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라 이르는 물건에 대해서 공부를 하려고 처음 마음을 일으킨 이初發心者나, 도道라 이르는 물건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이修行者들이 믿고 이해信解하면서 의지할 바는 무엇이던가. 또 도道라 이르는 물건을 깨달아 얻은 이覺者들이 안과 밖이라 이를 수도 없으며, 다함이 없고 무수무량無數無量함을 막힘이나 걸림이 없이 두루 원만하게 통하는 물건을 깨달아 얻었다는 것은 무엇이던가. 깨우침을 얻기 위해 맨 처음 무엇을 근본 바탕으로 삼아 공부해야 하는 것이며, 안과 밖이라 이를 수도 없고 다함이 없으며, 무수무량無數無量함을 막힘이나 걸림이 없이 두루 원만하게 통할 수가 있다는 것인가.
곧 이 무수무량無數無量하며 깊고도 미묘한 깨우침을 막힘이나 걸림이 없이 환하게 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본인本人이 하고자 하는 공부가 아니던가. 때문에 깨우침을 환하게 드러내고자 부단하게 노력하고 몸과 마음을 다한 정성을 드리는 것이 아니던가. 깨우침을 위한 공부에는 차례와 순서가 있는 것이니, 이 차례와 순서를 알지 못하고 공부를 시작한다면 그저 막막하고 또 평생을 헛되게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네. 때문에 앞선 이들이 공부의 차례와 순서를 밝히고 마침내 본인 스스로 무수무량無數無量하며 깊고도 미묘한 깨우침을 막힘이나 걸림이 없이 환하게 통함을 구한 후에는 이 통함마저도 마땅히 버려야 함을 드러내어 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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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붙여 부르길 마음이라는 물건이 하나 있으니, 어느 누구나 지니고 있는 지극히 평등平等한 것이라네. 만일 ‘마음’이라 이름 붙인 이 물건에 색깔이 있고 또 하얀색이라면 마주 대하여 드러난 모양이나 상태를 무슨 색으로 보겠는가? 물론 모든 것을 하얀색으로 볼 것이 아닌가. 그러나 마음이라 이름 붙인 물건 하나가 오만가지 색으로 구별 짓고 나누어 밝히면서 하나씩 하나씩 이름을 붙이지 않던가.
이렇듯 25문二十五門, 57과五十七果, 일천칠백공안一千七百公案,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文 등 일체 모든 법法과 일체 모든 불보살佛菩薩 또한 이러한 것이라네. 만일 마음이라 이름 붙인 이 물건에 모양이 있어서 동그랗다면 이 세상을 마주 대하여 드러난 모든 모양이나 상태를 동그랗게 볼 것이 아닌가. 그러나 마음이라 이름 붙인 물건 하나가 수백만 가지의 모양이나 상태로 구별 짓고 나누어 밝히면서 하나하나에 제각각 이름을 붙이지 않던가. 이렇듯 25문二十五門, 57과五十七果, 일천칠백공안一千七百公案,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文 등 일체 모든 법法과 일체 모든 불보살佛菩薩 또한 이러한 것이라네.
만일 마음이라 이름 붙인 이 물건에 크기가 있어서 그 크기가 간장 종지만 하다면 마주 대하여 드러난 모양이나 상태로서의 이 세상을 볼 때 어떤 크기로 보겠는가. 물론 간장 종지 만하게 보겠지만, 마음이라 이름 붙인 물건 하나가 강가의 모래알같이 수억만 가지의 크기로 구별 짓고 나누어 밝히면서 이를 수 있는 곳곳마다 이름을 붙이지 않던가.
이렇듯 25문二十五門, 57과五十七果, 일천칠백공안一千七百公案,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文 등 일체 모든 법과 일체 모든 불보살佛菩薩, 그리고 깨달아 아는 일 또한 이러한 것이라네. 때문에 이 한 물건을 마음이라 이름 붙이고 지극히 미묘하고도 비밀스러운 물건이라 이르며, 늘 항상 변함이 없이 머무는 물건이라네. 마음이라 이름 붙인 깨우침의 성품이란, 본래 생生하지 않았으니 멸滅하지 않고 티끌에 물들지 않았으니 깨끗이 할 것이 아니며, 모자람이나 부족함 없이 두루 원만한 것이니 늘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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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인해 얽매여 당하는 일이란 본래 있었던 일이 아니지 않던가. 이와 같이 병이 든 눈으로 바라보면 일체 드러난 모든 것이 허공虛空에 흩날리는 꽃과 같다네. 이 꽃들을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꾸밈없이 참되고 참으로 밝은 것으로 허황된 욕심慾心을 비추어 없애고 깨우침을 깨달아 아는 일의 그지없는 덕梵德을 닦으면, 수평선 붉은 물에서 고요하게 빛나는 둥근 달을 얻을 것이라네. 깊고도 헤아릴 수 없이 두루 원만하게 통하는 미묘한 성품圓通性이 미리 앞서서 순수하고 참되게 되었다네.
때문에 배워서 익힌 잘못이나 허물, 망령된 것들이 모두 뒤바뀌어 한결같게 밝고 자세하며 분명하게 되는 것을 이르는 것이라네. 또한 일점 허물이나 번뇌가 없는 맑고 깨끗한 곳, 곧 비롯됨이 없는 근본 바탕으로 나아가 모든 행하는 일에 있어서 서로 뒤섞이지 않기 때문에 정진심精進心이라 이른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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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티끌마저도 없애 버려야 미묘한 깨달음, 즉 묘각妙覺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니, 이는 처음의 자리부터 만들어 가는 것이므로 금강金剛 같은 마음 가운데를 마르지 않는 지혜의 첫 마음자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네. 이 말은 서로 구별 짓고 나누어 밝히는 아는 일의 어두움을 모두 없앤 자라야 금강 같은 지혜의 자리에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이른다네. 앞에서 처음의 자리로 말한 마르지 않는 지혜의 마음자리, 곧 간혜지乾慧地는 깨우침을 깨달아 얻은 이의 법과 맞닿아 흐르지 못함을 이른 것이며, 여기서 말한 마르지 않는 지혜金剛慧란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바다나 참다운 마음자리와 마땅히 서로 맞닿는 일을 이른 것이라네. 때문에 이름은 같아도 뜻은 전혀 다른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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