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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금의 세계

18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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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507514
ISBN10 8987507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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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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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만화를 성인들이 즐길 만한 오락이자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워낙 적고, 일반적으로 만화를 경시하는 풍조가 강하다. 만화를 보고 싶어도, 만화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통로가 별로 없다. 사실 만화 도매서점까지 가서 만화를 구한다는 것은, 마니아말고는 어려운 일이다. 일반 서점에서 만화를 수비게 구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성인 독자가 늘 수가 없다.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만화 층에서, 성인을 만족시킬 만한 만화를 골라내기도 쉽지 않다.
--- p.44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미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이 있던가? '아키라'만큼의 충격을 준 작품이 과연 있던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작가가 나왔던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대단한 작품이고 의미심장하지만, 기본적으로 마니아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외국에서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신세기 에빈게리온' 역시 보편적인 정서를 끌어낼 수 있는, '거대한' 작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요즘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셔은 기존의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소수'의 요구에 맞춘 작품 위주로 생산된다는 느낌이 든다. 홈럼은 아니어도 확실한 안타 위주의 공격을 펼치는 것이다.

'아이돌 스타'라는, 사회의 전체는 아니지만 확고한 팬을 기반으로 생존하는 존재처럼 애니메이션 업계 자체도 이미 형성된 매니아층만을 향해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 p.100
결국 전공투운동은 패배했다.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이 좌절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부는 정치권으로 가기도 하고, 일부는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비록 패배했지만,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체제에 협조하기는 차마 싫었던 것이다. 전국시대의 사무라이들은 전국이 통일이 되어 자신들의 주인이 죽거나 투항하자 낭인이 되어 전국을 떠돌았다. 전공투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그런 길을 택했다. 사회의 낭인이 되는, 어둠의 길을 택한 것이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보면 그런 구절이 있다. '68년 이후 포르노 만화출판사나 포르노 영화사에 가보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학생운동권 출신이 하나둘씩은 있었다는 것이다. 체제, 즉 시스템에 동조하지 않으려니 막노동판이 아니면 가장 입맛에 맞는 곳이 바로 문화계였다. 그들은 영화, 만화, 연극 같은 시스템의 변두리로 향했다. '성인용'인 포르노 영화나 만화는 변두리 중에서도 변두리였다. 그들은 그곳으로 가서, 자기만의 원칙으로 맹렬하게 싸웠다. '68년 이후 유럽의 좌파영화감독들은 일제히 성(性)으로 방향을 틀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장 뤽고다르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혁명으로 체제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성이라고 믿고 그 '약한 고리'를 집중 공격했다. 그 시도의 결과는 다소 애매했지만, 하여튼 당시의 시대 분위기는 어디나 똑같았다. 일본의 좌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좀더 허무주의적이고 격렬했다. 그들 중 포르노업계로 빠진 쪽은 극렬한 성적표현으로 체제의 편견이나 검열과 싸웠다. 그것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이 지독한 사회와 싸우는 것이었다
--- p.33-35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헌법재판소에서 사전검열이 위헌이라는 판정을 내림에 따라 국내 문화계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영화계에서는 등급위원회라는 것이 생겨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표현방식이 과격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화에는 '등급외'를 주기로 했다. 대중음악에서는 노터리어스 B.I.G.나 2팩 등의 갱스터랩 가수나 콘, NIN 등의 앨범이 '18세 미만 구입불가'란 딱지를 붙이고 판매중이다. 서적도 비닐을 씌우고 '성인용' 서적을 팔고 있다. 물론 포르노는 아니다. 포르노는 형법상으로 저촉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포르노도 해금이 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목청 높여 주장하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까지 '18세 미만 구입불가' 혹은 '등급외'라고 붙여지는 영화나 만화 또는 소설 등이 과연 그런 '격리'를 당할 만한 작품인가?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도대체 심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의심스럽다. 한 예로 일본 작가 하나무라 만게츠의 『게르마늄의 밤』 같은 소설은, 일본에서도 아쿠타가와상을 받을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검찰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를 '포르노'라며 고발했는데,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든다. 「거짓말」은 이미 원작소설인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형사 고발당한 바 있었는데, 영화에서도 '등급외'라는 장벽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유작 「아이즈 와이드셧」은 예술성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그룹 섹스와 음모 노출은 안된다며 결국 상영불가로 몰고 갔다.

