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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

화이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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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544g | 135*200*29mm
ISBN13 9791191718058
ISBN10 119171805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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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센조가타케산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타고 짙은 안개와 함께 눈이 구름을 이끌고 왼쪽에서 몰아쳤다. 순간 시야를 가리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온통 흰색이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흰색 어둠이 펼쳐졌다.
화이트아웃이다.
--- p.30

지아키는 눈 쌓인 오쿠토와 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어지는 산 봉우리들을 완전히 뒤덮은 때 묻지 않은 흰 눈에 틀림없이 누구나 눈길을 빼앗기리라. 그 아름다움 뒤에는 사람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가즈시는 스스로 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갔다.
가자.
지아키는 생각했다. 가즈시는 이따금 자기를 만나기보다 산에 가는 쪽을 선택하기까지 했다. 그 산에 내 발로 들어가 보자. 그리고 가즈시가 말하던 눈 쌓이는 소리를 들어 보자.
나도 틀림없이 뭔가 느낄 수 있겠지. 그래서 가즈시도 내게 겨울 오쿠토와를 보여 주고 싶다고 했으리라.
가자. 오쿠토와의 산으로. 가즈시가 사랑하고, 가즈시를 앗아 간 겨울 오쿠토와로.
--- p.59

도가시는 자기만 살아남은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요시오카, 역시 너였구나.
개폐소를 점거한 침입자들은 요시오카의 약혼녀를 데리고 갔다. 그 여성을 구해 내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무라세를, 그리고 이와사키를 대신 자기 저승길 동무로 골라 데려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야말로 사소한 우연 때문에 나만 목숨을 건졌을 리 없다. 맞지, 요시오카? 아니라고는 못 할 거야.
알았어. 도가시는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해서 네 속이 풀린다면야.
--- p.141

아직 부족한가……?
도가시는 생각에 잠겼다. 더 심한 고통에 시달린 뒤에야 쉴 수 있다는 건가? 아직도 더 많은 고통을 맛보아야 하는 거로구나.
그런가? 잘 알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뜻은 알겠다.
그렇다면 나를 실컷 고통스럽게 해다오.
추위에 얼어붙어 신경 줄이 끊어졌는지 고통도 못 느끼고 손발도 움직이지 않는다. 제발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일 수 있게 얼어붙은 몸에 입김을 불어 얼어붙은 신경을 녹여다오. 그러면 그 온기에 기대어 몸을 움직이겠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손발을 움직일 힘으로 삼겠다.
자, 죽어 가는 이 몸뚱이에 저승에서 손길을 뻗어 나를 채찍질해다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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