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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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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64g | 136*195*22mm
ISBN13 9788954683661
ISBN10 8954683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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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는 자신들의 피부가 검고 곱슬머리라는 걸, 그리고 어머니가 형편없는 보수를 받으며 밭에서 지치도록 일한다는 걸 단번에 자각했다. 이 사실은 이바나의 마음에 큰 고통을 안겼다. 그녀는 언젠가 어머니의 복수를 해주겠다고, 어머니가 응당히 호사를 누리게 해주리라 다짐했다. 그렇다, 언젠가 이바나는 엄마 입속에 달콤한 막대사탕을 가득 넣어줄 작정이었다. 반대로 이반은 삶에 대한 분노에, 자신을 가난뱅이로 태어나게 한 운명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 p.28

이 땅에서 행복하려면 어느 정도 눈먼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이바나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p.44~45

죽음은 위대한 평준화를 이루어낸다. 공화국 대통령들과 길거리 청소부들, 저명인사들과 극빈자들을 모두 똑같이 쓰러뜨리니까. 그러나 저마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사회계층 간에 존재하는 차이들을 명백히 드러낸다. --- p.98

더 래스트 리조트에 탐욕스레 밤이 내렸다. 매일같이 계속되는 똑같은 사이코드라마였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태양은 핏자국을 길게 남기고 천상의 한쪽 구석으로 피신하러 달려갔다. 경쟁 관계의 달은 태양을 대체하지 못했다. 아무리 몸을 부풀리고 또 부풀려도 소용없었다. 달은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면 어둠이 찾아왔다. --- p.201

“일부가 두 팔 벌려 맞이하긴 해도 그들은 우리를 원치 않아. 그들은 우리 아프리카 나라들이 전쟁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해.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기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과 뭐가 다른데? 역시나 여전히 인종차별이 문제야.” --- p.215

처음으로 이반은 이슬람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이들은 전사의 종교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지 않던가? 종교들은 모두 열성적으로 전도를 하고 개종하는 사람들 수가 늘어나면 기뻐하니까. 또 어떤 이들은 여성을 혐오하는 종교라고도 말했다. 기독교도 마찬가지 아닌가? 기독교가 여자들에게도 남자들처럼 영원불멸의 영혼이 있을까 의문을 품었던 게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잖나. --- p.281

“당신에게는 신의 말씀 같은 건 중요하지 않죠?”
“확실하진 않지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사랑’이야.” 앙리가 빈정거렸다. “당신들은 이런 속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 --- p.300

지하디스트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 아니던가? 자신을 파괴하고, 알라의 정원으로 달려가는 것, 그리고 풍미 넘치는 처녀들을 향유하는 것. 문득 그런 생각들이 터무니없고 유치해 보였다. 어떻게 그런 것에 만족할 수 있지? 그런 식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자기 자신을 죽임으로써? 혁명을 위해서라면 그보다는 정신을 예리하게 세련하고, 근육을 긴장시켜야 하지 않을까? 더는 알 수 없었다. 무엇이 그를 인도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 p.306

“너희는 쌍둥이잖아. 다시 말해 한 사람이 둘로 갈라져 서로 다른 몸으로 나뉜 거지. 너희를 다른 모든 사람처럼, 보통 사람들처럼 판단해서는 안 돼.” --- p.313

그녀는 이반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꼈던 모든 사랑과 욕망이 그 눈빛 교환 속에 지나갔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지나온 삶 전체가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9월의 어느 포근하고 향긋한 밤 시몬의 배에서 나오던 순간부터 짙은 안개가 가득한 그 흐린 가을 아침까지 이반과 이바나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았다. --- p.323

삶이란 놀랍지 않은가? 삶은 유머감각을 지녔으나 그 유머에 모두가 웃지는 못한다. --- p.336

시대와 국적을 막론하고 시인과 철학자는 언제나 앞다투어 우리에게 사랑과 죽음은 같은 것이라고, 절대라는 개념을 희구하는 동일한 것이라고 거듭 말해왔다. 두 개념은 시간과 여론의 변덕에도, 일상의 우여곡절들에도 변함이 없다. 과들루프 사람들은 명민하게도 그 사실을 잘 이해했다. 크레올어 lanmou(사랑)와 lanmo(죽음)는 고작 모음 하나가 탈락하며 뜻이 달라지니 말이다. --- p.348~349

“우리는 모두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믿어요. 불행히도 그 방법은 알지 못하죠.”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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