로 산불처럼 번질 것이다. 원하지도 않은 추문에 내 이름이 오르내릴 것이다. 나는 지금의 이 자리에 오기까지 15년이 걸렸고 그러는 동안 사회생활이나 여가 시간이나 진정한 친구와도 같은 것들을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전부 더 큰 그림, 우리 인생이라는 태피스트리를 위해서였다.
--- p.16

길가에 세워진 진분홍색의 큼지막한 캠핑카가 내 시야를 막고 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도로에 주차된 차를 훑으며 창밖을 내다보는 북슬북슬한 얼굴과 유리창에 김을 뿜어내는 축축한 코를 찾았지만 동물이라고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게 뭔지 물으려는 찰나 그가 열쇠 뭉치를 내게 건넨다.
“카드 승인이 떨어졌으니 손님 거예요. 내가 보여드릴게요.”
카드 승인.
뭐라고?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 p.35

올리버의 프로필 사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맥스와 비교하면 그가 정말이지 안전하게 느껴진다. 정말이지 평범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에서 그는 옆집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의기양양하게 여러 산 정상에서 찍은 자기 사진을 첨부했다. 반면에 맥스는 몸집이 거대한 슈퍼 히어로 타입이라 현실 세계에서는 너무 생뚱맞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내가 왜 지금 두 남자를 비교하고 있을까!
--- p.121

나는 망설인다. 이걸 공개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 마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혼한 커플이 어디 한둘인가. 수백만 쌍이다. 내가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공개해. 나는 스스로에게 강권한다. 그가 네게 관심이 있다고 믿어봐.
이렇게 해서 나는 온라인상의 낯선 사람에게 내 사생활을 털어놓는다. 어차피 비밀도 아니다. 런던 사람 절반이 이 한심한 스토리를 알고 있다.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된들 무슨 상관일까? 거기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인데.
--- p.156

예전에 생각 없이 샀던 물건들을 떠올려본다. 없으면 안 된다던 청바지, 하지도 않으면서 충동적으로 산 화장품, 분에 넘쳤던 아파트의 인테리어 용품(이후에 기증했다), 일하는 동안 한 번도 한 적 없는 비싼 액세서리, 이제는 구닥다리가 된 전자기기. 그런 게 있으면 내 안의 구멍과 공허감을 채울 수 있을 줄 알고 힘들게 번 돈을 허투루 낭비했다. 이제 인생의 변화를 겪어보니 그런 물질적인 것들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는커녕 내 발목을 잡고 빚을 안겼고 나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생활방식을 유지하느라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겠다.
--- p.356

나는 맥스라는 모순을 바라본다. 덩치가 크고 건장하며 문신을 새겼고 거칠고 자유롭지만 누군가를 배려할 수 있다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치 않는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작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발전시키기 원하는, 나의 유쾌한 채식주의자. 우리가 지금 여기 이렇게 마주 앉아 서로를 향한 감정을 털어놓기 직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만, 그가 자기는 나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고 하면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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