등급제를 생각해볼 때,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일본과 미국에도 등급제가 있다. 그리고 꽤나 심각하게 지켜진다. 미국에서 성인물을 사려면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취지는 같다. 그런데 차이는, 전제의 문제다. 일본이나 미국이나 성인물을 놓고, 청소년 보호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어쩌고 떠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의 문제일 뿐이다. 일본에서도 '98년에 동인지를 단속한 적이 있었다. 일본의 동인지는 주로 기존 인기만화를 패러디한 작품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성적으로 비꼬는 만화들이 많다. 경찰은 이러한 동인지를 따로 격리된 공간에 전시하지 않았다고 서점 주인을 연행해갔다. 서점 주인은 셀 수 없이 쏟아져나오는 동인지의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며, 아마추어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유야무야 끝났지만, 논쟁자체가 동인지 자체의 존재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동인지 문화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한 영역이고, 개인의 아마추어 창작활동을 단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엄청난 만화시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이 거대한 '언더그라운드' 만화시장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현재의 문제는 유통이다. 일본이나 미국이나, 성인물은 항상 따로 마련된 공간에 전시한다. 그리고 신분을 확인한 이후에 판매한다. 만약 어기면 엄청난 제재가 따른다. 일반적으로 성인물은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이 조금 높게 책정된 경우가 많다. 따로 전시하고 비닐을 씌우는 등 유통비용이 더 많이 들고, 청소년에게서 격리시키기 위해, 사회적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세금이 높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유통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없이, 개별 작품의 유해 여부에 대해서만 따지고 든다. 성인물을 이야기할 때에도, 청소년에게 노출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채 논의되어진다. 창작자는 작품의 질에 책임이 있을 뿐, 유통 경로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유통 단계를 만들어놓지 않고, 무조건 작품만을 이야기한다. 「거짓말」의 경우 '등급외'를 받았다. 그런데 국내에는 등급외영화 전용관조차도 없다. 게다가 한때 등급외 전용관을 설치하겠다고 했다가, 한순간에 백지화시켜 버렸다. 말이 자율적 심사이지, 실제로는 상영을 막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는 전혀 참작의 여지가 없다. 설사 등급외 전용관을 한다 해도 사태는 비슷하다. 광고의 제한은 당연한 것이지만, 등급외 전용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고 비디오도 나올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영화를 제작하고 수입할 것인가? 요즘에는 비디오 판권이 제작비에서 상당한 비용을 차지하고 있다. '등급외 영화'라 해도 광고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히 소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비디오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에게 '성인용 영화'를 빌려주었을 때의 제재조치를 강력하게 하면 끝날 문제다. 비디오가게 주인이 청소년에게 '불법적'으로 성인용 비디오를 빌려주고, 그로 인해 청소년이 받은 유해한 '충격'을 왜 창작자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의 경우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천국의 신화』는 애초에 제작단계부터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버전을 달리해서 출간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신들의 세계에서는 치정과 복수극이 일상생활이다. 한민족의 상고시대를 다룬 작품인 『천국의 신화』 역시 마찬가지다. 내용 자체가 성과 폭력을 피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용을 따로 만든 것인데, 검찰은 막무가내였다.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논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가 허용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일본의 거의 무제한으로 보이는 표현 자유도 결국은 싸워서 얻은 것이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잠깐 일본의 유해만화 논쟁을 되짚어보자.
책 머리에

'일본에 다녀올까?'

이 책을 쓰려고 마음먹으면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전에도 취재 목적이나 관광차 일본을 다녀온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클릭! 일본문화』란 책을 쓸 때에는, 일본문화에 대한 정보의 전달이 주된 목적이었다. 당시는 일본문화 개방 전야였고, 막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였기에 단순 정보의 전달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현재는 일본문화 개방조치로, 적어도 '일본문화'의 외관은 조금씩 볼 수 있다. 영화 「러브레터」가 개봉되어 관객몰이에도 성공하면서, 대중적 파급력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일본문화에 대해서 더욱 깊숙이 들어가 그 내면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서 다시 한번, 이번에는 그 현장에 들어가보자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 책의 목적은 일본문화와 애니메이션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자는 것이다. 요즘에는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한 책들이 점점 많이 출간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한 해설서들이 어떤 편견과 선입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주 품곤 했다. 상업적이다, 뛰어나다, 선정적이다, 폭력적이다 등등 몇 개의 수사에 그치는 단순한 분석은 아닌가, 또는 이미 존재했던 평가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 물론 이 책도 그런 수사들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는 그 수사의 이면을 깊이 파헤쳐보려고 노력했다. 각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상업적'으로 어떤 점을 부각시켰나? '폭력적'인 장면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발전시켰나? 등등. 개념으로 하나의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규정을 하기 위한 것뿐이다. 평가는 어떻게든 가능하다. 문제는 그 평가의 적합성이고, 그 기반을 파헤치는 것이다. 아직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은 주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거장들 위주로 소개되어 있으며(아직 공식적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개방된 상태도 아니고) 일본만화는 학원물과 순정물 등 10대들 취향의 작품들만이 주로 국내 시장에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화평론가들도 다양하지 못해, 특정 경향의 작품들만이 부각되고 있다. 아직까지 『크라잉 프리맨』『북두신권』『공작왕』 같은 일본의 걸작만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국내의 만화평론가를 본 적이 없다. 과문한 탓인가? 미국과는 다르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문화 속으로 파고 들었던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책의 구성은 크게 다섯 부분이다. 1장은 청소년문화와 성인문화의 관계, 국내에서 성인층을 위한 문화가 처해 있는 어렵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직설적으로 담고자 노력했다. 일본문화가 정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성인문화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장은 애니메이션에 관한 장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이상의 관객에게 어필하는 작품을 위주로 선별해 이제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에 소개된 작품들도 가급적 다른 면으로 접근했다. 3장은 일본만화에 관한 장으로 2장과 마찬가지로 10대 취향에서 벗어난 작품을 위주로 싣되, 여성만화가의 작품,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관계 등 시사적인 문제까지 포괄하였다. 4장은 일본현지 취재기이며 주로 현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생생한 어조로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애썼다. 5장은 한국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한 장으로 주로 '90년대 이후 부각된 만화가들과 이후 국내 만화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시각. 중요한 것은 시각이다. 이 책은 수용자의 시각에서 쓰려고 노력했다. 필자들 역시, 독자들과 다름없는 일본만화 애호가이다. 개인적으로 비평이나 해설서를 보고 있으면, 기분나쁠 때가 가끔 있었는데 이는 필자의 위치가 대단히 객관적인, 때로는 거의 신적인 위치에 서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식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았던 터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가급적 그런 시선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난 척'하는 글로 여겨진다면 전적으로 필자의 능력 부족 탓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로서의 입장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그만큼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용미학이란 말도 있듯이, 미(美)라든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고 책임이며 특권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독자의 특권을 잃지 말기 바란다.

