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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 망원경 뒤에 선 마지막 천문학자들

리뷰 총점10.0 리뷰 11건 | 판매지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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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72위 | 천문학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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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642g | 152*225*30mm
ISBN13 9791165798567
ISBN10 116579856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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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바라보는 행위는 단순하지만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인간이 경험한다. 북적대는 도시에 숨 막히게 들어찬 불빛 아래에서 밤하늘을 보든, 외딴 지구 한구석에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에 빨려들어 미동도 없이 얼어붙든, 그냥 가만히 서서 지구 대기 바깥에 기다리고 있는 우주의 광활함을 느끼든, 우리는 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신비 앞에서 언제나 황홀해진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망원경들이 찍은 극적인 천체사진을 감탄하며 바라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별이 가득 찬 풍경, 바람개비같이 뻗은 은하의 나선 팔, 아마 우주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무지개 빛깔의 가스 구름까지.
아름다운 천체사진을 어디에서, 어떻게, 왜 찍었는지 그리고 누군가가 과연 우주의 비밀을 벗겨낼지에 주목하느라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천문학자의 정체다. --- p.12

책에서 읽고 상상했던 천문학자는 추운 산꼭대기에서 플리스 재킷으로 몸을 감싼 채 어마어마하게 큰 망원경 뒤에 앉아, 별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동안 눈을 가늘게 뜨고 접안렌즈를 들여다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천문학자의 모습은 진화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우주의 아름다움에 더욱 깊이 빠져들면서 나는 놀랍게도 지구 곳곳을 탐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고 희귀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심지어 ‘사라지는’ 분야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 p.14

11월 어느 추운 밤, 자정쯤 되었을까. 그날 관측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십 대의 혈기왕성한 신진대사를 달래려 땅콩 과자 한 움큼을 삼키고 망원경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본 바로 그 순간, 내 시야 위에서 아래로 별똥별이 떨어졌다. 밤하늘의 아주 작은 부분을 망원경으로 가리키고 있었는데 별똥별이 그 좁은 공간을, 내가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 댄 바로 그 순간에 지나갈 확률은 희박했다. 그때 눈물을 흘렸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움직이기는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사다리 위에 서 있었고,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내가 본 장면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려 애썼다. 그리고 그때 생각했다. ‘그래, 이건 괜찮은 직업이야.’ --- p.43~44

과거 일화들을 다 듣고 난 당신은, 당시 천문학자들이 이런 식의 관측에서 비참한 기억들만 얻었을 거라 상상할지 모른다. 얼음장같이 춥던 돔과 성가신 유리 건판, 망원경 수동 가이드, 눈알에 가해지는 전기 충격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이 없음은 사실이다. 동시에 이런 관측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변함없이 그 시대를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천문 관측의 기억으로 회상한다. --- p.81~82

천문학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천문학자들의 작업 방식 역시 진화한다. 어떤 변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좋다. 예를 들어 다음 세대의 천문학자를 길러내기 위한 과학적 자원을 제공할 자료의 양과 그 방대한 접근성은 모두 훌륭하다. 또한 사무실에 앉아 원격으로 망원경을 다루는 일은 직접 출장을 다니던 때보다 확실히 신체적으로 덜 부담이 된다. 자동 망원경에서 얻은 자료를 사용한다면 그곳에는 추락할 플랫폼도, 제어실을 총총 돌아다니는 전갈이나 타란툴라도 없다. 순간의 관측을 위해 아르헨티나나 남극점, 성층권까지 가는 고된 원정도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린 관측에서 얻던 경험, 일화, 모험을 잃어간다. 물론 누구도 그리운 옛날에 붙잡혀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주에 관해 덜 알고, 우주를 연구하는 데 쓸 수 있는 도구도 더 적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직접 관측하던 시대는 과학적 모험의 한 종류를 대표하고, 그 시대가 저물어갈지언정 그때의 흥분은 나름대로의 쓰임이 있었다.
--- p.4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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