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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청소하러 왔습니다

사모님! 청소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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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28*188mm
ISBN13 9791197598005
ISBN10 1197598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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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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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다음에 올 친구에게는 부디 다그치지 말아주세요. 세상에는 일을 ‘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따윈 한 명도 없으니까요.
--- p.6

졸업과 실업이 동시에 발생한 그해 겨울. 그건 루저로서의 출발에 불과했다. 이후 3년 동안 10번의 이직을 하면서, 나는 루저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원래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이렇게 방황하면서 결국 자기에게 맞는 곳에 안착하게 된다고들 하지만, 내게는 영원히 그럴 일이 없을 것만 같았다.
차라리 임신하고 집안 살림이나 살까 싶었지만, 사회생활의 종지부를 아줌마로 끝내기는 싫었다. 멀쩡하고 튼튼한 젊은 시절을 그저 육아와 가정으로 꾸리는, 전통적인 여성의 프레임으로 나를 욱여넣기 싫었다. 더군다나 남편에게 내 경제권을 의존하기는 더 싫었다. 나도 돈 벌 수 있는데 왜?
--- p.7

교육 일정도 제대로 확인을 못 해서 시작부터 스텝이 꼬여버렸는데,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청소든 뭐든 나,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어느덧 나이를 먹어 서른넷이 되었는데 몸만 큰 어린애 같아서 자리도 못 잡고 이러고 사는데, 정말 잘 살 수 있을까.
--- p.16

이처럼 청소일에서 묻어나온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이건 얼마나 꿀같은 일인가!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멋있는 이선균 아저씨가 아니라, 청소하며 먼지를 뿌옇게 뒤집어쓴 송새벽, 박호산 아저씨가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 p.26

그런가 하면 우리 시엄마 김 여사님은 날개를 달은 듯 훨훨 날아다닌다. 여기저기서 사모님들이 와달라고 아우성이다. 밀려드는 예약 때문에 이제는 일정을 조율하면서 스케줄을 관리하고 계신다. 엄마의 표정은 언제나 해바라기처럼 환하다.
--- p.28

거듭되는 실패의 연속 중에, 그나마 엄마의 성공을 곁에서 지켜보며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위안을 얻는다. 그녀의 태도가 내 안에 1%라도 녹아 있으면, 세상 속에서 실패하더라도 자신에게만은 떳떳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참인가보다.
그래서 청소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잘 적응했지 싶다. 지금까지 다닌 그 어떤 직장들보다도 가장 잘.
--- p.29

면접장에는 딱 봐도 나보다 어린 여자들이 스무여 명은 있었는데, 면접 대기실이 없어서 복도에 서 있거나 몇 개 없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면접장 입구에는 맑은고딕체 볼드를 넣은 ”면접장“이라는 글씨가 이면지에 프린트되어, 셀로판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진 채 초라하게 달랑거렸다.
나는 면접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면접 연습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앵무새같이 되뇌며 이렇게 인사해준다고 지들이 날 뽑아주겠냐 싶어 피식 웃었다.
--- p.35

어설픈 인간은 계속 입 닫고 이렇게 혼나기만 하는 게 일인가? 자존감이 깎여진 대가로 월급을 받는 건가? 의문이 커질수록 답을 찾아나가는 것도 꽤 어려워졌다.
--- p.95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중 하위 레벨의 직업인 청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직업의 레벨이 하위층이라 해서,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의 존재 가치가 하위 레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직업에는 귀천이 있고 사람에게는 귀천이 없으니까.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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