이제까지 일본문화,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책들은 많았다. 일본문화의 상품성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에서부터 이미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 문화를 편의적으로 간추린 서적까지. 혹은 정보 위주로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거칠게 소개한 책도 있었다. 우리들은 이번 책을 쓰면서 단순한 정보성과 일본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했다. 이미 소개된 문화보다 앞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문화를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국내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다소 거칠지만 함께 다루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적게나마 보탬이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지켜봐준 많은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 2000년 2월 김봉석, 김의찬
요즘에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쉽게 일본만화를 접할 수 있다. 좋아하는 만화의 캐릭터는 물론 동영상과 캐릭터를 변형시킨 갖가지 동인지까지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림들을 보다보면 '헨타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성인만화나 게임을 설명할 때 이 단어가 쓰인다. 간단하게 헨타이는 '변태'란 한자어의 일본발음이다. '헨타이'는 주로 단순하게 '섹스'를 말한다. 성별이 아니라 성행위. 그래서 우리말로 굳이 옮긴다면 '변태적인 만화'가 아니라 '야한 만화'가 된다. 헨타이를 줄여서 그냥 H라고 쓰기도 하고, 엣치(Ecchi-H의 발음을 그대로 옮긴)라고도 한다. 워낙 줄여쓰기를 좋아하는 국민성 탓인가.

'헨타이'란 단어를 굳이 꺼낸 것은 일본 성인만화에 대해 약간 터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헨타이가 그냥 야한 만화라고 말을 했지만, 우리가 그냥 일본의 야한 만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 개념대로 '변태적'이란 생각이 종종 든다. 미소년 에로만화의 제왕인 유진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 남자아이는 항상 변태적이다. 여자의 팬티에 혹하고, 혹여 가슴이라도 보면 코피를 흘리고, 특히 이성의 '성기'에 거의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정말 변태적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그런정도는 남자아이들 대부분이 사춘기 시절 겪었던 일이다. 포르노 잡지를 보면서 흥분하고, 여학생의 뒷모습을 훔쳐보고, 선생님의 치마 속을 슬쩍 보기 위해 거의 목숨까지 걸었던 그 시절 말이다. 물론 코피까지 쏟는 아이는 없었다. 만화개론서를 보면, 만화의 특징이 과장과 왜곡이란 말이 나온다. 만화라는 매체 자체는, 사물을 왜곡하고 사건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명량만화에서 이런 특징은 두드러진다. 따지고 보면 유진의 만화도, 명랑만화 계열에 속한다. 발랄한 유머와 황당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니까. 유진이 그리는 변태적인 청소년들에 대한 묘사도 결국은 과장과 왜곡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왜 일본만화는 유난히 성과 폭력에 대해 관대한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일본의 대중문화 전통에 있다. 일본에서는 대중문화의 뿌리를 17세기 에도시대로 본다. 당시 전국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일본 각지에는 수많은 낭인들이 생겼다. 사무라이들은 더 이상 싸울 명분이 없어졌다. 갑자기 목표를 잃은 사무라이들을 달래기 위해, 정부에서는 유곽을 만들고 대중적인 문화를 의식적으로 보급시켰다. 늘 칼을 끼고 사는 사무라이들의 눈에 폭력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었고, 그들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섹스였다. 욕구불만의 사무라이들을 달래기 위해 보급된 오락과 여흥이 그대로 이어져, 오늘날의 일본 대중문화가 되었다. 자연히 사람들은 성과 폭력의 묘사에 대해, 대단히 너그러울 수밖에 없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봐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성과 폭력의 묘사가 체제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과격한 성과 폭력의 묘사를 통해, 사회에 삐딱한 시비걸기에 나선 것이 일종의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다.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때 그랬을지는 몰라도, 21세기에도 과연 그럴 수 있겠는가?라고. 하지만 요즘 일본의 만화평론가들은 주류만화에서는 더 이상 어떤 거대한 에너지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독자들의 인기에 철저히 부응하고, 편집자와 미리 상의하고 세밀한 계획을 거쳐 만들어지는 작품들에서는 어딘가 '컨베이어 벨트' 냄새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유일하게, 이른바 에로만화계에서 그런 에너지를 간혹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야마모토 나오키는 여전히 수작을 발표하고 있고, 야마다 나이토의 일상적인 섹스 묘사도 눈길을 끌고, 마치노 헨마루의 변태적인 만화가 이해할 수 없는 에너지를 전달한다. 금기를 깨는 행동에는, 언제나 과도한 에너지가 흘러 넘친다. 얌전하게 사회가 시키는 대로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아무런 에너지도 없고 발전도 없다.

