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이 책에는 제가 지난 9년 허우적거리며 헤엄치던, 팔딱대고, 파닥대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카페 ‘참사랑국어’에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제가 쓴 글, 남겼던 답변들을 시간 순서대로 수록했습니다.
--- p.9
덤으로 책의 뒷표지에 가지런히 모아 놓은 총 89개의 아이콘들은, 여러 가지 교육 상황에서 해답을 숙고할 때 또는 ‘교육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교육 그 자체에 관하여 사색할 때 촉매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엄선한 것입니다. 이 아이콘들 덕분에, 비록 책 제목이 ‘… 아무페이지나 펼쳐 읽는 …’이지만, 심지어 책을 펼치지 않고 뒷표지가 보이게 놓아두고 사색하는 것만으로도 들뜬상태와 바닥상태를 적절히 넘나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p.10
교수-학습 과정안을 끊임없이 완벽하게 해서 모범안 하나를 도출하자는 패러다임은 이미 2000년대 되기 전에 사라졌습니다.
‘현장의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 사정은 다 다르고, 그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수업은 그 현장의 교사가 제일 잘 한다.’
이게 일선교사의 존재 이유이고 일선교사의 자부심입니다.
‘비록 인강의 어떤 강사가 엄청난 스텝들과 자본으로 수업을 잘 만든다. 아니, 그 강사 자체가 일단 수업이 좋다. 그렇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내가 더 낫다.‘
이게 현장교사의 존재 이유 아닐까요?
--- p.71
제가 교생 때 수업을 한창 하던 중에, 한 수업을 마치고 강평을 받을 때였어요. 지도선생님이 이렇게 강평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처음에 수업 분위기 정돈을 위해 아무 행동이나 조치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그 점을 지적하려고 생각하고 시간을 재 봤는데, 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마치기까지 2분밖에 걸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배웠습니다. 어느 순간 당연히 학생에게 무언가를 하는 것만이 항상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
--- p.76
그리고 저렇게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학생이 앞으로 생기부를 땔 때마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삶의 방향, 가치관, 태도, 세계관 등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더 곱씹어 보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고, 학교라는 공간과 학창시절이라는 기억을 덜 혐오하고, 덜 부정하게 될 겁니다.
저는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아름다울 때인 이 고등학교 시기를 굳이 위악적으로 학교와 학창시절을 도려내고 살아가기를 원치 않습니다.
--- p.105
칠판에는 시가 적혀있고, 교사가 막 열심히 그림도 그려놓았고, 교실 모니터에는 한자가 적힌 종이 사진, 현판 사진들을 곁들인 장문의 글이 떠 있어서, '오, 이 선생은 학기말에 영화 틀어주거나 놀리거나 하지 않는군.'하면서 좋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게 핵심) 혹시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조금 연습해 보시고 시도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 p.198
그러나 그 시절 저는 저런 것들을 알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고등학생 때 동경하며 조언을 구하던 대상이 고작해야 같은 고등학생인 선배였고, 대학생 때 멘토로 삼은 이들도 아직 사회에 나가보지 않았고 이런 것들이 아쉬워져보기 전인, 고작해야 같은 대학생인 선배들이었기 때문이었죠.. … 학생들한테도 수요 확보할 때 지금까지 여기에 죽 써 내려간 저런 맥락에서 홍보가 가능합니다. “대학가서 2, 3, 4학년 형, 누나들이 굉장히 많이 알고 충분하게 멘토가 되어준다고 느끼면서 대학생활 적응해 갈 텐데, 그들도 결국 대학생이다. 그들의 조언이나 깨달음의 범위 정도에 족해하며 대학생활 흘러가게 두다 보면 후에 아쉬울 때가 생길 수 있다.”
--- p.220
그럼에도 단점 역시 분명하였는데 바로 '모든 선생님이 거꾸로수업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겠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학생들의 입장에서 개인시간을 할애하여 강의시청을 하는 것은 아무리 10분 미만의 영상들이더라도 분명 부담스럽고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학생이 이수하는 8~11개 과목 중 최대 3개 정도가 거꾸로수업을 학생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250
"너네 세면대에 물 틀면 갑자기 샤워기로 되어 있어서 물벼락 맞은 적이 있을 거다. 물벼락을 안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을 틀 때 살짝살짝 틀면서 낌새를 보고, 샤워기로 물이 찔끔찔끔 나오면 조절밸브를 누르는 방식으로 한다. 물론 얼마 지나면 이것마저 잊어버리고 또 물벼락을 맞지. 제일 합리적인 방법은, 세면대 물 틀기 전에 항상 조절밸브를 딱! 누르고 수도를 트는 습관을 들이는 거다. 조절밸브를 누르는 데 1초면 충분하다, 힘든 것도 아니다. 이 습관만 들이면 찔끔찔끔 하면서 드는 시간과 불확실성, 이내 또 잊어버리는 현상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너네가 화법·작문을 그냥 풀면서 시간이 걸리거나 오답을 고르는 것은 이와 같다. 여름방학 방과후 40시간 동안은 이걸 해결해 주려 한다."
--- p.262
이미지로 얘기하자면 '낭만닥터 김사부'의 '돌담병원'이 지방교사라면 …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화제가 되었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코리아'의 학교교육 버전이 서울교사 …
--- p.285
저는 심층면접을 소통의 기회, 저평가된 부분을 보완하고 정정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소통 이론 중 뉴컴의 ABX이론으로 설명하면 X와 B를 이어주는 화살표를 긋는 과정인 셈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변호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 p.339
스터디를 하면서 저도 스터디 교재로 모두가 본다는 면접책을 사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그거 천재가 아니고서야 단기간에 다 외워지지 않습니다. 그 책은 참조용으로 쓰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현명하게 3차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p.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