'헨타이?' 나쁘고 변태적인 것? 그러나 모든 사물에는 양면성이 있다.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때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숨어 있는 것이다.
--- 씨엔씨 미디어 간 『18금(禁)의 세계』8-47쪽 내용을 옮겨 실었습니다
요즘 만화방에 가면 소위 '성인만화'라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로 대본소용으로 나온 이 성인만화의 특징은, 성과 폭력이 가장 중요한 표현수단이라는 점이다. 표지부터 야한 그림을 전면에 깔아 '성인만화'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물론 '성인용'이라는 단어는, 성적인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하는 가장 큰 경계선이 '성'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시마 과장』이 성인용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마과장의 자유분방한 성생활이 그대로 공개되기 때문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작왕』에도 섹스는 나온다. 단지 '섹스'가 이유라면, 그것은 포르노와 마찬가지다. 포르노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굳이 성인용이란 말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냥 '포르노'라고 말하면 되니까.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시마 과장』은 포르노가 아니다. 그렇다고 청소년을 위한 만화도 아니다. 『시마 과장』은 성인을 위한 만화다. 성인만이, 아니 성인으로서의 사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 『시마 과장』의 참맛이 느껴진다. 청소년의 사회경험, 즉 가정과 학교를 오가며 사회의 일부분을 맛보는 정도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가 『시마 과장』에는 그려져 있다. 차라리 『크라잉 프리맨』같으면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도 있다. 섹스와 폭력이 『크라잉 프리맨』의 주된 요소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되는 내용과 주제는 청소년들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선과 악의 대립, 고난을 헤쳐나가는 영웅의 이야기이다. 다소 허황된 영웅담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성인만화와 청소년만화의 구분은 단지 소재의 차이가 아닌 것이다.

『시마 과장』은 한 회사원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60, 70년대 성장 일변도로 달려가던 일본 사회의 평범한 직장인답게 일에만 빠져 지내던 시마 과장은 결국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되고 이혼당한다. 자신은 공평무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자신이 원하지도 않던 회사 내의 특정 파벌로 낙인찍히고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온갖 시기와 질투에 시달리기도 하고, 많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하면서, 문득 자신을 돌아보며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회한이나 서글픔 같은 것을 느낀다. 이처럼 사회라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겪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을 법한 사건과 감정들이 『시마 과장』곳곳에 시시콜콜히 담겨 있다. 물론 여자관계만 제외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말하듯, 남자와 여자의 낭만적인 섹스란 일생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에 불과하다. 시마 과장처럼 가는 곳마다 여자가 달려드는 경우란 좀처럼 없다. 어쨌거나 『시마 과장』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게 되는 사소한 슬픔과 후회 등등이 진하게 배어난다. 이것을 청소년들은 껍질밖에 보지 못한다. 볼 수는 있어도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시마 과장』이 성인용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성인용이란 라벨이 붙는 것은 단지 '성과 폭력' 때문은 아니다. 요즘 같은 문화산업의 시대에는 상품을 만들때부터 그 대상이 정해진다. 10대를 위한 것인지, 남성을 위한 것인지 또는 아이와 아이 같은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등등. 타깃을 정확하게 정함으로써, 내용과 수위가 정해진다. 철저하게 초등학교 정도의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디즈니 만화영화의 경우 성적인 은유와 직접적인 폭력은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워너 만화영화는 대상층을 조금 높게 잡는다. 디즈니 만화의 '순수함'과 '귀여움'에 식상한 아이들과 어른을 위해 도발적이고 당돌한 대피 덕 등의 주인공을 만들어냈고 캐릭터간의 싸움도 훨씬 격렬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만화'니만큼 피가 튀거나 하지는 않지만. 후발주자였던 워너는 이미 거대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디즈니와 정면으로 대결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자기 시장을 창출해낸 것이다. 아예 성인만화 시장으로 가지 않은 것은, 미국의 경우 '성인만화' 시장 자체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것'이란 인식이 대부분이다. 또는 아예 '예술작품'으로 간주하거나.

똑같은 내용을 영화화하더라도, 그 대상층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주제와 표현의 정도가 달라진다. 아동용일 경우 인물과 주제를 단순하게 만들고, 중간중간에 의도적인 개그를 집어넣는 것은 거의 불문율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도, 비슷한 공식이 존재할 수 있다. 비디오가게에 널린 에로영화나 싸구려 액션영화에서 보이듯 적당히 정사장면을 나열하고, 액션장면을 연달아 배치하는 것만으로 성인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말고 '성인을 위한' 만화나 영화라면, 무언가 진지한 태도나 세계에 대한 시선이 필요하다. 성인이 만화나 영화를 볼 때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아니면 무언가 의미 있는 감상을 위해서이다. '성인용'이라면 어느 하나를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둘 모두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행복한 만남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아카혼이란 만화책의 초기 형태가 나올 때인 20세기 초반부터 일본의 '유해만화 논쟁'은 시작되었다. '45년 이전까지는 극우 정부의 파시즘적임 검열에 대항하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전후에는 주로 자치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형법상의 외설물 전시와 판매라는 죄목으로 출판사와 만화가에게 죄를 묻는 식이었다. 지금의 일본 만화계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70년대 이전까지 만화가의 사회적 지위는 무척 낮았다. 일본만화의 신이라고 불리는 테즈카 오사무도 한때 사회의 냉대에 못 이겨, 즉 만화가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너무나 차가워서 한때 만화계를 떠나기도 했다. 유해만화 논쟁에 걸린 작품은 나가이고의 『파렴치 학원』, 이시이 다카시의 『천사의 내장』을 비롯한 일련의 작품들, 시라토 산페이의 『닌자부게이초』와 『카무이전』등 무수히 많다. 그러나 유해만화 논쟁은, '유해만화'로 지적된 작품이 오히려 뛰어난 예술성을 지니고 있어 그러한 비난을 무색케 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59년 발표된 시라토 산페이의 『닌자부게이초』도 그러한 경우였다. '59년은 일본의 만화시장을 주도해온 만화잡지 「소년 매거진」과 「소년 선데이」가 창간한 해이다. 만화의 대중적 지평이 획기적으로 확장되려던 때, 일부에서는 만화 자체를 공격했다. 한 예로 야마나시현 독서보급조에서는 '만화실태백서'라는 책을 발간해 당시 쏟아져나오던 만화들이 '선과 악의 규범을 무시'하고 '마약 및 살인묘사가 증가'하여 '소년 범죄를 부추길까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시라토 산페이의 『닌자부게이초』는 대표적인 '유해만화'의 목록에 올랐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작품은 '걸작'이었다. 이후 시라토 산페이는 『사스케』『카무이전』등 걸작을 발표하면서, 일본 전위만화의 요람이 된 잡지 「가로」창간에도 획기적인 공헌을 하게 된다. 대중의 눈은 정확한 것이어서 『닌자부게이초』가 유해만화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대만 해도, 만화 자체의 힘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만화를 예술로 생각한 사람은 만화가들 자신말고는 거의 없었고. 지금처럼 '슈퍼 대중문화'가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60년대야말로 만화가 비로소 시민권을 따내게 된 격동의 시대였다. 당시 일본의 전공투운동을 이끌었던 학생들은 마르크스와 레닌만이 아니라 치바테츠야의 『내일의 조』에도 심취해 있었다. 그들은 한 손에 좌익서적을, 다른 한 손에는 만화책을 들고 있다고 전해질 정도로 만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던 세대다. 전공투운동의 분기점이 되었던 동경대 야스다 강당 점거사건이 있은 후, 그곳에 적힌 낙서 중에는 '우리는 내일의 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맞아도 맞아도 굴하지 않고 혼신의 노력으로 끝내 이기고 마는 불굴의 주인공을 자신들의 이상향으로 삼은 것이었다. 『내일의 조』로 대표되는 '60년대 일본의 만화주인공은 단지 허황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황과 정서를 정확히 짚어냈고 앞서 나가며 그들을 이끌어가는 세대의 교과서이기도 했다.

결국 전공투운동은 패배했다.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이 좌절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부는 정치권으로 가기도 하고, 일부는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비록 패배했지만,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체제에 협조하기는 차마 싫었던 것이다. 전국시대의 사무라이들은 전국이 통일이 되어 자신들의 주인이 죽거나 투항하자 낭인이 되어 전국을 떠돌았다. 전공투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그런 길을 택했다. 사회의 낭인이 되는, 어둠의 길을 택한 것이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보면 그런 구절이 있다. '68년 이후 포르노 만화출판사나 포르노 영화사에 가보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학생운동권 출신이 하나둘씩은 있었다는 것이다. 체제, 즉 시스템에 동조하지 않으려니 막노동판이 아니면 가장 입맛에 맞는 곳이 바로 문화계였다. 그들은 영화, 만화, 연극 같은 시스템의 변두리로 향했다. '성인용'인 포르노 영화나 만화는 변두리 중에서도 변두리였다. 그들은 그곳으로 가서, 자기만의 원칙으로 맹렬하게 싸웠다. '68년 이후 유럽의 좌파영화감독들은 일제히 성(性)으로 방향을 틀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장 뤽고다르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혁명으로 체제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성이라고 믿고 그 '약한 고리'를 집중 공격했다. 그 시도의 결과는 다소 애매했지만, 하여튼 당시의 시대 분위기는 어디나 똑같았다. 일본의 좌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좀더 허무주의적이고 격렬했다. 그들 중 포르노업계로 빠진 쪽은 극렬한 성적표현으로 체제의 편견이나 검열과 싸웠다. 그것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이 지독한 사회와 싸우는 것이었다.

주류로 향한 사람들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싸웠다. 오토모 가츠히로와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전체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 정부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등이 그렇다.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더욱 유명한 이시이 다카시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이저로 뻗어나간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폭력과 성의 묘사가 극심한 『천사의 내장』『사디스틱』등의 만화를 그리며 명성을 얻었다. 그의 만화를 싣는 잡지는, 그 덕에 몇 번이나 정간 조치를 당해야만 했다. 이시이 다카시의 만화는 강간과 살인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아주 세밀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표면일 뿐이었다. 그림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만, 거기에는 남성의 폭력을 강하게 고발하는 예리한 시선이 숨어 있다. 이시이 다카시가 감독한 「고닌 2」등의 영화에서 보이듯, 강인한 여성의 대결을 그리는데에도 대단한 재능을 발휘했다.

문화계 각 부분에 진출한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체제의 완고한 검열과 편견에 맞서 싸웠다. 게다가 사회 전체가, 그들의 응전에 호응을 보냈다. 『파렴치 학원』이나 이시이 다카시의 만화들이 비난을 받을 때 만화가만이 아니라, 함께 전공투를 겪었던 젊은 지식인들도 맹렬하게 만화를 옹호해주었다. 그들의 젊은 시절, 가장 강력하고 가장 감동적인 느낌을 주었던 만화라는 매체에 대한 생각은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그들은 만화가 단지 오락이 아니라 예술임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표현의 자유가 예술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만화계와 함께, 사회 각 분야의 지식인들은 만화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주었다.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가 문제가 되었을 때 한국의 지식인들이 별다른 반응도 없이 조용히 있던 것과는 대조가 되는 일이다.

그것은 결국 사회의 전반적인 성숙도의 차이다. '99년 11월 프랑스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 법원은 「리베라시옹」의 기자 랭동이 쓴 소설 『장 마리 르펜의 소송』이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당수 르팽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하여, 벌금과 판매금지를 명했다. 그러자 100여명이 넘는 프랑스의 작가들이 즉각 성명을 냈다. 르팽이 평소 정치인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타인을 모욕하고 인종차별 등 파시즘적인 극우사상을 퍼뜨리지만 단 한번도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지 않은 것에 비해 형평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판매금지된 책의 모든 구절을 인용하여 곳곳에 글을 쓰고, 책도 내겠다는 것이다. 결국 판매금지된 책의 구절들이 다시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나나』의 에밀 졸라가 한 세기 전 똑같은 행동으로 프랑스의 반지성적인 인종차별을 폭로하며 자신의 행동이 '프랑스의 명예를 구할 것'이라고 말한 사건이 다시 재연된 것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이란 나라는, 잘못된 것에 대해 지식인들이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특히 만화 같은, '저열한' 대중매체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는
성인만화의 필요성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

나 역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국민학교,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마치고 나서는 한동안 만화가게에 발을 끊었다. 만화가게는 아이들이나 가서 시간 때우는 곳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그리고는 고우영의 성인만화나 『캔디』『올훼스의 창』같은 순정만화를 사서 읽었다. 그것들이 '만화'라는 사실에는 전혀 부담감이 없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보던 만화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우영의 만화는 단지 성적인 함의 때문이 아니라 만화 곳곳에 널려 있는 날카로운 풍자와 농담들이 재미있었다. 특히 『일지매』에는 싸한 감동까지 있었다.
순정만화를 본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사실 순정만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캔디』나 『올훼스의 창』등에는 이전까지의 순정만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절실한 감정의 폭풍과 삶에 대한 성찰 같은 것들이 있었다. 심리묘사나 상황을 '화려한' 말로 때우려는 순정만화를 싫어했다가 순정만화도 그저 한 가지 분류법일 뿐, 인간의 정서를 담은 창조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만화를 보다가 고3 시절에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났다. 우연히 들어간 만화가게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난 후, 틈만 나면 만화가게에 들렀다. 그때 『공포의 외인구단』이 준 충격은 너무나 컸다. 지금 보기에는 상당히 촌스럽고 베껴온 냄새도 나지만 거칠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이현세의 그림은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게다가 '80년대라는 상황은, 까치의 '목숨을 건' 돌진에 공감할 만한 여지가 많았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대학생을 포함한 성인들이 보기에, 전혀 유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파적이긴 했지만 성인이 즐길 만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한국만화는 다시, 성인들과 대면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박동수, 고우영, 한희작, 강철수 등이 그려내던 성인만화는 주간지나 여성지 등에 실리며 '성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그것이 물결은 되지 못했다. 지금은 스포츠지에 만화섹션이 생겨날 정도이지만, 성인만화 잡지는 거의 폐간하고 난항중이다. 어째서일까? 여전히 만화는 그저 소일거리이고, 성인들이 보기에는 적당하지 않는 장르라는 편견 때문이 아닐까? 한 일본만화평론가는 한국만화계를 보고, '좋지만, 성인만화가 없다'고 촌평했다. 그것은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존재해야 한다는 일반론과 함께, 성인이 만화를 일상적으로 보지 않는 한 만화산업과 문화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도래하지 않는다는 충고로 들린다.

「부킹」이라는 만화잡지를 보면서, 나는 제일 먼저 「배가본드」와 함께 「헌터X헌터」를 펼친다. 「헌터X헌터」는 소년용 만화다. 일본에서는 소년만화잡지를 초등학생부터 회사원까지 읽는다. 나 역시 「헌터X헌터」「배가본드」를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 게다가 토가시 요시히로의 그림은 만만치가 않다. 그의 풍경묘사는, 서정적이고 편안하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소년만화가 성인들이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자연스럽게 성인들이 만화로 눈을 돌린다. 그후에 성인을 위한, 그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만화가 나오는 것이다. 골프만화는 골프에 관심 있는 성인들을 위한 만화이고, 『카이지』같은 도박만화는 자본주의라는 인생의 거대한 굴레를 느껴본 성인들이 공감하며 읽을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경우 성인만화는 조잡한 내용에 오로지 섹스만 강조하는 수준이고, 소년만화는 일정 수준에 올랐지만 여전히 '격투'와 '말장난'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한국의 성인은 불쌍하다. 흔히 천민자본주의라고 하지만, 그 천민성에 억눌려 스스로 타락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측은한 생각까지 든다. 성인의 오락이래야 기껏해야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돈이 많으면 룸살롱에 가고, 골프 치러 가는 정도다. '즐긴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만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대중문화 자체가 상업적이기 때문에 대중의 비판의식과는 늘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마련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즐거움을 얻고 스스로 느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문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만화 속의 이데올로기는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고, 상업적이라 해도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주체인 독자이다. 그러나 그러기에, 한국사회는 너무나 경직되어 있고 보수적이고 초라하다. 「쇼킹 아시아」를 보러 수십만의 관객이 몰려가는 사회는 너무나 비참하다.

이 장에서는 '성인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체 성인문화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산업적으로는 왜 중요한가? 등등.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인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청소년의 보호를 논하기 이전에, 성인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왜? 성인문화는 포르노가 아니니까. 성인문화 이야기만 하면, 늘 저질이고 포르노라는 식으로 논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진짜' 성인문화가 존재하면, 오히려 청소년 보호도 쉽다. 막을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막는다'는 것이 소용이 있을까? 인터넷에 들어가면, '포르노'는 만화를 사보는 것, 담배를 사는 것보다 훨씬 쉽다. 인터넷을 막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실제로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막는 것이 아니라 비판의식을 키워주는 것이다. 성인문화가 발전하면, 그런 것도 덩달아 가능해진다. 포르노가 성인문화의 전부가 아니라,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문제는 한국사회다. 만화가 아니라.
'80년대는 한국만화의 또 한번의 전성기였다. 내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발견한 것은 '84년이었다. 초등학교 때 만화가게를 들락거리다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발걸음이 뜸해졌던 나는 『공포의 외인구단』에 반했다. 계속해서 『지옥의 링』『며느리 밥풀꽃에 관한 보고서』등에 빠져들었고 허영만의 『카멜레온의 시』『고독한 기타맨』등의 걸작을 만났다. 당시 이 만화들은 대학생층에서도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다. 『북해의 별』은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였고, 『아르미안의 네 딸들』같은 순정만화도 인기였다. 마침 '87년에는 『크라잉 프리맨』『공작왕』『닥터 구마히게』등을 비롯한 일본만화들이 대거 불법복제되어 만화가게에 깔렸다. 그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만화가게 출입이 당연한 일이었고, 만화를 놓고 토론하는 일도 낯선 일이 아니었다. 바로 몇 개월 뒤 단속 때문에 일본만화는 몽땅 사라졌고, 그런 숨바꼭질을 몇 번이나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때 만화를 즐겨보던 대학생들은 사회인이 된 후에 거의 만화를 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만화를 성인들이 즐길 만한 오락이자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워낙 적고, 일반적으로 만화를 경시하는 풍조가 강하다. 만화를 보고 싶어도, 만화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통로가 별로 없다. 사실 만화 도매서점까지 가서 만화를 구한다는 것은, 마니아말고는 어려운 일이다. 일반 서점에서 만화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성인 독자가 늘 수가 없다.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만화 중에서, 성인을 만족시킬 만한 만화를 골라내기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성인들이 만화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유인하는 장치가 거의 없다.

'99년부터는 각 일간지에 만화면이 생기면서 만화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누들누드』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히트를 치기도 했고 유시진, 천계연, 박광수 등의 만화가들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산하, 이충호 등의 만화가는 청소년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지만 성인들에게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 물론 일본처럼 「소년챔프」를 초등학생부터 회사원까지 함께 보는 상황을 당장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청소년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화가라면, 당연히 문화계의 초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국내 만화계와 일반 대중의 거리는 너무나 멀고, 좀처럼 좁혀지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만화는 여전히 마이너 장르이고, 언더그라운드에 가깝다. 신문에서 만화를 다루어도, 그것은 단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만화가만 다룰 뿐이다. 또는 장사가 될 만한. 그런 상태에서 만화가 명실상부한 성인의 오락이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성인을 잡지 않고는, 결코 만화가 부흥할 수 없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만화 역시 독자층을 확대하지 않고는 살아 남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만화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만화 전문 출판사도 저변의 확대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쓸데없는 간섭을 줄이고 확실하게 지원할 것은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될까? 이상하게도, 나는 한국만화가 그리 평탄하게 잘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21세기는 문화산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몇 년 전부터 떠들어대는 말처럼, 자동차 수백만 대보다 영화 「쥬라기 공원」한 편의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시대가 온 것이다. 요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인터넷 산업도, 컨텐츠가 없으면 꼼짝을 할 수 없다. 컨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문화상품이다. 이제는 정말, 예술과 상품의 경계선이 거의 무화되는 지점에까지 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쥬라기 공원」의 예술성을 따지는 것은, 이제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예술과 오락은 묘하게 엇갈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예술매체를 통한 오락과 즐거움은 거의 청소년 시절에 마감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술과 담배 또는 골프 등의 스포츠로 국한되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 한국의 성인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은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30대 이상의 문화적인 오락은 거의 없었다. '90년대 들어 한국 문화산업의 취약점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드는 것 하나가 30대 이상의 문화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중음악. 가수의 나이가 30을 넘어가면 노장 축에 들고, 댄스와 발라드가 아니면 발붙일 곳이 없다. 30대를 위한 음반을 내거나 공연을 열면 거의 망한다는 말도 있다. 젊었을 때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멀리하고 음반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나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먹고 사느라 바빠서, 문화를 즐길 시간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30대 이상을 위해 열리는 공연도 어느 정도 장사가 된다. 영화만 해도 그렇다. 한국에서 주 관객층을 꼽으면 20대 직장여성과 대학생이다. 미국의 경우는 약간 달라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남녀를 꼽는다. 한국에서 유달리 멜로영화가 강세인 이유도 바로 주 관객층이 20대의 여성이기 때문이다. 30대 이상을 위한 영화, 예를 들어 피터 폰다가 주인공으로 나와 〈선댄스 영하제〉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율리스 골드』나 젊은 여성들이 전혀 좋아하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트루 크라임」같은 영화는 아예 개봉하지도 못하고 바로 비디오로 나온다.

그러나 모든 것은 바뀌게 마련이다. '90년대 후반 들어 미사리에 늘어선 통기타 카페의 융성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어쨌건 30대 이상의 문화적 욕망을 의미한다. 다시 한번 일본의 경우를 들어보자. 테즈카 오사무는 『우주소년 아톰』『리본의 기사』등 아이들을 위한 만화를 만드는 한편,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에도 손을 댔다. 그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단지 어린 시절 즐기는 오락이 아니라 나이와 성별과 인종을 막론하고 언제나 즐기고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예술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백사전』『천일 밤의 이야기』등 성인 애니메이션에도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의 성인들은 만화에 쉽게 빠져들지 못했다. 만화가 성인의 오락이라는 것을 일본인들 스스로가 자각하게 된 것은 바로 『우주전함 야마토』에서였다. '74년 『우주전함 야마토』가 소수의 팬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77년 극장용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주전함 야마토』의 팬이 아이들보다, 성인의 비율이 더 높았던 것이다. 『우주전함 야마토』는 몇 년 전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사회현상이 되었을 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일본사회를 흔들어놓았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진정한 '대중문화'가 되고 있음을 이때서야 깨달은 것이다.

『우주전함 야마토』이후 일본의 만화계는 '성인'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과거에도 '성인용'은 있었다. 포르노가 있었고, 성인을 위한 진지한 영화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랐다. '성인용'이 단지 구색을 맞추고, 기본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수익이 될 수 있다는 증거를 잡은 것이다. 즉 어린 시절부터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여전히 만화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자신들이 볼 만화를 기다려온 것이다. 이때부터 '성인용'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성과 폭력의 직접적인 표현이 없어도, 성인들이 아니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즉 사회적 경험의 폭이 넓은 성인이 주로 감동할 수 있는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70년대 침체에 빠졌던 할리우드가 '80년대 들어 관객을 사로잡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이른바 키덜트 무비였다. 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인 키덜트 무비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또는 아이 같은 어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말한다. 성인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끌어오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나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시리즈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러면서도 아이와 어른이 각자 자기만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 할리우드는 이런 방법으로 한꺼번에 다양한 관객을 영화 한 편에 끌어들이는 효과를 노렸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영화의 출현이다. 그러나 일본영화계나 만화계는 정반대의 방법을 썼다. 특정 관객과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에 몰두한 것이다. 영화는 성과 폭력을 전면에 내세워 TV에 지루함을 느끼는 남성관객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제작비가 많이 들고 다수의 관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영화산업의 특성상 영화는 점차 침체에 빠져들었지만, 오히려 만화는 성공적이었다. 캐릭터 상품 등 다른 주변 산업과의 연계가 쉽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은 만화에서는 다양한 분화가 오히려 더욱 독자층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심지어 마작이라는 게임 하나만을 소재로 하는 만화잡지까지 몇 종류가 나올 정도이다. 지금은 줄었지만 '80년대 중반에는 10여 개의 마작 만화잡지가 각축을 벌였다. 마작 만화잡지의 독자는 마작과 만화를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만을 위한 만화인 것이다. 요즘에는 빠찡코 만화잡지는 물론 전투와 전쟁을 다룬 「컴뱃 코믹」도 등장할 정도다.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의 확산은 만화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만화잡지를 집어들게 만들었다. 일본에서 만화는 아이들의 오락이며, 청소년을 위한 학습서이고, 성인을 위한 교양서까지 모두 소화해낸 것이다.

지금 한국만화는 거의 아이들과 청소년만의 문화로 국한되어 있다. 아무리 잡지가 창간되어도 확실하게 흑자인 곳은 순정지 두세 군데 정도밖에 없다. 아주 확실한 지지층이 없는 만화잡지는 생존하기 힘든 것이다. 대신 잡지에 연재되는 만화의 단행본 출간, 심한 경우는 일본만화의 번역출간으로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다. 독자층이 무궁무진하다지만, 실제 판매수익을 높여주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청소년의 지출은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만화시장이 커지고, 재미있는 만화가 많이 나와도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오는 지출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골라서 볼 뿐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 만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소비하는 만화의 수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만화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층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 만화는 아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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